속도를 즐기면 색다른 사진이 듬뿍

곽윤섭 2009. 06. 04
조회수 9439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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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채춤의 하이라이트는 부채를 들고 원을 그리는 동작이다. 셔터스피드를 살짝 내려주는 것으로 운동감이 충분히 표현됐다. 


[셔터 갖고 놀기] ① 통념 버리고 나만의 사진 찍기

 

앞 시간에 스포츠사진이 어려운 이유는 우선 대상의 움직임이 빠르기 때문이란 이야기를 했습니다. 찍고자 하는 피사체가 빠르다면 셔터 스피드도 빨라져야 하는 것이 상식일 것입니다. 물론 이는 정확히 정지된 장면을 찍고자 할 때를 전제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주변의 일상에서도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은 빠른 셔터로 찍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장면도 찍어놓고 보면 사진이 흔들려 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셔터 속도에 따라 사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보겠습니다.

 

셔터속도를 정하는 세 가지 방식

 

모든 사진은 셔터 속도를 반영합니다. 셔터가 열려있는 동안에 들어온 빛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통상 우리는 카메라가 계산해준 적정노출에 의지하거나 적정노출을 근거로 가감해서 나온 셔터스피드와 조리개수치를 쓰게 됩니다. 이때 카메라가 자동으로 정해주는 방식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프로그램 모드, 일명 ‘P’입니다. 셔터속도와 조리개를 모두 자동으로 결정해주는 방식입니다. 프로그램 모드로 놓고 셔터속도와 조리개의 어느 하나를 조절하면 다른 하나가 저절로 연동되면서 변합니다.

 

조리개 우선 모드는 Av 혹은 A라고 부르며 조리개를 어느 특정 수치에 고정해두면 노출의 변화에 따라 셔터스피드만 자동으로 변하게 됩니다. 셔터 우선 모드는 Tv 혹은 S라고 부르며 셔터속도를 어느 수치에 고정해두면 노출의 변화에 따라 조리개수치가 자동으로 변하게 됩니다. 한계치를 벗어나지만 않으면 이른바 적정노출은 보장이 되므로 마음을 놓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날씨가 좋은 날 아이의 운동회를 찍으러 갔다면 셔터 스피드가 최소 1/250초 정도는 유지가 되어야 합니다. 달리기나 공굴리기, 장애물 넘기 등 모두 빠른 동작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셔터우선 모드로 놓고 1/250초에 고정해 두면 그 후론 노출의 변화에 따라 일일이 조리개를 만져줄 필요가 없습니다. 밝거나 어두워지거나 혹은 그늘 속으로 들어가게 돼도 카메라가 자동으로 조리개수치를 변화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론은 이렇고 실전에선 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노출이 복잡한 곳에선 제때에 보정을 해줘야 합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노출보정에 신경을 쓰다 다른 것에 소홀해지기보다는 그냥 노출 값은 카메라에 맡겨놓고 동작을 잡는 것에 더 주력할 것을 권합니다.

 

삼각대 활용해 카메라 흔들림 예방

 

카메라가 제시한 적정노출을 믿고 따르든 사진가가 임의의 적정노출을 정하든, 노출 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이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시도를 해 보도록 합시다. 셔터스피드를 사진가 마음대로 바꿔 보자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빠른 움직임에는 빠른 셔터스피드’라는 통념을 잠깐 버리고 별난 셔터속도로 찍어 봅시다. 이를 위해 가급적 밝은 야외에서 움직임이 있는 것을 찍어보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위해 한 가지 필수준비물이 있는데 바로 삼각대입니다. 앞서 우리는 피사체가 빨리 움직이면 빠른 셔터를, 느리게 움직이면 느린 셔터를 사용하면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달라서 느리게 움직이거나 아예 움직임이 없는 풍경사진에서도 느린 셔터를 쓰지 않습니다.

 

축구나 테니스 같은 빠른 종목의 경기엔 최소 1/500초 이상의 빠른 셔터를 쓰는 것이 맞지만 바둑이나 참선 같은 느린 대상, 혹은 바람 없는 날의 단풍 같은 조용한 풍경을 찍는다고 해서 1/15초 같은 느린 셔터를 쓰는 일은 없다는 말입니다.  피사체는 움직임이 없지만 카메라가 흔들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사진가 본인의 손이 흔들릴 때를 대비해 일정 수준의 셔터스피드를  유지해야 합니다. 사람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1/60초 이상은 돼야 안정적으로 셔터를 누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각대가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몇 시간씩 셔터를 열어두어도 카메라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찍는 사진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실험에는 ‘삼각대가 있다’라는 전제가 추가되어야 합니다.

 

즉석에서 수정 가능한 디카의 장점

 

날씨가 좋은 날 동네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빠르고 느린 셔터를 사용해 보십시오. 앞서 이야기했듯이, 축구나 테니스, 농구, 배구, 육상 같은 종목의 스포츠는 빠른 셔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종목을 느린 셔터로 찍으면 특이한 느낌이 나게 됩니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아이의 움직임은 꽤 빠릅니다. 그래서 셔터스피드를 1/250초 이상은 두어야 정지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1/30초 이하로 찍어보면 색다른 느낌이 나는 한 장의 사진이 됩니다. 

 

길을 걷는 사‘람, 물총을 쏘는 아이나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학생도 저속셔터로 찍을 수 있습니다. 어떤 대상을 정확히 얼마나 느린 셔터스피드로 찍어야 하는지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각자가 원하는 느낌의 사진을 위해 여러 가지 셔터스피드를 사용해가면서 찍어보고 스스로 해답을 얻으십시오. 찍고 그 자리에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필름카메라는 이런 점에서 디지털카메라와는 비교가 되질 않습니다. 대부분의 디지털카메라는 자동으로 촬영정보를 사진과 함께 저장합니다. 그러므로 일단 찍어보고, 그 자리에서 셔터스피드와 조리개 수치를 확인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 보완하면 됩니다. 여러 차례 시도해 보십시오. 자신만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최고의 훈련이 될 것입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셔터속도에 변화를 줄 때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 기본개념은 몹시 간단하다는 거죠. 평소에 카메라의 P모드가 제공하는 1/60, 1/125, 1/250초의 속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더 빨리, 또는 더 느리게 찍어보자는 것입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최종추가-15번.jpg
▲ 그네를 타는 아이의 운동감이 강하게 표현되었다.   1/25초, f 22
 

최종추가-16번.jpg
▲ 그네를 타는 동작은 비슷하지만 공중에 정지된 상태로 표현되었다.  1/1000초, f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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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치를 켜면 미친듯이 고개를 흔드는 미친소 인형. 아주 빠른 셔터라면 이렇게 표현할 수 없다.  사진 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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