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원 사진전, <자작나무 학교 이야기>
품앗이형 대안학교 아이들, 그 땐 그랬다
너무 편하여 뭔가 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 사진전을 소개한다. 지난달에 소개했던 편해문의 사진들이 떠오르긴 했다. 너무 편하다는 것은 억지스런 표현이다. 그냥 편하면 편한 것인데 “너~무 편하다”고 하는 것은 주변에 편하지 않은 사진들이 많다는 것을 대놓고 말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사진가 송주원이 편하기 그지없는 사진들로 두 번째 개인전 ‘자작나무학교이야기’를 연다. 서울 성수동의 갤러리 ‘사진창고’에서 7월 9일부터 16일까지 열리고 3일 뒤인 19일부터 30일까지에는 자작나무학교가 있었던 그 장소에서 이어진다. 자작나무학교가 뭔지 모르겠으니 송주원이 보내온 자료를 옮겨 이해를 돕는다.
자작나무 학교는 충남 아산시 응봉면 월랑리에 위치했었던 품앗이형 대안학교로 행정구역으로는 아산시이지만 거리상으로는 천안시와 더 가까운 곳이다. 이 학교는 <강아지똥 어린이집>이란 이름으로 2000년 6월에 세워져 2009년 11월에 현재의 위치로 이사하였고 중간에 <강아지똥 자연학교>라는 이름을 거쳐 2014년 9월에 <자작나무 학교>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그러다 2016년 3월에 대한민국의 현실을 너무 앞서간 교육방법과 적은 학생 수에 따른 경제적 문제 때문에 구성원들의 협의를 거쳐 문을 닫았다. 이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은 현재 홈스쿨링을 하고 있으며 교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송주원은 이 학교와의 인연에 대해 “2013년 9월에 이화동 벽화마을에서 6명이 공동으로 ‘낙산 윗동네 이야기’라는 빨랫줄 사진전http://photovil.hani.co.kr/321739을 할 당시 이 학교의 아이들과 선생님, 엄마들이 이 사진전에 왔었고, 그때 만난 아이들이 너무 해맑아서 2014년에 한 달에 한 번씩 총 10여 회에 걸쳐 품앗이로 사진 강의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 사진을 담았다”라고 했다. 이번에 아이들 부모의 동의를 구하여 사진전시도 하게 되었고 책도 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후보정과 관련해 머리가 아팠는데 이 사진들은 “너~무 후보정을 안했다”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은 음식 같다. 조미료를 쓰지 않겠다고 의도한 것이 아니라 조미료가 없거나 몰라서 안 쓴 것 같다. 조미료의 맛이 없으면 이제 음식재료의 참맛에 몰두할 수 있다.
송주원의 사진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잘 놀고 있다. 모래밭이나 타이어나 꽃이나 큰 고무 대야에 몰두하고 있다. 놀이에 몰두할 수 있어서 행복해 보이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놀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놀아본 적이 언제 있었나 싶고 요즘 이렇게 놀 수 있는 아이들을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싶다. 그 이상으로 수식할 말이 없고 수식할 필요도 없다. 사진을 찍을 때 유난스럽게 멋을 부리지 않았고 찍고 난 다음에도 과하게 손 대지 않았다. 이건 역설이 아니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송주원은 전시를 소개하는 글에서 간접화법으로 이렇게 적었다.
“그는 이 사진을 보는 모든 분들이 이 사진으로 행복해지고 미소를 지을 거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가 이 사진을 담고 보고 정리하는 순간에 항상 행복했으니까...”
사진가 송주원 약력
KAIST 전산학과 석박사
KT 연구개발부문 근무(수석연구원)
중요사진전
2013 ‘낙산 윗동네 이야기’사진전(빨랫줄 사진전), 이화동 벽화마을(9.12-9.27)
2014 ‘아 한강 365, 시즌 1’ 365일 온라인 개인전, 페이스북(1.1-12.31)
2014 개인전 ‘경계와 탈경계’ 마포아트센터(11.9-11.15)
2016 ‘아 한강 365, 시즌 2’ 365일 온라인 개인전, 페이스북(2.2-2017.2.1)
2016 ‘자작나무학교이야기’, 사진창고(7.9-7.15), (구)자작나무학교(7.19-30)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