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담은 아시아의 부엌문화
아이들 얼굴을 담은 64장의 사진이 전시장 한쪽 벽을 거의 채우고 있다.
꼬마 관람객
국내외 사진가 19명이 아시아 12개국을 기록한 사진전시회가 지난 6일부터 열리고 있다. 모두 4개의 주 테마로 구성되었는데 ‘꿈꾸는 부엌’, ‘지구에서 농사짓기’, ‘살맛-간식시간’, ‘오래된 미래’로 구분돼 있다.
4개의 소제목에서 드러나듯 전시된 사진들은 주로 먹을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란 표현처럼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많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이장이 마을을 이끌어가는 철학인 “머를 마이 메게야 대“라는 대사 또한 명쾌하다. 그렇지 않더라도 먹을거리를 사진의 테마로 삼았다는 것은 대단히 자연스런 일이다. 전시장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꿈꾸는 부엌’ 코너에선 각 나라의 상차림과 부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불과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어디서나 심심찮게 입식 부엌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땅의 어머니, 할머니들 허리를 휘게 만들었던 그 입식 부엌을 아시아 여러 나라의 시골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 나라마다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지만 밥상을 대하는 태도는 매한가지다. 때론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기도 하고, 때론 왁자지껄 요리를 둘러싸고 먹는 모습들이 사진으로 고스란히 옮겨졌다.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어떤 사진은 먹을거리를 옮기는 사람들이, 어떤 사진은 먹는 곳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또 어떤 사진에선 먹을거리의 재료가 되는 농사짓는 모습들이 펼쳐지고 있다. 먹을 것이 직접 등장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어찌 보면 모두들 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을 담은 사진으로 보이기도 한다.
두 딸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이은수(41·용인 죽전동)씨는 “주제가 특이했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알게 된 기회라서 참 좋았다”며 “(아시아의 부엌들이) 한국의 부엌보다 깨끗해 보이진 않지만 음식들이 모두 맛있어 보였다”고 사진들을 꼼꼼히 살폈다.
이 전시는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이 아시아의 다양한 일상생활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 문화이해 소개자료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했다. 박종우, 성남훈, 임종진, 박하선 등 참여 사진가들은 인도,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등에서 그곳의 음식과 더불어 마을의 독특한 정취와 분위기도 담아왔다. 한쪽 편에는 부탄과 필리핀의 학생들이 찍은 사진을 전시해 두어 이방인 사진작가들이 아닌 현지의 어린 생활사진가들의 평범한 시각도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엔 아시아 각국의 전통의상을 입어보는 코너와 아시아 각국의 독특한 향료 냄새를 맡아보는 코너도 있어 꼬마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관람료는 무료. 27일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전시실(중앙일보 1층)에서 열린다.
글 사진/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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