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사진전-이 한 장] 2. 2015년 1월 11일
‘로이터 사진전-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가 드디어 개막되었다. 9월 25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에서 열린다.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은 휴관.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7시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오후 8시에 문을 닫는다.
» 파리 거리에 운집한 수십만 명의 프랑스 시민들의 연대를 위한 <공화행진>(MarcheRepublicaine)에서 한 참가자가 거대한 연필을 들고 있다. 사회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ile Hebdo) 사무실 앞의 총기난사 사건, 몽루즈에서의 여성경찰관 피살 사건, 그리고 포트방센느의 한 유대식재료 판매점(코셔 마켓)에서 일어난 인질사태 등에서 발생한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이 추모행진에는 아랍이나 무슬림 대표들을 포함한 수십 명의 외국지도자들도 참가했다. 2015년 1월 11일 ⓒ로이터/스테판 마에
보도사진의 가치는 뉴스가치와 미적가치의 총합으로 형성된다. 뉴스가치는 뉴스성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묻는 것이며 미적가치는 여러 가지의 척도에서 얼마나 심미적인지를 묻는 것이다. 미적가치를 형성하는 여러 요인 중의 하나에 유명한 작품, 혹은 역사적 순간과의 연관성이란 것이 있다. 예를 들면 유진 스미스가 일본에서 미나마타병 환자를 찍은 사진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목욕하는 도모코를 안고 있는 어머니”란 사진이다. 일본인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가 이미 도모코를 찍은 적이 있었으나 유진 스미스는 동양적인 정서를 무시하고 연출을 하여 포즈를 만들어냈는데 그 포즈는 바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런 사례는 꽤나 많고 보도사진뿐만 아니라 광고에서도 즐겨 패러디된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으니 광고에선 연출이 가능하지만 보도사진에선 연출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오늘 소개하는 위의 사진은 외젠 들루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떠올리게 한다. 아무런 연출 없이 현대사의 순간에서 고전적인 명장면을 이끌어낸 것을 보면 이 사진가에게 대단한 눈썰미와 미적 감각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격변의 순간에 프랑스 깃발과 연필을 든 남자를 보고 화면 구성을 이루어낸 점이 탁월하다. 당시 온라인에선 이 사진을 두고 “민중을 이끄는 연필”이란 표현이 나왔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민중을 이끄는 수학의 여신” 등 많은 패러디그림이 있다. 들루크루아의 원작이 유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쨌든 그림이 아니고 사진으로 저렇게 ‘재현’해낸 것은 높이 칭찬할 만하다.
» 외젠 들루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830
외젠 들루크루아의 그림을 구도적으로 분석한 주장이 있다. 우선 삼각형 구도라는 주장이다. 정점은 프랑스 깃발을 든 여신의 손이다. 아래로 내려오며 왼쪽의 모자 쓴 신사와 오른쪽에 권총을 든 소년이 양쪽의 변을 구성한다. 아래쪽 밑변에는 적군의 시신들이 펼쳐져 있다. 또 하나의 주장은 숭고한 것은 위에 있고 점차 내려가면서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삼각형 구도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제일 높은 곳에 프랑스 정신을 상징하는 깃발이 있고 바로 아래 여신(가슴을 풀어헤친 것으로 봐서 사람이 아닌 여신임을 의미한다)이 있으며 그 밑으로 여신(한편으로 이 혁명을 이끈 정신을 뜻할 수 있다)을 따르는 민중이 있고 맨 아래쪽에 적군의 시신이 깔려있다. 그림에서 어떤 구도란 것은 쭉 내려오던 전통이며 규칙이다. 구도를 완전히 무시한 추상화가 아니라면 모든 그림은 구도에 매달려 끌려간다.
다시 스테판 마에가 찍은 사진을 보면 들라크루아의 그림과 차이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맨 위에는 연필(모형)이 있다. 이 추모 행진이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다는 뜻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 아래 연필을 든 사람이 있고 왼쪽의 자유의 여신 동상과 동급이다. 그 다음에야 프랑스 깃발이 등장하고 아래쪽에 민중들이 있다. 프랑스 깃발이 이 사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면 삼각형 구도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 사진은 천편일률적으로 정해진 구도에 따라 찍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필요하다면 화면 그 어디에 핵심이 등장해도 좋다.
오늘의 한 장은 보도사진의 가치 중에서 ‘걸작 혹은 역사적 순간’을 재현한 듯한 장면을 떠올리는 미적 가치를 잘 보여주는 사진을 소개했다. ‘로이터사진전’ 관전법 중의 하나다. 이런 사진이 또 숨어 있다. 아는 것 만큼 보인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