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하는 사나이, 스티브 맥커리

사진마을 2018. 0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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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사진가 집단 매그넘 포토스와 출판사 뒤피(Dupuis)가 함께한 그래픽 노블 사진가 시리즈 세 번째 책 ‘스티브 채.jpg » 책 표지맥커리: 가까이, 더 가까이’(서해문집, 22,000원)가 나왔다. 스티브 맥커리는 <아프가니스탄 소녀>와 9.11 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두 말이 필요없는 거장이다. 특히 이번에는 그래픽 노블의 핵심에 해당하는 ‘그림’을 한국인 김정기씨가 맡았다는 점이 각별한데 김정기씨는 밑그림 없이 즉석에서 붓펜으로 완성하는 ‘라이브 드로잉’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다.

  사진가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면서 그래픽 노블은 한층 더 진화했다. 지난번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다룬 책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찰나를 역사로’와 로버트 카파를 다룬 ‘로버트 카파: 살아남은 열한 장의 증언’을 보면 전반부는 그래픽 노블로 처리하고 후반부는 사진가의 작품으로 처리하여 그래픽 노블로 보는 인물의 전기와 사진집 역할을 겸비한 것에 비해 이번에는 그래픽 노블, 1978년부터 2016년에 이르는 스티브 맥커리의 걸작 사진 포트폴리오, 그리고 집중 인터뷰와 사진가 연보까지 갖춰 전에 없던 새로운 형식의 위인전을 만들어냈다. 게다가 전반부 그래픽 노블 편에서도 혁신적인 방법이 동원됐다. 그래픽 노블과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을 번갈아 배치해서 현장의 세계와 상상의 영역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어서 대단히 입체적인 스토리텔링을 구사한다. 9.11 현장, 아프가니스탄, 같은 대형 참사와 재난, 전쟁 사진과 더불어 인도의 기차역이나 몬순지역에서 재봉틀을 어깨에 지고 가는 노인 사진까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의 전설 같은 명작들을 어떤 현장에서 찍었는지가 그래픽노블을 통해 전달된다.
 
 스티브 맥커리는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세계 곳곳을 다니고 있다. 모든 현장사진가의 숙명은 그곳에 가야한다는데서 출발한다. 전화로 취재할 수 없고 다리 건너서 취재할 수 없다. 또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쓸 수도 없다. 그와 카메라가 그곳에 가야만 한다. 그래서 2001년 9월 11일 뉴욕에 있었던 스티브 맥커리는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해 9월 11일에 우리와 마주쳤던 사람들은 우리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은 모두 도망치고 있었다. 맨해튼 북쪽으로.
 하지만 우리는 힘껏 내달렸다 남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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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사건 사고가 나면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현장에서 멀리 벗어나려고 한다. 그런데 그 순간에 현장으로 가까이 가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은 소방관이나 경찰관, 의료진이 아니면 사진가밖에 없다. 스티브 맥커리는 9.11 뿐만 아니라 그외의 모든 현장에서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팔아 돈을 번다는 비난에 스티브 맥커리는 이렇게 답한다. “사진가나 기자, 텔레비전이나 라디오가 없다면 세상 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누군가는 알려야 해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를 테니까요”
 
 이 책에 실린 전설적인 사진과 미발표작 8점 안에는 격동의 순간도 있지만 잔잔한 메아리 같은 울림도 있다. 포탄을 꽃병으로 만드는 장인의 사진을 보면 전쟁 속에서 꽃피는 희망을 읽게 되는 것이며 두 다리를 모두 잃은 아버지와 아들이 휠체어와 의족에 의지한 채 함께 책을 읽는 사진은 그 무엇도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인류 공통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엔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이 무려 64점이나 실렸다. 훌륭한 사진집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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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하는 사나이, 스티브 맥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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