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휴전선 아래 첫 바다

사진마을 2017. 01. 06
조회수 7742 추천수 0

수협 30년 근무 사진가 장공순

강원도 고성군 저도어장 이야기

 

 

jgs003.jpg » 수면 위로 수산물을 가득 안고 올라온 해녀, 2005

 

스페이스22의 2017년 새해 첫 전시인 장공순의 ‘저도어장’이 5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저도어장’은 강원도 고성군 북방한계선과 맞닿아있는 저도어장을 중심으로 한 어업활동을 보여주는 전시다. 이와 더불어 과거 명태나 오징어를 잡다가 북한 함정에 끌려갔던 납북어부들의 최근 모습도 함께 담았다. 귀환하지 못한 어부들의 남은 가족들 사연, 납북어부들의 법정판결 자료도 일부 전시하고 있다. 개막에 맞춰 사진집 저도어장(눈빛출판사)도 나왔다.
전시 개막식에서 장공순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작가는 주로 지역의 어민들, 실향민, 그리고 동해북부선의 흔적을 찍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왜 장공순 작가가 이 사진들을 찍어야했는지, 그 당위성이 궁금했다. 장작가의 모친이 함경북도 청진 출신인데 외할아버지께서 식구들을 이끌고 해방이 되기 전인 1940년에 주문진으로 남하했는데 동해북부선 기차를 타고 오셨다고 한다. 모친의 고향으로 본다면 장공순 작가도 실향민 2세라고 부를 수 있다. 게다가 작가는 지역의 수협에서 오랫동안 근무했고 자가의 장모는 평생을 해녀생활을 해오셨고 장인은 오래전에 납북어부 신세로 북에 수개월 묶여있었다고 하니 본인의 이야기이자 가족의 이야기이며 고성군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진은 언제부터 했나?
 “1985년부터 취미로 찍었는데 처음 동기는 ‘라이프 앳 워’라는 사진집을 보면서 로버트 카파를 알게 되면서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이 이렇게 사회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사진이 전달수단이며 기록수단이란 것을 알았다. 사진의 매력을 알게 되어 풍경도 찍고 했으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족사가 있으니 어부라든가 실향민들에 대한 관심이 갑작스런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사진작업의 주제로 실향민, 납북어부 등을 다룬다는 것은 계기가 있을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부도 많고 실향민도 많았다. 고성 거진은 휴전선 바로 아래다. 통일이 되면 고향으로 빨리 가려고 바로 밑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다로 따지면 저도어장은 북방한계선 바로 아래의 해역이다. 길로 보자면 동해북부선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런 흔적들은 분단과 일제의 잔재들이니 없어지기 전에 남겨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동시에 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했다.”
 
-무슨 공부를 했다는 것인가?
 “해방전후사의 인식,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한국전쟁의 발발기원 등이다. 그렇지만 나는 내 주관이 있다. 38선 이북에 살던 사람들 이야길 들어보면 책하고 현실이 다른 부분이 너무 많더라. 역사는 현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따라서 책을 보고 자료도 얻고 역사공부도 했지만 책을 다 믿지는 않는다.”

 

jgs002.jpg » 저도어장을 향해 일제히 달려나가는 어선들, 2015

jgs004.jpg » 수산물을 선별하는 해녀들

jgs005.jpg » 체온을 유지하기 위하여 물을 끓인다. 2003

jgs001.jpg » 전시장엔 납북관련 과거 신문 기사도 같이 전시되고 있다

-납북어부 가족들 사진도 전시되어 있더라. 어떤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들었다.
 “내가 수협에 오래 근무했으니 그 사람들을 특히 많이 만나게 되었다. 동해안 어부들에게 이 해역은 풍요의 바다이자 애환의 바다이기도 하다. 어장의 동북방은 과거 명태 주산지이며 납북 어부가 자주 발생한 비극의 바다였다. 납북 어부란 1953년 7월 27일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체결 이후 해상조업 중 북한 함정에 의해 피랍되어 북으로 간 후 귀환하지 못한 어업인을 말하며 동해안에서 주로 1957년부터 1980년 사이에 발생했다. 이다. 작은 목선에 나침반 하나를 가지고 산줄기와 별빛을 어림잡아 조업하던 시절에는 어로저지선이나 해상휴전선(당시 N38°36′45″)을 분명히 인식할 수도 없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어로저지선을 설정하였지만 휴전선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명태를 따라 조업이 이루어져 월선, 납북의 위험은 상존했다. 이 시기에 북한에 끌려가 60여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못한 어부는 400여 명에 달하며, 귀환한 일부 어부들은 수산업법, 사안에 따라서는 반공법, 국가보안법이 적용돼 엄중한 처벌과 고문피해를 받게 되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2008년에 납북자 피해보상법이 시행되었을 때 처음 정부에선 피해신청 당사자들이 피해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를 직접 수집하여 제출하라고 했었다. 내가 건의하여 나중엔 통일부 직원들이 나와서 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보상피해신청서 작성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있어서 내가 나서서 직접 도와주었다. 그렇게 서른 다섯 분 정도 되는 것 같다. 나중엔 소문이 나서 전국에 흩어져있던 납북어부 가족들이 나를 찾아오기도 했다.”

 

-그럼 그건 수협 직원이니까 해야 할 업무였나?
 “아니다. 내가 수협에서 근무하지만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분들의 사정이 남 같지 않았다”

 

-사진을 보면 거리를 많이 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무미건조한 느낌도 든다. 가까이 다가서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처음에 사람들을 찍으면서 조금 연출하고 싶은 욕심도 났다. 그러데 누군가가 ‘손대면 어색하니 그냥 찍으라’고 충고하더라. 그 다음부턴 일부러 방관자적 입장에서 거리를 두었고 대화를 했지만 자연스런 순간을 주로 노렸다. 모두 나와 소통하였고 모두 마음을 열어둔 상황이지만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상황에만 셔터를 누르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거리를 둔 것으로 보일 수 있겠다” jgs0001.jpg » 장공순 작가가 전시장에서 사진 앞에 섰다. 사진은 납북 어부 여규대씨(68). 1968년 명태, 1969년 오징어 조업중 북한 경비정에 납치, 귀환되었다. 이후 반공법 적용으로 1년 6개월씩의 실형을 살았다. 고성군 거진읍 거진리. 2004
 
  저도어장은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저진리 지선에 위치하며 돼지가 앉아있는 형상을 한 20,545㎡ 규모의 섬 저도 주위 해역이다. 민통선 안쪽인 지경리 해안 N38°34′09.69″ E128°30′06.89″와 N38°33′09.69″ E128°30′06.89″에 위치한 직사각 형태로 구획된 어장으로써 1972년 1.7㎢ 규모로 첫 개장했으며 2010년 면적을 15.6㎢로 확대했다.
 매년 4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고성군 선적 어선에 한하여 조업할 수 있고, 미역, 다시마, 성게, 해삼, 문어, 도루묵 등이 풍부하다. 북쪽 바다로 올라 갈수록 어획량이 많아 안전조업규칙상 월선을 허용한 N38°34′09.69″를 더 넘으려는 어선과 이를 제지하려는 해경의 신경전도 펼쳐지는 곳이다.
  북위38°37′10.69″의 동해NLL과는 불과 3마일(4.8㎞)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어장이 위치해 저도에 조업하는 1백 50여 척의 어선은 매일 해상에서 해경의 점호를 받으며 우리 해군의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진다. 남북 간 군사상황 발생 때는 출어가 통제되며, 해녀들은 마을과 어장 간의 거리가 멀고 해변 전체가 철책으로 둘러쳐져 있는 관계로 선박을 이용하여 출입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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