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문맹에서 벗어나려면

사진마을 2018. 05.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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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있는 수필 #23


내가 하겠다고 먼저 나선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은데 그야말로 “어쩌다가, 하다 보니” 사진교육을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대학원생, 사회인까지 모두에게 사진을 강의했다. 거쳐간 수강생들의 나이를 보자면 9살짜리부터 80대까지 널리 분포되어 있다. 나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교육에서 피교육생의 나이에 따라 교육법을 조절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그게 아니란 말을 하려는데 있다. 우선 나는 모든 연령대에 걸친 피교육생에게 존댓말을 한다. 해보면 안다. 나이를 잊어버리고 두루 말을 높이면 굉장히 편하다. 교육의 내용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초등학생에게 하는 강의 내용과 기업체 임원들에게 하는 내용이 같다면 뭔가 모순이 있을 것 같은데 전혀 아니다. 오히려 초등학생들은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하는 강의를 들으며 깔깔 웃는데 CEO들은 너무 난해하다고 탄식한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라슬로 모호이너지(1895~1946)는 바우하우스의 교수였고 화가이자 사진가였다. 이런 말을 남겼다. “미래의 문맹자는 글을 모르는 사람뿐만 아니라 카메라의 사용에 대해서도 무지한 사람이 될 것이다.” (The illiterate of the future will be the person ignorant of the use of the camera as well as of the pen.)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부터 한글을 익히기 시작해서 대학, 대학원까지 다니면서 글을 쓰고 읽는다. 그런데 초등 교육의 짧은 미술 시간을 떠나고 나면 평생 시각 이미지에 대한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미지(사진을 포함한)에 대한 접근이 거북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초등학생들이 내 강의에 더 빨리 적응하는 것은 충분히 타당하다. 그들은 아직 미술수업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나이가 많을수록 시각적 문맹의 확률이 더 높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미술과 음악과 체육이 대학을 포함한 모든 교육과정과 그 후의 일상까지 같이 따라가야 하는데 너무 빨리 배제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나면 다들 안다. 경제적이 아니라 문화적으로만 국한하더라도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데 수학과 영어가 얼마나 도움이 안되는지.
  이곳은 서울역 고가가 있던 자리를 공원으로 만든 ‘서울로 7017’이다. 시민들이 호기심화분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고 있다. 시각적 문맹에서 벗어나게 하는 사진교육은 결코 어렵지 않다. 인간에겐 누구나 본능이 있다. 호기심도 그 중 하나다. 남에게 해를 가하지 않도록 본능을 반듯하게 일깨우는 것이 시작이다.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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