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묘한’ 사진전
전시장을 방문한 ‘두칠이’ 가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시)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른바 ‘빡센’ 커뮤니티로 불린다. 사용자들이 워낙 정력적(?)으로 활동을 하다 보니 그런 평판이 생긴 것 같다. 그런 디시안에서도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내용들이 오가는 갤러리가 하나 있는데 이름하여 ‘야옹이 갤러리’, 약칭 ‘냥겔’이다. 디시 갤러리에는 큰 카테고리만 해도 스페셜, 패션, 이슈, 생물 등 수십개가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세분화된 갤러리가 또 있다.
‘야옹이 갤러리’는 수 백개 중 하나이지만 디시에선 유서가 깊은 갤러리다. 2001년 동물 갤러리에서 시작되어 2003년에 냐옹이가 따로 떨어져 나와 오늘에 이르렀다. 디시 안의 다른 갤러리들과 마찬가지로 이 곳 역시 회원제가 아니다. 매일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느날 문득 발을 들여놓았다가 소리소문없이 발길을 끊기도 한다. 그동안 숱한 사람들이 들락날락했겠지만 대체로 엉덩이가 무거운 냥겔인들은 100 여명에 이른다.
이번 전시에 참가한 멤버들이 입구 계단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들 가운데 43명이 사진을 제출했고 전체 냥겔인들이 뜻을 모으고 시간을 내 사진전을 마련했다. 지난 5일 시작된 제4회 ‘묘한 사진전’은 11일까지 서울 홍익대 앞 ‘공간 올빼미’에서 열린다. 회원제가 아니니 회장도 없다. 다만 사진전시를 주최하는 사람이 있다. 2008년 전시는 ‘당첨’이란 별명을 사용하는 냥겔인 진수경(38)씨가 주최했다. "본래 이름을 숨길 일은 없으나 제 이름을 쓰면 디시인들은 아무도 저를 못 알아볼 것 같은데요 ? (웃음)"
첫 전시회는 2003년에 열렸다. 2004년 2회를 끝으로 한동안 자발적으로 나선 사람이 없어 전시가 이어지지 못했는데 우연한 계기로 당첨 씨가 작년에 3회 전시를 주최했고 올해도 4회를 이끌게 되었다.
"제가 주최한다고 해도 이 행사는 전적으로 냥겔인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사진출품자들이 1만원씩의 참가비를 냈고 다른 냥겔인들의 헌신적인 도움에 의해 전시가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엽서 판매 등을 통해 작년엔 1백만원 넘게 수익이 났습니다. 길냥이를 400마리 이상 거두어 돌보는 ‘안동 이모’란 분이 있어 그 쪽에 얼마를 지원해드렸고 남는 금액도 전액 길냥이 중성화 수술등 후훤사업에 보탰습니다."
전시장을 찾는 발길이 끊어지질 않았다. 사진에 등장한 고양이가 직접 전시장에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카메라가 튀어나왔다. 평소 집에서 반려인의 카메라에 익숙했을 녀석들인데도 낯선 숨결을 느끼자 몸을 움츠리곤 했다.
"고양이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좋지 않은 편이죠. 그래서 이를 개선하고 싶었습니다. 책임감이나 의무감 같은 거창한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네요. 고양이가 좋으니까 하는거 아닐까요?"
갑작스런 초여름 더위 속에 봄은 어느새 지나갔다. 입구에 걸린 ‘보살 나옹’ 사진에 드리웠던 한 자락 빛이 저물어가는 오후 속에 사라지고 있었다. 전시장엔 "냐옹~"하는 울음 소리와 셔터소리와 고양이 사진을 보는 관람객들의 잔잔한 탄성이 어우러지고 있었다.
초청사진 - 스노우캣이 찍은 ‘보살 나옹’ 사진 1. 2
디시인사이드 고양이 갤러리 주소 http://gall.dcinside.com/list.php?id=cat
*고칩니다=1. 마지막 사진 '보살나옹'을 찍은 스노우캣님은 냥겔러가 아닙니다.
2. 사진의 제목 보살캣은 보살나옹의 오기입니다. 위 사진을 찍은 다음날 전시 주최쪽에서 사진설명을 보살나옹으로 교체했습니다.
3. 사진을 출품한 43명 이외에 사진전시를 준비한 냥겔인들이 많이 있다고 지적해오셨으므로 수정합니다.
* 정확하지 못한 내용으로 냥갤인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