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5색 의기투합 "4대강을 원래대로 돌려라"
<강강수원래> 사진전,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 강변연가, 남궁담
사진공부를 하다가 만난 5인 5색의 사진인들이 의기투합하여 4대강의 문제를 다룬 사진전 ‘강강수원래(江江水原來)’를 열었다. 서울 광진구 광진문화예술회관 1층에 있는 나루아트센터에서 9월 6일까지. 강강수원래는 “강을 원래대로 돌려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박찬원씨의 사진전 <숨, 젖, 잠>에 대한 기사를 쓰고 나서 몇 분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뭘 찍어야 된다는 것인지?”, “지금 내가 이런 것을 찍고 있는데 이건 안 되는 건지?”
어제오늘 사이에 나의 기준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나는 예전부터 사진마을에 사진전시나 사진집을 소개할 때 일관성있는 주장을 펼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가 의견이 부딪히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박찬원씨의 양돈장 작업에 대한 나의 의견은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소재주의적 작업”이란 말로 귀결된다.
다시 말하자면 나의 기준은 이렇다. 우선 “왜 찍는가”가 해결되어야 한다. 사진마을에 내가 소개한 사진전을 하나씩 검토해보자.
박세리 작가의 <안녕>은 잠을 자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형태상 잠과 죽음이 비슷하다는 측면에서 착안했다. 모든 사람이 잠을 자고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 이것만으로도 사진을 찍는 명분이 충분했다.
남정문 작가의 <주변인들>은 마을버스 노선 주변의 거리 풍경이다. 도심에서 한 발짝 비켜난 공간의 보통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담았다. 이 역시 명분에 대해 가타부타할 필요도 없이 충분하다.
신동필 작가는 민주화운동부터 장기수, 위안부 등 사회적 약자와 사회적 모순을 보듬어 안아주는 작업을 했다. 명분을 넘어 훌륭하기까지 하다.
편해문 작가의 <아이 놀이를 발명하다>도 말이 필요 없다.
박신흥 작가의 <해피데이즈>는 행복을 전해주는 사진이니 이 또한 더 수식이 필요 없다.
김승현 작가의 <낯선 일상, 그 이후>도 우리 삶의 경계 안팎에 관한 고찰이니 와닿는다.
위 여섯 작가의 소재나 명분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우리 삶과 따로 노는 사진들이 아니란 점이다. ‘강강수원래’를 전시하는 5인 중 2인과 통화했다. 이들은 “우리는 사진을 통해서 사회적 이슈를 표현하고 싶었다. 사회를 분노케 하는 여러 이슈들 앞에서 각자 1인 시위를 하면서 의사표현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 하면 울림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진으로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일문 일답이다.
-그래서 굳이 당신들이 찍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5인 중에 한 분이 대청댐 수몰지역의 사람이니 직접 연관이 있다. 나머지 4명은 4대강과 직접 연관은 없지만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 4대강은 현지 주민들에게만 영향을 준 것은 아니라고 본다. 많은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쳤으니 우리 일동은 동지적 의식을 가지고 이번 주제를 택했다. 사진의 방향을 잡는 것에 대해 우리는 늘 고민하고 토론한다.”
-사진을 위한 사진을 찍으러 간 것은 아니냐?
“안타까운 마음을 사진으로 표현하려고 간 것이지 사진실력을 자랑하러 간 것이 아니다”
-한 번 주제를 잡았고 2년 찍었다고 들었다. 이번에 전시하고 나면 4대강은 다시 안 쳐다보는 거냐? 지속성이 없다면 결국 ‘사진을 위한 사진’이 되는 것이 아니냐?
“이번 작업을 기반으로 해서 다음 주제를 잡을 것이다. 의논하고 방향을 정할 것이다. 우리 일행은 환상적인 팀워크를 가졌다. 토론을 충분히 하고 4대강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부조리를 향해 렌즈를 겨눌 것이다.”
» 수몰, 유재철
» 서른 여섯개의 봄, 이상곤
» 강변 아방궁, 홍광범
» 마지막 왕국, 이혜숙
홍광범은 강변 아방궁이란 제목으로 전시한다. 아방궁처럼 지어진 강문화관 전망대 같은 시설물들을 보여주는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직설적이다. 원래 사진 찍기란 것은 직설법을 피하려는 노력과 동의어인데 이런 방식을 택했으니 불 같은 분노가 보인다. 유재철은 수몰이란 제목으로 물에 잠겼다가 가뭄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폐허 같은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처참하다. ‘전과 후’는 여간 성실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작업이다. 고생했다. ‘서른여섯 개의 봄’을 전시하는 이상곤은 수몰지역 출신이다. 그 동네에 살았던 사람들의 기념사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생생하다. “이런 것이다” 이런 것이다.
이혜숙은 마지막 왕국이란 제목으로 이사 가고 난 잔재를 멋을 부려서 보여주고 있다. 맞다. 쓰레기는 아름답게 찍어야 하고 장미꽃은 수수하게 찍어야 하는 것이 사진이다. 남궁담은 강변연가라는 제목으로 감정이 제대로 이입이 된 사진들을 보여주려 했다. 무비판적으로 사진을 보는 독자라면 이게 누가 찍은 사진인지 모른 채 그냥 강의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비판적으로 볼 줄 아는 사람에겐 강이 아니고 사진이 보인다.
이렇게 해서 5인이 서로 다르게 찍는 것까지는 훌륭하게 해냈다. 다음엔 또 뭘 왜 찍는지 지켜보겠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