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전의 최민식 선생, 2012년 6월 서울. 곽윤섭 촬영
최민식사진상 사태와 관련,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의 '공론의 장' 제안에 대해 협성문화재단, 제2회 최민식 사진상 운영위원장 이상일, 제2회 최민식 사진상 심사위원장 정주하 공동명의의 '수정제안'이 왔다. 예의와 배려를 갖춘 모든 의견을 환영하고 수용할 것이다.
사진마을 촌장, 의견 보내실 분은 kwak1027@hani.co.kr
이규상 눈빛출판사 대표의 글 <최민식 사진상 사태의 조속한 수습을 촉구한다>에 대한 우리의 입장
이규상 눈빛출판사 대표는 7월 5일 사진마을에 <최민식 사진상 사태의 조속한 수습을 촉구한다>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에 우리는(협성문화재단, 이상일, 정주하 이하 우리)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이규상 대표는 이 글에서 지금까지 이광수 교수가 제기하였던 문제들을 다시 거론하면서 ‘공론의 장’을 제안하였다. 이 대표의 글 가운데 “그동안 제기된 문제와 의혹”으로 적시된 내용은 그간의 문제제기와 큰 차이가 없고, 이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미 소상히 답변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으므로, 이른바 ‘공론의 장’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지만, 이번 일을 수습하고자 하는 노력에 대해서는 일단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가 이미 설명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새삼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므로, 그의 글에서 새롭게 바로잡아야 할 부분에 대해서만 지적하고, 제안된 ‘공론의 장’에 대한 우리의 수정제안을 밝히고자 한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대표의 글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주최 측은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하지 말고….” 라는 언급이 사실과 전혀 다름을 분명히 해두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 글은 본 사안과 관련하여 우리가 내놓는 세 번째 입장 표명이다. 지난해 여름 이광수 교수의 최초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우리는 소상하게 답변한 바 있으며, 지난달 사진마을에 올라왔던 글에 대해서도 우리의 입장을 충분하게 표명한 바 있다. 우리가 알기로 이광수 교수나 이규상 대표가 공식적인 지면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모두 세 번뿐이었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페이스 북과 같은 SNS를 통해 어지럽게 이어진 인신공격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말이 대체 어디에 근거한 이야기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 거친 비방들에 우리가 같은 수준으로 일일이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은 사실을 비난하는 것이라면, 이대표가 ‘공론의 장’에서 원하는 것도 그러한 원색적 이전투구인지 묻고 싶다.
두 번째는 이대표와 이교수가 제안한 ‘공론의 장’에 대한 문제이다. 두 사람은 반복하여 우리에게 공론의 장으로 나오라고 하면서, 또한 우리에게 그 자리를 만들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일과 관련하여 너무나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단정들이 난무하고 있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논쟁에는 상대가 있다. 이대표나 이교수가 마녀사냥이 아니라 진정한 토론을 원한다면, 상대에 대한 예의와 배려를 먼저 갖추어 주기를 당부한다. 거듭 밝히지만, 우리는 제2회 최민식 상의 진행과정에서 어떤 윤리적·법적 문제도 없었음을 확신한다. 물론 누구든 이러한 우리의 입장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직접 공론의 장을 만들기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시비가 가려지기도 전에 ‘사과’를 먼저 거론하는 것도 매우 부당한 처사이다. 이것은 ‘공론의 장’의 아니라 잘못에 대한 인정을 바탕으로 ‘사과의 장’을 만들라는 의미와 같다. 이런 정황이라면 공정한 의논이 불가능할 것임은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 그런 자리에 정말 상대를 불러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 것인가? 의심은 합리적 결정을 위한 최초의 의문이어야 한다. 단지 의심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결론까지 내려 상대를 겁박한다면 이는 폭력이다. 자신에게 어떤 신념이 있다고 해서 폭력적 언사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말이 나온 김에 이와 무관하지 않은 사실을 하나 더 밝혀 놓을 필요가 있겠다. 이 대표는 “사태 초기 부산시경에서 수사 협조를 본인에게 요청해 온 바가 있었지만 이 사안은 수사기관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거절한 바가 있다.” 라고 언급하였다. 이번 사안이 법률적 다툼의 대상이 아니라 사진계 내부의 논의로 풀어갈 문제라는 판단으로 그리한 것이라 믿고 싶다. 하지만 이상일 관장은 이대표의 합리적 판단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터무니없는 무고에 의해 바로 그 부산시경에 불려가 3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아야 했으며, 자신의 계좌를 모두 압수수색 당하는 치욕을 겪어야 했다. 조만간 이것이 누구의 무고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분명히 밝혀지겠지만, 이미 입은 상처는 과연 누가 보상할 수 있는가? 입장이 다르고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근거 없는 음해로 그런 상처를 입혀도 괜찮은 것인가? 이러한 상처의 치유 없이 과연 ‘화해’가 가능하리라 생각하는가?
이와 같은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우리는 이 대표가 제안한 ‘공론의 장’에 대한 우리의 수정제안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첫째, 이대표와 이교수가 말하는 ‘공론의 장’은 반드시 중립적이고 공신력이 있는 제3자가 주관하여야 한다. 처음 이 논쟁이 시작되던 무렵에는 심사과정에 대한 의혹 제기와 함께 ‘최민식 사진상의 바람직한 방향’이라든가 ‘최민식 선생의 사진철학과 다큐멘터리 사진’과 같은 건설적 논점들도 그 바탕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초점은 일방적이고 원색적인 인신공격으로 완전히 옮겨가 버렸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미 사실관계를 충분히 밝힌 바 있다. 그러므로 만약 공론의 장이 만들어진다면 그곳에서는 이미 막장에 다다른 인신공격의 반복이 아니라 한국 사진의 발전에 유익한 건설적 논쟁이 치열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어렵게 만들어진 자리가 사진계에 대한 환멸로 끝나지 않고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려면, 논의가 궤를 벗어나지 않도록 책임 있게 관리할 주체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까지 어느 한쪽의 입장에 선 사실이 없는 공적인 주체가 나서서 그 역할을 맡아 주기를 기대한다.
둘째, 공론의 장이 열리는 장소는 당연히 부산지역이 되어야 한다. 이대표가 무슨 이유로 “서울이건 부산이건”이라고 언급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최민식 상과 관련된 이번 일들은 부산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므로 논의의 장소는 부산이 되는 것이 상식적이다.
셋째, 매우 중요한 문제로서, 토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민식 선생 유족의 서면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광수 교수가 제기한 ‘의혹’과 ‘문제점’들에 대해 토론이 진행된다면 그 과정에서 최민식 선생과 그 유족에 대한 언급도 피해갈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이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먼저 이 ‘공론’에 대해 대표성 있는 유족의 공식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론의 장’에 대한 그간의 사정이 단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소란이 조속히 정리되기를 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규상 대표의 제안을 위와 같이 수정된 내용으로 수용하고자 한다.
온라인상의 ‘들끓음’과 ‘실상’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사진계의 대다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주체들이 이 사태를 안타깝고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시비에는 가능한 한 개입하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것이 삶의 지혜이겠으나, 그래도 한국사진계에 대한 애정을 여태 간직하고 있는 누군가가 맑고 지혜로운 판단으로 나서주시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2016. 7. 9.
(재)협성문화재단
제2회 최민식 사진상 운영위원장 이상일
제2회 최민식 사진상 심사위원장 정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