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가 부처, 부처가 바위"

사진마을 2018. 0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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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섭 작가 개인전 <부처의 땅, 남산>

경주 남산에서 3년간 마애불 찍은 사진

알고보니 바위, 알고보니 마애불



이호섭 작가의 개인전 <부처의 땅, 남산>이 서울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5월 8일 시작하여 6월 3일까지 열린다. 월요일은 휴관. 02-720-2010

 11일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항상 물어보는 것이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는 질문이 있다. 가끔 중요할 때도 있는데 이번에도 괜히 물어본 것 같다.
 -언제부터 사진을 했는가?
 이호섭(53) 작가는 이번이 두 번째 개인전이라고 했다. 가족사진 찍는 것은 빼고 본격적으로 뭔가 찍어보겠다고 다닌 것은 2000년도 초반이라고. 이호섭 작가의 이야기다.
 “원래 산을 타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산악사진도 하고 열심히 했는데 어느 시점에 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아름다운 풍경만 좇았는데 나의 표현으로 볼 수 없더라. 그리곤 벽에 부딪혔다. 그러다가 한참 늦은 나이인 2013년에 사진을 전공하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해서 본격적으로 길을 모색했다. 외모는 부드러웠으나 교육에선 혹독한 교수님을 만나 열심히 배웠다.”
 
 이호섭 작가는 경일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영상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 작가가 말하는 부드러운 외모를 가졌고 혹독하게 대학원생을 잘 지도한 사람은 구본창 교수다.
 
 -사람들이 구본창 교수의 사진을 닮았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는가?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간혹 어떤 분이 그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분도 처음부터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고 내가 대학에서 구본창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고 하니까 그제야 ‘닮았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봐서 사진 자체를 보고 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내 생각? 사진 자체를 보면 선생님의 사진과 닮지 않았다. 다만 뭐라고 표현할까. 스승에게 배운 제자이니 DNA가 어딘가에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 그 정도다. 나는 성격도 그렇고 나이가 그리 어린 것도 아니고…. 사물을 보는 독자적인 눈이 있다고 생각한다.”
 
 -글쎄……. 내가 봐도 구본창 작가의 사진스타일과 닮았다고 보이진 않다.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자. 이 작가는 2016년 대학원 졸업전으로 중국 황산에서 찍은 <산려소요>를 전시했다. 그 작업과 지금의 경주 남산은 어떤 관계인가?
 “황산을 주제로 짙은 안개 속에서 사물이 보일 듯 말 듯한 풍경을 찍었었다. 이번 전시 <부처의 땅, 남산>은 경주 남산을 무대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찍은 사진인데 역시 안개가 낀 사진이 좀 있는 편이다. 경주 남산은 신라 불교를 빼놓고 말하기 어렵다. 안개가 낀 날을 선호하는 이유는 산 속이다 보니 배경과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을 분리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맑은 날이면 강한 대비가 생기는데 안개 낀 날엔 처연한 모습이 보인다.”
 
 -오래전부터 남산에서 마애불이나 석탑, 사찰 등을 찍은 사진가들이 있다. 그에 비하면 시작이 많이 늦은 편이 아닌가?
 “이번 전시의 제목이 무엇인가. <부처의 땅, 남산>이다.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생생하게 콘트라스트가 살아있고 돌의 질감이 잘 보이는 마애불이 아니다. 천 년 전에 새겨지고 만들어진 마애불이나 석조물들은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풍화와 침식의 영향으로 점점 마멸되어 간다. 조건에 따라 어떤 것은 비교적 잘 보존되었고 어떤 것은 많이 깎여 나가서 이제 거의 바위 상태로 돌아간 것도 있다. 넘어진 것도 있고. 남산의 마애불들은 원래 이곳 남산, 이 자리에 있던 바위였다. 그 바위에 불교라는 신앙을 새겨넣어 마애불로 변했고 그 바위를 불심으로 자르고 깎아 돌탑을 만든 것이다. 원래 바위였던 것이 다시 바위로 돌아가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내가 찍는 것은 마애불이 아니라 바위다. 그러니 최근 작업이라고 해서 더 불리할 것도 없다. 언젠가는 모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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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되고 있는 사진을 모두 받아서 살펴보니 마애불이 뚜렷한 것도 몇 있지만 그냥 바위처럼 보이는 사진도 있었다. 과연 그랬다.
 
 -몇 장은 그냥 바위처럼 보인다.
 “그렇다. 그 사진들은 마애불이 바위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그냥 바위다. 나에게 있어 마애불과 바위는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불교가 오기 전에도 이 땅에 무속 신앙이 있었고 그때 사람들은 그냥 바위에다 빌고 염원했다. 그게 부처님의 얼굴을 띠면 마애불인 것이다. 그마저도 언젠가는 다시 바위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나에겐 바위가 중요한 것이다. 사람들이 손을 비비면서 기도하는 대상은 바위 속에 있다. 마음 속에 있지 껍데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경주 남산엔 마애불이 몇 개나 있을까? 다 가봤나?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셌다. 그러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100개쯤 되나? 모르겠다. 어쨌든 거의 다 가봤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남산엔 미완불이 꽤 많다. 그 중에는 풍화와 침식으로 마멸된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어떤 것은 누가 보더라도 만들다가 만 것이 있다. 그런데 만들다가 만 마애불이란 것도 현대인의 생각일뿐이다. 신라인들에게 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원래 그들이 염원할 대상은 바위 속에 있었으니 마애불이 얼굴과 몸통과 팔과 다리와 발가락을 모두 가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필요하면 다 표현했고 또 어떤 경우엔 얼굴만 표현한 것이다.”
 
 -자. 그러면 왜 남산을 사진작업의 대상으로 잡았을까?
 “우리 민족에게 남산은 중요한 산이다. 예술사적으로도 남산의 마애불들은 중요한 자리를 자치한다.”
 
 -그런 질문이 아니다. 우리 민족에게 중요하면 모든 사진가들이 다 남산을 기록해야 할 것 아닌가? 불교신자인가?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 우선 나는 종교가 없다. 불교신자 아니다. 원래 산을 좋아한다고 말했었다. 2016년 봄에 남산을 올랐다. 그전에도 남산을 알고 있었으나 깊은 관심은 없었다. 그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면서 삼릉으로 올라갔다. 거의 상선암까지 갔을 것이다. 비로 인해 안개가 짙어져서 두리번거리는데 멀리 바위가 하나 보였다. 강렬하게 다가왔다. 사람의 얼굴 형체를 하고 있어 섬뜩한 느낌이 들었으나 무서운 것은 아니었고 전율이 일었다고 할까? 가서 설명문을 보니 마애불이라고 적혀있었다. 아. 이게 마애불. 그때부터 남산과 마애불, 그리고 나중에는 바위로 연결되지만……. 그곳을 줄기차게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다시 그 곳을 가서 알게된 사실인데 설명문은 다른 것을 설명한 것이었고 내가 처음 본 것은 그냥 바위였다.”
 
 -사진에 사람이 하나도 없던데?
 “1000년 전에 마애불을 만들었을 때 있었던 사람들은 지금 없다. 관광객이 지나가고 제를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불국토의 열망을 가진 사람은 모두 떠났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제목이 <부처의 땅, 남산>이다. 현재 이곳에 1000년 전에 있던 것은 희미하지만 부처밖에 없다. 사람의 땅이 아니다. 물론 부처가 바위이며 바위가 부처이니 바위 사진이 여럿 있다.”
 
 전화 인터뷰를 마쳤다. 이호섭 작가는 이번에 전시한 사진에 조금 더 보완해 사진집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는 그래도 마애불의 비중이 높지만 사진집에는 아주 다양한 남산의 모습들도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경주 남산에서 마애불을 찍은 다른 작가들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경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불상이나 석불이나 석탑이나 기타 다른 석조물을 찍은 작가들이 있다. 이호섭의 사진이 스며들 듯 다가오는 이유는 그가 다른 작가들과 다르게, 편안하게 찍었기 때문이다.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마애불의 얼굴과 크기만 계속 바뀌는 지루한 유형학을 따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쨍하게 찍으려고 하지 않았고 흐린 날은 흐리게, 깨진 것은 깨진데로, 넘어진 것은 넘어진데로, 닳아서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그대로 찍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다른 작가들과의 차별성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중요하지도 않고, 또 이 이야기를 하면 본질이 왜곡될 것 같아서 직업에 대해 말을 아끼고 싶었다는 이호섭 작가는 "그렇지만 부끄러울 일이 전혀 아니다. 다만 나의 사진보다 나의 직업에 더 방점을 두는 것이 싫을 뿐이다"라고 했다. 그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기사의 제일 끝에 밝힌다. 이호섭 작가는 1992년부터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있고 현재 26년차 소방관으로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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