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반짝 반짝 조우

사진마을 2017. 0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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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미스소니언사진전 해외 첫 나들이

경이로운 자연, 일상에서 발견한 순간들

벽, 바닥, 통로 공간에 사진 주렁주렁 배치

 

smith01.jpg » 2012년 5월 20일 일몰, 금환일식을 바라보는 구경꾼. ©콜린 핀스키

‘스미스소니언사진전’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둘레길에서 열리고 있다. 3월 15일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문의 02-332-8011

 이 전시는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스미스소니언의 산하 기관인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이 매년 진행하는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사진 콘테스트의 역대(2003년~2015년) 수상작들 중에서 추려진 140여 점으로 꾸려졌다. 콘테스트는 미국, 자연, 여행, 지속 가능한 여행, 인물, 보정사진, 모바일의 7가지 분야로 나눠져 있는데 이번 전시는 7개의 분야를 새롭게 재배치하여 1 “형언할 수 없는”, 2 “익숙함을 벗어난”, 3 “햇살처럼 빛나는”의 세 가지 큰 테마로 재구성되었다. 잠깐 딴소리를 하자면 나는 그동안 ‘스미소니언’으로 알고 있었는데 ‘스미스소니언’이었다. 발음은 거의 스미소니언처럼 들리긴 하지만 철자는 SMITHSONIAN이었고 우리 말 표기도 스미스소니언이다. 나만 그랬나?
 
 콘테스트에 특이한 이름의 분야가 있었다. ‘여행’이 따로 있고 ‘지속 가능한 여행’(Sustainable Travel)이 있다. 이 분야는 2015년에 신설되었으며 흔히 말하는 공정여행과 맥락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주최 쪽은 설명했다. 쇼핑, 호텔업, 면세업, 항공업 같은 4대 관광 수혜산업에 치중되던 것에서 탈피하여 관광으로 인한 지출이 해당 지역에 고루 흡수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여행’이 전파되기를 장려하는 뜻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여행지를 해치지 않으면서 여행자와 현지가 상생하게끔 하자는 것이다. 이 분야에 출품하려면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고민이 되기도 하지만 대단히 신선해서 좋다.
 
 그동안 스미스소니언 사진 콘테스트의 수상작들은 미국 내에서만 전시되었는데 이번 한국 전시가 미국 바깥으로 나온 첫 전시라는 점이 놀랍다. 이에 대해 주최 쪽에선 스미스소니언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면서 16,900여 점에 달하는 한국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한국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해외 박물관이라고 전해왔다. 또 지난 2015년엔 일반인에게는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781점의 한국문화재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으며 아시아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기관인 스미스소니언 프리어 새클러 미술관 내에는 총 500여 점의 한국 문화재를 전시하는 한국 문화재 전시실이 있으며, 국립자연사박물관 내에는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한 단독 갤러리인 한국관이 있다고 한다. 주최 쪽에서는 4년 전에 스미스소니언 포토 콘테스트의 수상작 전시를 한국에서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마침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스미스소니언 쪽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이번 전시가 성사되었다고 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예전에 동대문운동장이 있던 곳이다. 찾아보니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2007년 11월에 마지막 경기를 치렀고 12월부터 철거를 시작했었다. 사진집과 사진전 ‘동대문운동장’을 사진마을에서 기사로 소개한 적이 있었다. http://photovil.hani.co.kr/249709
 
  2017년 2월 지금 전시가 열리고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야구장과 축구장이 있던 곳이라고 이야기하면 젊은 세대들은 “노인네 냄새가 난다”고 할지도 모를 일인데도 꺼낸 이유는 전시장소인 둘레길이란 공간이 아주 특이하기 때문이다. 완만하게 둥근 타원형의 복도처럼 이어지는데 마치 예전에 이곳에 있던 축구장이나 야구장 관중석 아래층의 외곽 통로를 걷는 기분이 들었다. 전시장 입구에서 출구까지는 살짝 경사가 져있는 오르막이긴 하나 이 역시 아주 완만하여 걷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산책길을 걷는 느낌도 들었다.

 

smith02.jpg » 또 다른 시각. ©크리스티나 부케아티

smith04.jpg » 엄마 저 아래에 있어요. 배고파요. ©비욘 올센

smith07.jpg » 태양머리. © 거트 베겐

smith09.jpg » 두분의 대통령. ©올리비에르 둘리에리

smith10.jpg » 장수거북 한쌍. ©벤 힉스
 
  작은 시야로 보자면 큰 3가지 테마 아래 작은 소주제들이 이곳저곳 흩어져있는데 구성이 아기자기했다. 예를 들어 ‘귀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사진이 있으며 ‘마스크’는 방독면을 쓴 사람, 가면을 쓴 연극배우 등의 사진이 있다.

 큰 안목에서 보자면 이 전시의 특징은 세 가지다. 하나는 사진이 매우 매력적인데 그 내용이 반드시 보통 사람이 가기 힘든 오지에서 찍은 것이 아니고 일상에서 문득 발견할 수 있는 장면이 많다는 점이다. 우주, 심해, 정글 등 오지 사진이 주를 이루었던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과 비교되는데 어느 한쪽이 더 우월하다는 뜻이 아니라 특색이 그렇다. 두 번째는 전시의 배치. 벽에만 건 것이 아니라 통로의 가운데에 철제 프레임을 만들어 사진을 집게로 달아두었고 바닥에 팔레트를 쌓아놓고 그 위에 사진을 올려두었다. 이것이 인체공학에 맞는 전시인지는 모르겠으나 특이한 것이 좋은 법이란 원칙을 애호하는 나로서는 마음에 들었다. 1955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인간가족전’이 내용도 혁신적이었지만 전시 배치에서 신기원을 이루었다는 평가가 떠오른다. 물론 1955년 인간가족전을 직접 본적은 없지만 논문과 책자를 통해 익히 알고 있어서 DDP 둘레길 ‘스미스소니언전’을 보며 그런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관점은 글의 역할이다. 매 사진에 붙어있는 사진설명도 요긴하지만 독립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글들이 사진과 사진 사이에서, 또는 사진처럼 전체 전시의 흐름을 돕고 있다. 예를 들자면 “가장 아름답고 장엄한 피조물들을 나의 집 뒷마당에서 발견했다”라든가 ‘나의 딸, 한나’라는 작품 설명인 “이 어린 아이는 제 딸 한나입니다. 제 여동생은 사진작가인데, 그녀가 말하길, 그 누구도 찍을 수 없는 무언가를 ‘엄마’는 찍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한나의 엄마로서, 그녀의 영혼을 찍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는 글이 전하는 울림은 은은하고 파장이 컸다. 그 외에 여러 글이 곳곳에 있으니 꼭 찾아볼 것.

 

ss001.jpg

ss003.jpg » 전시장 내부.


 
 사진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 지구촌의 장관도 있지만 클로즈업의 묘미도 있다. 동물과 아이 사진이 많다. 신문가판대가 있는가 하면 호랑이들의 싸움(훈련이라고 한다)도 볼 만하다. 금환일식은 압권이다. 흥미로운 것 중의 하나는 보정사진 분야의 작품도 간간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전시장엔 퍼질러 앉아서 볼 수 있는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는데 잠깐 멈춰서 보니 사진콘테스트 심사에 관한 내용이 나왔다. 원래 스미스소니언 사진전에선 보정한 사진을 취급하지 않았고 심사 도중 보정한 사진은 수상에서 배제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역설적으로 다른 카테고리를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보정사진’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보정한 사진은 이 카테고리에만 응모할 수 있다. 또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현실보다 더 재미있는 사진을 찍기 원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측면도 있다고 한다. 깔끔하고 솔직해서 좋았다. 보정한 사진끼리 따로 경쟁시킨 것이다. 전시장에 가거든 어떤 사진이 보정인지 알아맞혀 보길 바란다. 쉬운 것도 있고 어려운 것도 있다.
 
 입구와 출구는 정 반대편에 있다. 그러니 나올 때 다시 보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관람할 것. 중간쯤 가다 보면 이 사진전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각자 다르게 읽을 수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디 커뮤니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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