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건호 대학사진상 발표

사진마을 2016. 06.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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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h05.jpg » 제3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시상식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이즈에서 열려 수상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정영무 한겨레신문사 사장, 우수상 정규인(한국기술교육대)씨, 우수상 박형기(중앙대)씨, 우수상 김민호(상명대)씨의 형 김준호씨, 최우수상 정상희(건국대)씨, 대상 조태형(상명대)씨, 이해동 청암언론문화재단 이사장.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sgh02.jpg » 대상 조태형(상명대) 메르스의 공포

sgh10.jpg » 최우수사 정상희(건국대) 청춘 색을 잃다

sgh08.jpg » 우수상 정규인(한국기술교육대) 등 돌려진 빛나는 한글

sgh07.jpg » 우수상 박형기(중앙대) 양극화의 그늘

sgh06.jpg » 우수상 김민호(상명대) 꺼지지 않는 철탑 밑의 촛불

청암언론문화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2016년 ‘제3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 결과가 발표되었다. 대상의 영예는 ‘메르스의 공포’를 출품한 조태형(상명대)씨가 차지했다. 최우수상은 정상희(건국대)씨의 ‘청춘, 색을 잃다’가 수상했고, 우수상은 김민호(상명대)씨의 ‘꺼지지 않는 철탑 밑의 촛불’, 박형기(중앙대)씨의 ‘양극화의 그늘’, 정규인(한국기술교육대)씨의 ‘등 돌려진 빛나는 한글’이 뽑혔다.


 모두 391점이 출품된 이번 공모전의 수상작과 전시작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두 가지에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공모전에 출품한 학생들의 관심사가 전년에 비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작품을 뽑은 심사위원들의 선정 기준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 두 가지 관점은 맞물려 순환한다. 내년의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을 참가자들에겐 힌트와 대안이 될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을 제출한 참가자들과 보이지 않는 대화를 한다. 무엇을 어떻게 찍어 제출할지 고민하는 참가자들의 관점, 곧 우리 사회를 보는 젊은 사진가의 안목을 심사위원에게 던지고 평가를 요구한다. 심사위원의 선택은 그 젊은 사진가들에게 등불과 같은 구실을 하고, 미래의 사진을 향한 길을 제시하는 격이므로 보다 중요하다.


 붉은색과 옅은 녹색의 닫힌 문, 그 객차 안에 탄 승객들을 포착해 대상을 받은 조태형씨의 ‘메르스의 공포’는 지하철 문이 닫힌 평범한 일상을 담았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마치 격리병동에 갇힌 것처럼 보인다. 2015년을 살았던 한국인들이라면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었던 ‘메르스 감염’의 무서운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심사위원장인 최경진 교수(대구 가톨릭대학교 언론광고학부)는 “국민적 공포심과 사회적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해갈 수밖에 없는 소시민들의 모습이 한 장의 사진으로 포착된 것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의 여지를 주고 있는 이 한 장의 사진에 심사위원들은 적지 않게 공명을 했고, 응모작품들 중 가장 큰 문제작이라고 판단해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상을 받은 조태형씨는 “메르스의 공포를 표현하기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신도림역을 찾아가서 꽤 기다렸다. 상을 받은 것은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한다.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더 열심히 하라는 얘기로 받아들인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상작들은 제목에서 사진의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정상희씨의 ‘청춘, 색을 잃다’는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이란 괴물 앞에서 젊은이들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개성(색)을 잃어버리고 본질을 알 수 없는 익명의 회색으로 변해가는 참담함을 보여주고 있다. 입사지원서와 수험서적만 컬러로 남기고 나머지는 흑백으로 변환한 실험적 작품이 입상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규인씨의 ‘등 돌려진 빛나는 한글’은 한글에 대한 관심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정씨는 “사진 속 모습처럼 우리는 아직도 한글에 편하게 기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고 있는 존재가 당연한 듯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은 채 등 돌린 것처럼 느껴진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김민호씨의 ‘꺼지지 않는 철탑 밑의 촛불’은 밀양 송전탑 아래서 촛불을 들고 앉은 사람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담았다. 박형기씨의 ‘양극화의 그늘’은 아름다운 고층 아파트와 남루한 판잣집의 야경을 극명하게 대조시킨다. 그늘지고 어두운 곳을 지키는 것이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기본자세다. 우수상 세 편은 모두 빛과 어둠의 대비를 잘 이용한 작품이다.

 

 

sgh01.jpg » 김유림(경희대) 엇갈린 희비

sgh03.jpg » 박정욱(홍익대) 일회용 책임

sgh04.jpg » 성시호(한양대) 젊음, 시위에도 웃음이 있다

sgh09.jpg » 정연우(계명대) 꺼지지 않는 불

sgh001.jpg » 모휘정(한동대) 쓰러진 백남기 농민

sgh002.jpg » 조해솔(경일대) 생존이란

sgh003.jpg » 박민혁(상명대) 괴물-1

sgh004.jpg » 석경목(계원예술대) 가면무도회

sgh005.jpg » 김민호(상명대) 아이들이 있던 그 곳으로

sgh006.jpg » 박기덕(계원예술대) 대학가 풍자도

sgh007.jpg » 이기영(단국대) 2015년 서울의 횃불

sgh008.jpg » 강유환(상명대) 영도다리 밑 파마 아줌마

sgh009.jpg » 이윤청(한동대) 힘을 내요 슈퍼파워~

sgh010.jpg » 손샛별(상명대) 잠들지 않는 서울 속의 바다_노량진 수산시장

sgh011.jpg » 유성아(상명대) 다르다는 이유로 5M를 더 가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sgh012.jpg » 이환희(한국기술교육대) 멈추지 않는 도전은 젊음의 특권이다

sgh013.jpg » 차정규(고려대) 엄마의 졸업식

sgh014.jpg » 김상우(강동대) 누군가에겐 전쟁터입니다

sgh015.jpg » 배인기(충남대) 계단

sgh016.jpg » 이동률(조선대) 아직도 슬픈 5월

 

상을 받진 못했지만 전시장엔 20점의 사진이 더 걸린다.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은 대학생이라야 응모할 수 있다. 공모 주제가 2015년에 발간된 대학신문(학보)에 실린 사진 또는 온라인 뉴스에 실린 사진, 대학 내외부의 시사성을 담은 사진, 대학가 및 대학생의 일상생활을 담은 사진으로 정해져 있으니, 사실상 거의 모든 것을 찍어도 가능했다. 기존 사진가나 사진기자들이 찍는 사진을 흉내 낸 응모작도 많았는데, 이런 태도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대학생의 신선한 시선을 담은 작품도 눈에 띄었다. 박정욱(홍익대)씨의 ‘일회용 책임’ 같은 경우다. 버려진 반려견들이 쓰레기 더미에서 눈을 붙이고 있는 안타까운 장면으로 무책임한 세상을 고발한 작품이다. 성시호(한양대)씨가 찍은 ‘젊음, 시위에도 웃음이 있다’와 정연우(계명대)씨의 ‘꺼지지 않는 불’은 시위현장과 새벽까지 이어진 노동현장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긍정적 에너지의 힘을 보여준 좋은 사진이다. 김유림(경희대)씨의 ‘엇갈린 희비’는 축구 시합에서 기뻐하는 쪽과 실망하는 쪽을 한 앵글에 잡아낸 수작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렇듯 늘 빛과 그늘이 공존한다. 이기는 날, 승자가 있으면 지는 날도 생기고 패자도 존재하는 법이다. 언제든 양쪽이 처지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나와 남이 크게 다르지 않다.
 공모전에서 상을 받지 못한 참가자들이 더 많다. 오늘을 자양분 삼아 내일을 준비하면 웃는 날도 온다. 더디게 다가오더라도 오늘 조금 토대를 쌓아두면 밝은 미래가 한 발짝 더 다가오는 게 세상 이치다. 모든 참가자들에게 사진의 ‘포스’가 함께하기를!


 공모전 심사는 1차와 2차로 나눠서 진행되었다. 수상작과 더불어 전시작품으로 선정된 다른 20점의 사진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이즈’ 제1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6월13일까지. (02)736-6669.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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