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마다 첫 마디가 한결 같다. 탁기형 사진전 ‘하늘에서 본 세상’이 서울 인사동 갤러리 룩스에서 열리고 있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6년 동안 그가 하늘을 날아다니며(비행기를 타고) 찍은 사진들 중의 일부인 14장이 전시장을 장식하고 있다.
이카루스의 신화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사람은 옛날부터 하늘을 날아오르고 싶어했다. 사진찍기에 있어서 높이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고작 사다리만 놓고 올라가도 시야가 몰라보게 달라지는데 하물며 옥상이나 높은 산에서 내려다 보는 땅은 오죽할 것인가. 그런데 이 사진들은 그 이상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다는 산의 높이를 훌쩍 뛰어넘는 높은 하늘에서 바라다본 풍경은 역설적으로 아찔하지 않다. 거리를 초월해버린 듯, 익숙한 동네 풍경을 만난 듯하다.
“그림 같다”는 말은 사람들이 통상 좋은 사진을 볼 때 쓰는 그 표현의 ‘그림’과 같은 뜻이 아니다. 정말 수채화를 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다. 대체로 길이 1미터가 넘도록 크게 인화된 이 사진들은 커진 것 만큼 디테일이 조금씩 무너지는데 가까이서 들여다 보면 회화의 터치가 그대로 보이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선명하다는 느낌보다는 색채가 눈에 먼저 들어왔어요. 특히 보라색은 정말 신비롭네요.”
“그래픽 같았어요. 금빛이 꿈틀거리는 것이 강처럼 보이지 않고 특별하게 보이네요.”
학교 사진동아리 선·후배 사이인 김수정(동덕여대 2)씨와 유혜영(동덕여대 1)씨는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특이한 사진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바쁜 현직 사진기자 생활 속에서 부지런함을 발휘해 첫 개인전을 열게 된 탁기형씨는 “꿈을 꾸는 것 같다. 이 모든 사진들은 자유에 대한 표현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탁씨는 “작품의 크기를 크게 하고 싶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공간의 제약이 따라 몇 장 못 걸게 되었다. 아직 공개하지 못한 사진이 훨씬 많은 만큼 언젠가는 다 털어버리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벌써 다음 전시에 대한 의욕을 살짝 보이기도 했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은 판매도 한다. 모든 사진은 5장씩만 한정해 1장 당 3백 5십만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전시는 5일까지만 열린다.
생애 첫 개인전 소감을 밝히는 탁기형 작가.
동덕여대 사진동아리 '푸른자리' 회원인 김수정씨(오른쪽)와 유혜영씨.
2003년작 The Pacific 은 5개로 분리되어 전시되고 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