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뉴스

사진마을 2018.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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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있는 수필 #26


러시아 작가 팀 파르치코프(Tim Parchikov)가 대구사진비엔날레 개막일인 9월 7일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 걸린 자신의 작품 <불타는 뉴스(Burning News)>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주전시 <역할극-신화다시쓰기(Role-playing: Rewriting Mythologies)에 참가한 46명의 작가 중 한 명이다. 팀은  “지금 현대인은 너무나 방대한 양의 뉴스에 노출되고 있다. 정보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정보 앞에서 되려 무감각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차가운 눈밭에서 사진을 찍었다. 한편으로 영어에서 ‘Burning News’라고 하면 중요한 뉴스라는 뜻도 된다. 매일 매일의 뉴스와 정보는 사람들에게 뭘 해야 하고 뭘 해서는 안되는지를 알려주면서 통제하는 구실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스크라>(러시아어로 불꽃)는 1900년 12월 레닌이 동료들과 함께 독일에서 만든 마르크스주의 최초의 정치신문 제호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을 모아 볼셰비키 혁명을 촉발시키기 위한 의제와 일치하는 은유적인 제호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전시장에 걸린 사진 속에서 신문을 태우면서 타오르는 불꽃은 역설적이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와 뉴스는 자극의 과잉을 불러와서 오히려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흥분 대신에 마취의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팀은 이렇게 덧붙였다. “21세기의 신화는 정보과잉에서 온다. 신문을 불태우는 것은 정보과잉 사회에 대한 시위의 성격을 띤다고도 볼 수 있다. 신문을 불태우고 정보의 과잉에서 살아남는 시위.”
 신문사에서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불타오르는 신문을 보면서 불길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종이신문 정기구독률은 9.9%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2010년엔 29%였던 것을 생각하면 급전직하라고 할 수 있다. 2010년에 로스 도슨이란 미래학자가 주장한 ‘신문멸종 예상시간표’에 따르면 한국에선 2026년이면 신문이 사라진다. 그런데 같은 시간표에 따르면 미국 신문의 멸종은 2017년으로 예상되어 있었는데 아직 미국에서 종이신문이 없어졌다는 소릴 듣지 못했으니 ‘신문멸종 예상시간표’는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제든 다가올 수 있는 미래라는 것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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