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촛불시민. 6월 18일, 이재각
대학생다큐연합 전시회 ‘들, 불’
‘대학생 다큐멘터리사진연합(이하 다큐연합)’이란 곳이 있다. 이들이 2008년에 기록한 촛불 집회와 경기도 안성의 한 마을에서 찍은 농촌 사람들의 삶에 대한 기록을 모은 전시회 ‘들, 불’이 열리고 있다.
다큐연합은 오랜 준비기간을 거친 2008년 2월, 사진을 좋아하는 대학생들이 만든 단체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식(26)씨는 다큐연합 발족의 변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진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을 기다릴 피사체를 찾아 지구 곳곳을 찾아다녀야 할 청춘들은, 그 열정을 도서관에서 토익과 상식에만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었기에 다큐멘터리 사진에 목마른 청춘들이 뜻을 모아 <대학생 다큐멘터리 사진연합>을 발족했다. 단순히 미학적 가치만이 중시되는 보기 좋은 사진의 대중화를 넘어서길 원했다. 사진을 통해 시대를 이야기함으로써 사회의 거울이 되고자 했고, 척박한 세상에서 진정으로 중요시되어야 할 ‘사람’의 소중함이 담긴 사진으로 많은 이들에게 다가서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한해를 보냈다.”
서울시청 앞 촛불. 6월 7일, 이민규
버스위에서 물대포 맞는 시민. 6월 1일, 장진영
피곤한 엄마와 유모차 안에 잠든 아기. 6월 7일, 박소진
방역차를 뒤쫒는 아이들. 7월 김영식
한우농가. 7월, 주용성 오세준 농민. 7월, 이문선
5월부터 촛불집회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대학생뿐 아니라 수많은 대중의 손에 들려진 카메라를 통해 풀뿌리 포토저널리즘의 시대가 활짝 열린 시기였다. 다큐연합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촛불의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농민들의 현실을 찾기 위해 7월,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덕봉리를 찾았다. 마을 주민 오세필씨의 표현에 따르면 “카메라를 들고 농활 겸 출사를 이유로” 마을을 찾은 것이다. 학생들은 마을회관에서, 사진가 초청강연과 사진리뷰 등의 사진워크숍을 진행했고 낮엔 밭에서 땀을 흘리며 일을 거들었으며 가족사진 촬영, 마을 잔치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들, 불’은 다큐연합이 찍은 촛불집회와 덕봉리의 기록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지난여름 뜨거웠던 촛불의 현장도 보이면서 농촌과 농민의 현실도 함께 보인다. 사실 2008년 한 해 동안 촛불은 전국적으로 넘실거렸고 촛불을 담은 사진은 전국에 걸쳐 넘쳐났다. 그에 머무르지 않고 농민의 삶에 가까이 다가서려 노력한 사진들을 같이 보여주려는 마음이 쉽게 읽혀서 좋았다. 피폐해진 농촌의 삶은 골프장에서 일하는 농민들의 사진에서 잘 보인다. 농가소득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으니 본의 아니게 ‘투잡’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농촌의 현실이다. 그러나 (사진을 통해)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뿐 아니라 주민들의 가족사진을 보여주려는 마음 또한 어렵지 않게 다가왔다.
덕봉리 주민 오세필씨는 축하의 글을 통해 “전시회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도시민에게 우리의 농촌을 현실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큐연합’ 여러분이 우리 덕봉마을 주민들과 때 양 볕에서 같이 일을 하며 농촌의 향기와 순박한 할머님들의 모습에 사람 사는 즐거움을 맛보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우리 마을과 좋은 인연이 되어 변화하는 농촌의 모습을 꾸준히 담아 주었으면 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전시 지도교수 조승래(경민대)는 “진실하고 감동적인 풍속도를 만들어보고자 했다.”라며 “위기의 시대에 젊은 대학생들이 사회를 해석하고 인간을 해석하는 건강한 시선이 희망의 촛불을 켜는 전시회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서울 전시는 1월 3일까지 충무로 반도카메라 2층에 있는 갤러리 이룸에서 열린다. 1월13일부터 16일까진 덕봉리 주민들을 위해 안성시민회관에서 2차 전시가 이어진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골프장에서 일하는 오교근 농민. 7월, 김영식
전국농민대회에 나온 오교근 농민. 11월, 김영식
촛불을 들고 있는 아이. 5월 24일, 이문선
덕봉리의 가족사진 조재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