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시’ 10장의 소장용 시리즈(뮤지움 퀄리티 파이버 베이스 인화지 프린트 수작업)
사진가 성남훈의 전시 <꿈은 시간을 모른다>가 8월 3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셀렉션 앤 컬렉션’이란 부제가 달려있다. 스페이스22 쪽에서 성남훈 사진가의 작품을 선정했고 일반 관람객이 소장할 수 있게 판매한다는 뜻이다. 갤러리 수익은 포함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판매가 중의 일부를 갤러리가 취하지 않는다.
전체 전시되는 사진은 60여 장이고 그 중에서 ‘유민의 땅’ 연작에서 10장을 판매한다. 성남훈 작가의 사진 중에서 유민의 땅 연작 중 15점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같은 수준의 파이버 베이스 인화지 프린트 수작업 작품이므로 가치가 특별하다고 전시주최 쪽이 전해왔다. 판매되는 10장 안에는 ‘집시 소녀’와 ‘바이올린 선율 위의 집시들 풍경’ 등이 포함되어 있어 성남훈 작가의 수 많은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판매되는 작품의 크기는 세 가지로 정해졌다. 11R (11 X 14 인치), 16R (16 X 20 인치), 30R (30 X 40 인치). 이 중에서 11R과 16R은 낱장 판매도 하고 전체 10장 세트도 판매한다. 10장 세트로 구입할 경우 20% 할인해준다고 한다. 현장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을지 궁금해서 주최 쪽에 알아봤는데 “자신할 수 없다”는 답이 왔다. 사진작품이 뭐 밥솥 사는 것도 아니고 이번에 판매되는 사진들은 모두 손으로 만든 것이니 전시장에서 주문하면 몇 일 후에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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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는 성남훈 작가가 파리 사진학교에 다닐 때 찍었던 파리 사진들이 처음 공개된다. 성남훈은 작가노트에 이렇게 적고 있다.
“‘꿈은 시간을 모른다. 부정도 모른다. 숭고하고도 예측할 수 없는 이미지들을 돌발적으로 솟아오르게 하는 것이다.’ _ 파스칼 키냐르
사진도 시간을 모른다. 분명 사진이 시간에 빚져 새로운 생명을 얻는 행위이지만 시간을 고정시키는 그 찰나의 순간 예측할 수 없는 이미지들을 돌발적으로 솟아오르게 한다.
현재를 죽여 소복이 쌓아 놓은 낡은 필름들 틈으로 살며시 기억을 집어넣어 보면 고정된 그 당시 시간의 나열보다는 셔터를 누르기 위해 잠시 멈춰 놓은 호흡 같은 가쁜 진공의 이미지들이 재조합되어 돌아온다.
파리, 아이, 집시들의 사진은 기억의 서쪽이다. 불안한 20대의 나를 숨기기 위한 가림막이자 얼어붙은 나를 깨트려준 작은 바늘 같은 것이다.”
8월 3일 시작되며, 때를 맞추어 눈빛출판사의 눈빛사진가선 신간으로 <성남훈 사진집>이 함께 선보여질 예정이다.
사진계의 완성은 작품과 관객의 만남에 있다. 사진집으로 작품을 만나도 좋고 사진전시장에서 큰 크기의 작품을 관람하는 것도 좋다. 여유가 있다면 그 작품을 사서 집에 걸어 두는 것이 최상이다. 사진가가 한 눈 팔지 않고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토대는 전적으로 관객에게 달려있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 수십, 수백 만 명인데 그들이 사진집 한 권 없고 사진전시 한 번 가본 적이 없다면 어불성설이다. 물론 이렇게 해서 관객의 은혜를 입은 사진가는 딴 짓을 해선 안된다는 것도 엄중한 사실이다. 스페이스22는 알다시피 무료입장이고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인 지하철(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번 출구) 입구에서 5미터 거리에 있으니 일단 구경가보고 마음이 내키면 주머니를 열도록 하자.
성남훈은
1992년 프랑스 파리 사진대학 ‘이카르 포토(Icart Photo)’에 재학 중 ‘집시’ 사진으로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르 살롱’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1999년 인도네시아 민주화과정을 취재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월드프레스포토에서 ‘일상뉴스 부문’을 수상했으며, 2009년 옛 동티벳 캄지역 비구니승려의 포트레이트인 <연화지정>시리즈로 월드프레스포토에서 ‘포트레이트 부문’을 수상했다. 월드프레스포토에서 두 번이나 수상한 국내 유일의 사진가이자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코소보, 에티오피아,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발칸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전쟁지역, 소외지역을 다니며 유민들의 부유하는 삶을 기록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