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길일' 사진집, 사진전
일본 거주 양승우 사진가
» 사진집 표지
양씨에게 물었다.
-청춘길일은 어떤 사진이며 어떤 계기로 찍게 되었나?
“일본 사진도 있지만 한국 사진이 훨씬 많다. 대전서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가 졸업할 때 무렵 사람을 죽였다. 어린 마음에 객기를 부리다가 그랬던 모양인데 8년 가까이 감옥생활을 했다. 어린 나이에 살인죄로 형을 사니 교도소에선 서열이 높았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출감해서 돌아온 현실 사회에선 감옥의 질서와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친구녀석은 그게 잘 적응이 안되었던 모양이다. 감방에서 까마득한 후배가 사회에선 나이도 지위도 높을테니. 그러다 사회로 복귀한 지 5년 정도 지나서 자살을 하고 말았다. 목을 매달았다고 하더라. 그 소식을 듣고 한 두달 지나고 보니 친했던 친구들 사이에서 금방 잊히고 하더라.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 때 생각했다. 너무 허무했다. 내가 죽어도 물론이고 친한 친구도 이럴진대... 만나는 사람마다 쭉 찍기 시작했다. 그 사진을 모은 게 이 거다. 2012년에 일본에선 사진집으로 한 번 냈다. 찍어두면 볼 수 있는게 사진이다. 제목을 내가 지었다. 나의 청춘 시절 좋은 날들의 기억이다. 옛날에 친구들과 놀던, 2003년부터 2006년까지의 기록이다”
-사진에 누드도 있고 문신한 사람들도 많고 그렇다.
“나도 어렸을 때 깡패들하고 놀았으니 문신이 있는 친구들이 많을 수 밖에. 나도 온 몸에 문신이 있다. 왜 했느냐고? 어릴 때 과시하려고 다 하고 그랬다. 방학 때 한국에 오면 옛날 친구들을 만나게 되니 술 먹고 놀고 일하는 친구들을 찍은 것이다. 아. 그리고 내가 찍힌 사진도 꽤 들어있다. 나도 친구들의 청춘 속 일부니까. 지금도 내 친구들 중에는 사업하는 사람도 있고 술집 하는 사람도 있겠지”
-찍기 힘들지 않았을까?
“한국이나 일본이나 내가 알고 같이 노는 사람들이니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다. 내가 모르는 남들을 몰래 찍은 것이 아니라 내 청춘의 기록이다. 방학 때 한국서 만난 친구들에게 ‘나 지금 일본에서 대학원 다니면서 사진 한다’고 하면 안 믿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한 두 번 찍다 보면 무신경해진다. (사진을 가리키며) 아 그 사진은 술집 아가씨가 찍어준 거다. 술먹으면서 놀다보면 카메라에 필름 세팅해두고 ‘아무나 찍어라’라고 방치한다. 나도 취하고 다들 취하고 나면 누가 뭘 찍는지도 모른다. 나중에 현상하면 여러 가지가 찍혀있다”
‘청춘길일’을 한 장씩 넘겨보았다.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본인의 사적인 경험을 담아낸 사진이란 점이다. 나의 청춘 안에 친구들이 있고 방황이 있고 술이 있고 여자가 있는 것이다. ‘청춘길일’은 모든 사람의 젊었던 한 시절인 청춘을 다룬 사진이다. 가만 보면 정색을 하고 외면을 할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 신성일이 주연했던 영화 ‘맨발의 청춘’이 떠오르고 그보다는 후에 나온 영화들 ‘기쁜 우리 젊은 날’, ‘고래사냥’, ‘영자의 전성시대’ 등이 ‘청춘길일’과 오버랩된다. 그 영화의 스틸컷 한 두장을 보고 그 영화들을 불건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양승우는 일본에서 10번 이상의 사진전을 했고 네 권의 사진집을 냈고 10회 이상의 사진상을 받았다. 나머지 작업들도 훑어보았다. 자전적 기록과 밑바닥 인생들의 기록이 대부분이라 진정성이 느껴졌다. 강렬하다고 해서 그 이미지를 탐닉한 것이 아니라 양승우 본인과 가장 가까운 주변을 찍다보니 그 시기과 그 공간이 강렬하고 치열하고 ‘노골적’이었을 뿐이다. 누군가에겐 노골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와 그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에겐 그냥 익숙한 일상이었을 것이다.
올해로 양승우는 쉰살을 넘겼으니 이제 ‘청춘길일’은 손을 털었다고 봐도 되겠다. 양승우는 앞으로 기회와 여건이 된다면 한국에서도 “고향, 엿장수를 찍고 싶다”고 했다. ‘청춘길일’은 강력하다. 한국 사진계는 양승우를 주목하여야 한다.
양승우씨는 현재 일본 도쿄의 ‘젠 포토 갤러리’와 프랑스 파리의 ‘인 비트윈 아트 갤러리’의 소속작가로 활동중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