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부터 천막농성현장까지... 우리 시대의 민낯
정택용 사진집 <외박> 출간, 사진전 <잠의 송> 함께
» 경기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안 굴뚝 2009.8.6
2010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 1,895일의 기록을 담은 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를 냈던 사진가 정택용이 두 번째 사진집 ‘외박’을 냈다. 책 출간에 맞춰 사진전 ‘잠의 송’이 서울 종로구 류가헌에서 7월 3일까지 열리고 있다. 사진집 ‘외박’과 사진전 ‘잠의 송’은 고공농성부터 천막농성현장까지 “우리 시대의 한뎃잠”을 담고 있다.
‘외박’은 2부로 구성되어 총 140여 점이 실려있다. 1부 고공농성은 2006년 5월 1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타워크레인에 오른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진부터 2016년 4월 18일 부산 만덕지구 철탑 위의 철거민 사진까지가 실렸다. 2부 한뎃잠은 2006년 2월 15일 서울 광화문 도로에 드러누운 금속노동자의 사진부터 2016년 5월 11일 단원고 교실에서 잠을 자며 지키는 세월로 참사 유족의 사진까지다.
크레인 위에서 점처럼 서있는 사람이 보이는 사진에 대해 물었더니 정택용은 “잘 보이지 않겠지만 누군지 알고 있다. 직책까지 분명하게 해야 한다. 그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강병재 의장이다”라고 말했다. 굴뚝 위에서 헬기로 후송되는 사람에 대해서 “쌍용차 서맹섭 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으로 짐작하고 있다.”라고 했다.
현장을 지키는 다큐멘터리사진가에 대해서 자주 언급한다. 어떤 곳이 현장인가? 인천국제공항 교통센터에서 새우잠을 청하고 있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진,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길에서 연좌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사진, 2007년 대형마트의 매장에서 쪽잠을 자는 노동자들의 사진에서 현장의 정의를 찾을 수 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인천공항, 세월호 유가족, 대형마트 노동자들도 가정으로 돌아가면 가장이고 마을의 주민이다. 이에 따라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탕도 현장이며 속속 생겼다가 속속 문을 닫는 동네 치킨집, 미장원도 사진가들이 지켜야 할 현장이다.
»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안 N암벽문 옆 타워크레인 2015.6.24
» 뉴코아킴스클럽 2007. 07. 29
» 인천국제공항 교통센터.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2013.12.19.
»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 2014.5.9.
소설가 조세희씨는 추천사에서 “정택용의 이번 사진집 ‘외박’은 아름다울 수도, 아름다워서도 안 되는 그 아득한 세상에 대한 기록이다. 새도 둥지를 틀지 않는 굴뚝에서, 철탑에서, 교각 위에서, 아시바탑 위에서 불안한 잠을 청해야 하는 어떤 현대인들의 가파른 운명에 대한 새로운 인류학 보고서이기도 하다.”라고 썼다.
류가헌 전시장을 지키고 있는 정택용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사진을 찍고 있는지 물었다. 정택용은 책에 있는 저자 소개를 빌어 “2005년 서울 금천구 기륭전자에서 처음 현장 노동자들을 찍었다. 그 뒤로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국가폭력이 끊임없이 뒤섞이는 현장 속에서 자본한테는 ‘사람’이 아닌 사람, 국가한테는 ‘국민’이 아닌 국민을 찍어왔다. 사진을 찍을수록 대추리나 제주 강정, 밀양, 용산과 더불어 숱한 노동 현장이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알아간다. 그 끈을 발견하는 일이 사진기가 든 가방을 가볍게 만든다.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생태를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에도 관심이 많지만 언젠가는 풍경 사진만 찍으며 먹고살 수 있는 날들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나도 그가 언젠가는 풍경 사진만 찍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하긴 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