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가 최민식사진상에 대한 모든 논란을 접을 것을 제안하며 글을 보내왔습니다. 전문을 게재합니다. 사진마을
» 최민식 선생
일 년 넘게 지루하게 끌어온 최민식사진상에 대한 모든 논란을 접을 것을 제안합니다. 무력감과 침통함이 앞서지만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소모적이며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질곡 속으로 빠져들 우려가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수습을 위한 공개 토론 요구에 협성문화재단, 이상일 운영위원장, 정주하 심사위원장(이하 주최 측)은 ‘원색적 이전투구’ 운운하며 ‘공신력 있는 제3자’가 주관할 것을 수정제안해 온 바 있습니다.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주최측이 주관하면 될 것을 문제 제기의 진의를 왜곡하고 적대시하여 또다시 시간만 허비하고 말았습니다. 협성이건 고은이건 토론의 장이 만들어지면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표명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주최측은 진영의 논리를 앞세워 편을 가르고 논점을 잘못 짚어 오다 결국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쳐 버렸습니다. 문제 제기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공개 토론의 장은 주최측을 겁박하거나 인신공격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최초 이광수 교수가 제기한 대로 사진가 최민식의 정신과 휴머니즘에 대한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앞으로 사진상 운영에 있어서 시행착오를 막자는 건설적인 취지였습니다. 주최측은 1차 입장 표명에서 앞으로 “메니페스토(manifesto) 단을 구성하여, 취지와 요강 및 운영에 관한 세부적 사항들을 다듬어 갈 것이다” 해놓고서 사진상을 슬며시 폐지해 버린 바가 있습니다.
그동안 본인은 주최측이 수정제안한 대로 공개 토론을 주최할 제3자를 물색해 보았으나 한국사진계에서는 아무도 이 ‘뜨거운 감자’를 받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유족의 허락을 전제한 주최측의 요구에 유족 대표 최유도 씨(장남)께서는 “공개 토론을 허락할 뿐만 아니라 열리면 참석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제게 표명해 온 바 있습니다. 주최측은 그동안 제3자를 물색하려는 그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주최측이 공개 토론에 임하려는 아무런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졌고, 그동안의 문제 제기를 통해 최민식사진상의 파행적 운영에 대한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사진상도 폐지해 버린 마당에 더 이상 이를 거론하는 것은 소모적이고 사진계의 분열만 가져올 뿐입니다. 이에 최민식사진상에 대한 모든 논란을 종결할 것을 주최측과 문제 제기자분들께 간곡히 제의합니다. 물론 거론하지 않는다고 하여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었다는 뜻은 아니며, 앞으로 공개 토론의 장이 열린다면 본인도 언제든지 이에 응할 용의가 있습니다. 최초 문제 제기자이며 고군분투해 온 이광수 교수도 이제 공분을 삭이고 심도 깊은 비평으로써 최민식 사진정신을 선양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이번 일로 가장 큰 상처를 받은 이는 고 최민식 선생과 유족 그리고 떳떳하게 상을 받아야 할 수상자와 응모자들이며 한국사진계입니다. 상처의 봉합이 문제 해결이나 묵인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운영위원장과 심사위원단은 또다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중해야 하며, 사진계의 화합을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할 것입니다. 협성재단 또한 설립자의 의도가 어떠했든 간에 이 사진상을 무모하게 운영하고 수수방관하다가 결과적으로 최민식 선생의 이름에 누를 끼치고 결국에는 사진상을 자의적으로 폐지한 책임을 통감하고 다시는 한국사진계를 함부로 넘봐선 안 될 것입니다.
본인이 사진상 논란에 적극 개입하여 발언한 것은 공적이고 도덕적인 공분(최민식 선생의 사진과 사진정신을 꾸준히 폄훼해 온 자들이 어떻게 이 상의 운영과 심사에 관여했느냐라는 아주 단순하고 본질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밝힙니다. 사진가 최민식 선생의 고난으로 점철된 삶의 역정을 곁에서 지켜본 출판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분에 대한 조직적 능멸과 명예훼손을 참고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논의의 전개에 있어서 본의 아니게 심려하신 분이 계시다면 진의를 헤아려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본인은 지난 8월 12일, 부산의 고 최민식 선생댁을 방문하여 저간의 사정을 사모님과 유족촉 측에 보고하고 위로의 말씀을 올린 바 있습니다. 또한 이 부도덕하고 부적합한 사진상에 연루되어 3주기가 넘도록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최민식 선생의 추모사업에 미력하나마 혼신을 다해 협조할 것을 약속드린 바 있습니다.
최민식 선생의 사진을 사랑하고, 그동안 이 논란을 가슴 조이며 지켜봐 주시고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 이 사태의 수습을 위하여 유일하게 창구를 열어 준 한겨레 사진마을 곽윤섭 촌장께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16년 9월 5일
눈빛출판사 대표
이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