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던 그 때, 치열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사진마을 2016. 07. 06
조회수 12712 추천수 1

'청춘길일' 사진집, 사진전

일본 거주 양승우 사진가

 

 

ysw001.jpg » 사진집 표지

20년째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사진가 양승우씨의 사진집 ‘청춘길일’이 눈빛사진가선 27번째로 나왔다. 같은 이름의 사진전도 충무로 갤러리브레송에서 10일까지 열리고 있다. 양씨가 한국에서 사진집을 내고 사진전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30일 전시 개막을 준비하고 있던 양승우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양씨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마친 후 동네에서 놀다가 “재미가 없어서”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했다. 비자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도 있었고 일본을 알고 싶기도 해서 사진학교를 다니기 시작했고 2006년 동경공예대학교 미디어아트 박사전기과정을 수료하기까지 10년 가까이 사진을 배우면서 찍어왔다. 육체노동을 비롯해 청소, 찻잎 따는 일까지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계속 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해왔다. 그 사이에 카부키초의 야쿠자를 시작으로 고토부키초의 일용직 노동자 사진, 노숙자 곤타씨 등 서너개의 테마를 동시에 찍어왔고 상도 여럿 받았다. 이번에 전시도 하고 책도 내는 ‘청춘길일’은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 방학 마다 한국에 와서 찍었던 친구들과의 생활을 담고 있다. 사진들이 강렬하다 못해 외면하고 싶은 것도 있을 정도다 .

양씨에게 물었다.

-청춘길일은 어떤 사진이며 어떤 계기로 찍게 되었나?

“일본 사진도 있지만 한국 사진이 훨씬 많다. 대전서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가 졸업할 때 무렵 사람을 죽였다. 어린 마음에 객기를 부리다가 그랬던 모양인데 8년 가까이 감옥생활을 했다. 어린 나이에 살인죄로 형을 사니 교도소에선 서열이 높았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출감해서 돌아온 현실 사회에선 감옥의 질서와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친구녀석은 그게 잘 적응이 안되었던 모양이다. 감방에서 까마득한 후배가 사회에선 나이도 지위도 높을테니. 그러다 사회로 복귀한 지 5년 정도 지나서 자살을 하고 말았다. 목을 매달았다고 하더라. 그 소식을 듣고 한 두달 지나고 보니 친했던 친구들 사이에서 금방 잊히고 하더라.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 때 생각했다. 너무 허무했다. 내가 죽어도 물론이고 친한 친구도 이럴진대... 만나는 사람마다 쭉 찍기 시작했다. 그 사진을 모은 게 이 거다. 2012년에 일본에선 사진집으로 한 번 냈다. 찍어두면 볼 수 있는게 사진이다. 제목을 내가 지었다. 나의 청춘 시절 좋은 날들의 기억이다. 옛날에 친구들과 놀던, 2003년부터 2006년까지의 기록이다”

-사진에 누드도 있고 문신한 사람들도 많고 그렇다.

“나도 어렸을 때 깡패들하고 놀았으니 문신이 있는 친구들이 많을 수 밖에. 나도 온 몸에 문신이 있다. 왜 했느냐고? 어릴 때 과시하려고 다 하고 그랬다. 방학 때 한국에 오면 옛날 친구들을 만나게 되니 술 먹고 놀고 일하는 친구들을 찍은 것이다. 아. 그리고 내가 찍힌 사진도 꽤 들어있다. 나도 친구들의 청춘 속 일부니까. 지금도 내 친구들 중에는 사업하는 사람도 있고 술집 하는 사람도 있겠지”

-찍기 힘들지 않았을까?

“한국이나 일본이나 내가 알고 같이 노는 사람들이니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다. 내가 모르는 남들을 몰래 찍은 것이 아니라 내 청춘의 기록이다. 방학 때 한국서 만난 친구들에게 ‘나 지금 일본에서 대학원 다니면서 사진 한다’고 하면 안 믿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한 두 번 찍다 보면 무신경해진다. (사진을 가리키며) 아 그 사진은 술집 아가씨가 찍어준 거다. 술먹으면서 놀다보면 카메라에 필름 세팅해두고 ‘아무나 찍어라’라고 방치한다. 나도 취하고 다들 취하고 나면 누가 뭘 찍는지도 모른다. 나중에 현상하면 여러 가지가 찍혀있다”

 

ysw01.jpg ysw02.jpg ysw03.jpg ysw04.jpg ysw05.jpg ysw06.jpg ysw07.jpg

 

‘청춘길일’을 한 장씩 넘겨보았다.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본인의 사적인 경험을 담아낸 사진이란 점이다. 나의 청춘 안에 친구들이 있고 방황이 있고 술이 있고 여자가 있는 것이다. ‘청춘길일’은 모든 사람의 젊었던 한 시절인 청춘을 다룬 사진이다. 가만 보면 정색을 하고 외면을 할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 신성일이 주연했던 영화 ‘맨발의 청춘’이 떠오르고 그보다는 후에 나온 영화들 ‘기쁜 우리 젊은 날’, ‘고래사냥’, ‘영자의 전성시대’ 등이 ‘청춘길일’과 오버랩된다. 그 영화의 스틸컷 한 두장을 보고 그 영화들을 불건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양승우는 일본에서 10번 이상의 사진전을 했고 네 권의 사진집을 냈고 10회 이상의 사진상을 받았다. 나머지 작업들도 훑어보았다. 자전적 기록과 밑바닥 인생들의 기록이 대부분이라 진정성이 느껴졌다. 강렬하다고 해서 그 이미지를 탐닉한 것이 아니라 양승우 본인과 가장 가까운 주변을 찍다보니 그 시기과 그 공간이 강렬하고 치열하고 ‘노골적’이었을 뿐이다. 누군가에겐 노골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와 그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에겐 그냥 익숙한 일상이었을 것이다.

올해로 양승우는 쉰살을 넘겼으니 이제 ‘청춘길일’은 손을 털었다고 봐도 되겠다. 양승우는 앞으로 기회와 여건이 된다면 한국에서도 “고향, 엿장수를 찍고 싶다”고 했다. ‘청춘길일’은 강력하다. 한국 사진계는 양승우를 주목하여야 한다.

양승우씨는 현재 일본 도쿄의 ‘젠 포토 갤러리’와 프랑스 파리의 ‘인 비트윈 아트 갤러리’의 소속작가로 활동중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전시회

편하게 노는 아이들을 편히 찍었다 [1]

  • 사진마을
  • | 2016.07.07

송주원 사진전, <자작나무 학교 이야기> 품앗이형 대안학교 아이들, 그 땐 그랬다 너무 편하여 뭔가 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 사진전을 소개한다. ...

사진책

놀던 그 때, 치열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 사진마을
  • | 2016.07.06

'청춘길일' 사진집, 사진전 일본 거주 양승우 사진가 20년째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사진가 양승우씨의 사진집 ‘청춘길일’이 눈빛사진가선...

취재

아니, 매커리도 포토샵? 후보정 어디까지 [3]

  • 사진마을
  • | 2016.07.06

매그넘 사진가인 매커리 사진전 어설프게 손댄 사진으로 발칵 “스튜디오 기술자의 실수 뭔가 더하거나 빼면 안돼” 해명 해명에도 논란 이어지자 ...

최민식 포럼

최민식 사진상 사태의 조속한 수습을 촉구한다

  • 사진마을
  • | 2016.07.05

최민식사진상 사태와 관련해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가 사진계가 공히 나서서 문제를 수습할 것을 촉구하면서 의견을 보내왔다. 싣는다. 예의를 ...

취재

누가 이 남자를 기어가게 했나? [2]

  • 사진마을
  • | 2016.07.05

[로이터 사진전-이 한 장] 4. 2006년 5월 5일 카나리제도 푸에르테벤투라    ‘로이터 사진전-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가 개막되었다. 9월 2...

취재

액션보다 리액션

  • 사진마을
  • | 2016.07.01

[로이터 사진전-이 한 장] 3. 2009년 1월 7일 ‘로이터 사진전-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가 개막되었다. 9월 25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

취재

민중을 이끄는 연필

  • 사진마을
  • | 2016.06.29

 [로이터 사진전-이 한 장] 2. 2015년 1월 11일      ‘로이터 사진전-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가 드디어 개막되었다. 9월 25일까지 예술...

취재

원조 브렉시트, 그렉시트

  • 사진마을
  • | 2016.06.28

[로이터 사진전-이 한 장] 1. 2012년 6월 축구와 정치의 같은 점 다른 점 전쟁이지만 한 쪽은 둥글둥글 ‘로이터 사진전-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

최민식 포럼

협성재단 반론에 대한 이광수 교수의 재반론

  • 사진마을
  • | 2016.06.28

  협성문화재단과 제2회 최민식 사진상 운영위원장 이상일, 제2회 최민식 사진상 심사위원장 정주하 공동명의의 반론에 대해 처음 문제를 제기한 이...

최민식 포럼

최민식사진상 관련 이광수 교수의 글에 대한 반론

  • 사진마을
  • | 2016.06.27

부산최민식사진상과 관련하여 부산외국어대 이광수 교수가 제기한 의혹에 대하여 협성문화재단과 제 2회 최민식 사진상 운영위원장 이상일, 제 2회 ...

취재

스페이스22 2017 오픈콜

  • 사진마을
  • | 2016.06.27

강남 최고의 사진 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에서 공모전을 한다는 안내문이 왔습니다.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그냥 그대로 옮깁니다. 너무나...

취재

문-다르게 보기 투표 시작 [12]

  • 사진마을
  • | 2016.06.24

6월 ‘다르게 보기’의 테마는 ‘문-다르게 보기’ 투표를 시작합니다. 지난 번과 같은 요령입니다. 1인당 3장의 사진을 고를 수 있습니다. 본인이...

최민식 포럼

최민식사진상 심사에 대한 몇 가지 의혹-이광수교수 기고

  • 사진마을
  • | 2016.06.24

최민식사진상 심사와 관련하여 부산외국어대 이광수 교수가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글을 보내왔다. 전문을 가감없이 그대로 옮긴다. 예의를 갖춘다...

사진책

한뎃잠을 자는 이유

  • 사진마을
  • | 2016.06.21

고공농성부터 천막농성현장까지... 우리 시대의 민낯 정택용 사진집 <외박> 출간, 사진전 <잠의 송> 함께  2010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

취재

중국 어선 백령도 코앞 새까맣게 몰려와 불법조업 [1]

  • 사진마을
  • | 2016.06.15

15일 오후 중국 어선들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도 코앞 바다까지 진출해 불법조업을 하고 있다. 백령도 심청각 ...

전시회

B컷 사진 전시, 해석의 반란인가 모독인가

  • 사진마을
  • | 2016.06.12

사진전 ‘폐기된 사진의 귀환: FSA 펀치 사진’ 기획자 “권력에 살해된 사진 새로운 시선으로” “선택은 편집자의 몫…B컷은 B컷일 뿐” 반론 ...

사진책

사진은 재현적 예술인가?

  • 사진마을
  • | 2016.06.08

스콧 윌든이 엮은 <사진과 철학> 서평  절반만 읽고 서평을 쓴다. 광화문에서 책을 산 지 1주일이 넘었는데 450쪽이 넘는 탓도 있지만 완전히 이...

취재

어르신들을 웃게 하라

  • 사진마을
  • | 2016.06.08

사진 가르쳐줘 전시…“눈도 마음도 탁!”  네 명의 대학생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대원칸타빌 1단지 노인정을 방문했다. 이들은 ...

취재

삶도 연기도…인생은 아직 막 내리지 않았다

  • 사진마을
  • | 2016.06.08

 내 나이가 어때서 <10> '노인인권 지킴이' 무지개인형극단      노인 학대·차별 등 녹여넣어 절절  지금, 여기 현실처럼 생생   ...

취재

송건호 대학사진상 발표

  • 사진마을
  • | 2016.06.03

청암언론문화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2016년 ‘제3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 결과가 발표되었다. 대상의 영예는 ‘메르스의 공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