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보도용 찍다 풍경에 슬슬 꽂혀

곽윤섭 2008. 03. 11
조회수 13118 추천수 1
[생활사진가] 남기령/로얄코펜하겐 대표이사

“사진 맘 안 들 때도 있지만 장비 탓 수준 지나”
 지난해 연말 전시회 열어 사진 두장 팔아 성금
 
nk1.jpg 한국로얄코펜하겐의 대표이사인 남기령씨를 만난 곳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지하아케이드다. 이 곳엔 세계 3대 명품 식기 브랜드로 꼽히는 덴마크의 로얄코펜하겐 매장이 있다. 남 사장이 이날 이곳에 들른 목적은 매장에 있는 그릇 제품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용도는 보도자료용이다. 업무의 일환인 셈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사진을 배우는 이유 가운데는 “업무상 필요해서”가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사장이라고 해서 사진을 찍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직원들을 시키면 될 일 아닐까? 
 
 
 “회사 규모가 큰 편이 아니라서 사진을 전담하는 직원을 따로 둘 형편은 안됩니다. 그래서 아주 큰 행사라면 외부의 사진전문가에게 의뢰하지만 그렇지 않은 소소한 업무는 누군가가 직접 찍는 게 편합니다. 직원들을 못 믿어서 나섰다기보다는 사진을 하고 싶었던 마음이 제 속에 늘 있었는데 은연중에 발현되었나 봅니다.”

 제품 사진 촬영을 위해 거들어주던 매장내 직원에게 물었다.
“사장님이 사진을 잘 찍어요?”
“멋져요. 찍은 사진도 멋지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아요”
 직원 임진숙씨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남 사장은 1998년 대리로 입사해 2002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접하기 시작한 건 2006년 5월 삼성경제연구소의 ‘포토 앤 컬쳐’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그 때 사진을 가르쳐 준 사람이 조세현 작가다.

 그는 그 때 장만한 첫 DSLR 카메라 ‘삼성 GX1s’를 지금껏 사용한다. 초기엔  행사 사진이나 도자기 인형 사진 등 원래 사진을 배운 취지에 충실했다. 그러다 야외 출사를 다니게 되면서 주변 풍경이나 거리 모습에도 점차 관심을 갖게 되더란다.  이제 제법 재미가 붙어 앞으로 회사 행사는 직원들한테 맡겨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남기령004.JPG

    남기령씨가 매장에서 도자기 그릇을 찍고 있다.

 

-카메라와 관련된 장비를 사고 싶은 유혹에 빠졌을 법한데요?
=밤 풍경을 몇 번 시도하다 삼각대가 필요했는데 생일 선물로 받아서 기뻤습니다. 지금의 장비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카메라도 자세히 모르는 것 같아서 철저하게 기능을 익히려고 합니다. 문득문득 제 사진이 좋지 않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만 그 원인을 장비 탓으로 돌릴 수준은 이제 지난 것 같습니다. (웃음)

 이 정도면 한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비 탓이 아니라는 건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다. 하지만, 세상엔 사진 실력을 장비와 결부시키는 풍토도 엄연히 존재한다. 물론 남 사장이 쓰고 있는 카메라도 DSLR 이고 기능적으로 빠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플래그십 바디로 바꾸라는 압력성 충고가 들려온다고 한다.

“예전엔 콤팩트로 찍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DSLR 도 무거운 편이고요. 더 비싼 장비는 더 무겁더라고요. 카메라는 당분간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풍경과 앵글, 출사 전에 미리 챙겨 찍으니 늘어” 

-본인의 사진에 대해 평한다면?
=물론 아직 노출에 애를 먹기도 하는 초보입니다만 조금 향상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찍어주면 사진이 좋아졌다는 이야길 곧잘 듣거든요.

-본인의 사진실력이 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최근에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실력이 늘었는진 모르겠지만 이렇게 찍으면 실력이 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하게 되더라고요.

-어떤 일이?
=지난 주말 월정사에 다녀왔습니다. 눈 덮인 산사와 인근 풍경을 기대하고 갔었습니다. 이번엔 떠나기 전날 인터넷으로 이미지를 검색해서 머릿속에 몇 가지 앵글을 입력했습니다. 석상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장면 하나와 눈 덮인 산길에 인물을 넣는 구도, 그리고 처마 아래의 단청 등을 꼭 찍어야겠다고 맘먹고 떠났습니다. 현장에 도착해서 검색했던 장소를 찾아가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서 앵글을 잡아보았습니다. 원하는 빛이 떨어지길 기다린다거나 앵글을 찾는 시도를 했었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선유도 공원은 여러 선들이 널려 있어 사진 공부에 많은 도움”

 본인의 사진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 역시 다른 생활사진가들과 마찬가지로 선뜻 대표작(!)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래도 그 중 좋은 것’을 묻자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월정사에서 모임 회원 50여명과 함께 사진을 찍고 현장에서 품평회를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찍은 사진에 대해 상을 주는 행사를 했는데 사진 찍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제 사진이 뽑혔습니다. ‘베스트 4’에 들었지 뭡니까? 다들 밥 한 번 사라고 난리예요. (웃음) 모임을 함께 했던 조세현 작가님이 사진의 우열을 가려줍니다. 그런 자리에서 인정을 받으니 대단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외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찍은 벤치 등 빈 벤치를 찍은 일련의 사진들을 스스로 좋아하고 있습니다.

 

기다림.JPG

     조세현 작가로부터 칭찬을 받은 남기령씨의 작품                                      <기다림>

 

-마음에 들었던 출사 장소와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
=선유도 공원이 좋았습니다. 회사에서 만드는 것이 예쁜 도자기다 보니 주변에서도 그런 아름다운 것을 찾으려고 합니다. 선유도 공원은 예쁜 것이 많았고 무엇보다 여러 가지 선들이 널려 있어서 사진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구조물과 자연이 잘 어우러져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됩니다. 가고 싶은 곳은 너무 많죠.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푸른 하늘도 찍고 싶고 순천만의 물길도 담고 싶습니다. 사막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누드 실제 사진전 보니 외설 시비 별 거 아냐”

-유명 사진가의 작품 중에서 기억나는 사진이 있다면?
=프랑스 어느 거리에서 빵을 들고 뛰어가는 꼬마의 사진이 참 좋았더랬어요.

 윌리 호니스의 사진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와 비슷한 사진들이 있다. 브레송의 경우 술병을 들고 의기양양해 하는 꼬마의 사진이 있으며 드와노의 경우엔 소년이 빵을 들고 가긴 하지만 표정이 자못 현실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최근 김용호 작가의 사진전 ‘몸’을 본 것은 꽤나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단순한 사진형태를 포함해 동영상, 설치작품 등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라 생각되었습니다. 항간에는 유명인들의 누드가 포함된 것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입소문이 났지만 실제 사진전을 보니 누드에 대한 외설시비는 별 것 아니었습니다. 작가의 표현에 따라 사람의 몸을 때론 생동감 있게 때론 수줍은 듯 그려냈더군요.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 모두 표현할 순 없었습니다. 다소 엽기적인 것도 있었고요. 그렇지만 예술이 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사진은 무엇일까요?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이 전해지게 하는 사진이 좋은 사진입니다. 또한 작가의 의도가 설명 없이도 전해질 수 있다면, 즉 사진작가와 사진을 보는 이가 공감을 할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사진이겠죠.

-사진은 본인 인생에 있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새로운 취미가 생겨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지난해 연말엔 동호회원들과 사진전시회를 열었고 “사진을 두 장이나” 팔기도 했다.
=판매금액 전부를 불우이웃돕기에 썼어요.  기회가 된다면 사진으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사진실력이 부족하다면 조수역할이라도 기꺼이 하려고 합니다.

 

남기령001.JPG


 

여유와 휴식에 목말라 하는 마음 그대로 드러나
[곽윤섭이 본 남기령 사진]

 크게 두 가지 특징을 짚어낼 수 있었다. 그 하나는 평화로움을 추구하는 사진이 많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예쁜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진에 담긴 메시지가 어느 한 가지의 단면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유와 아름다움이 함께 담겨 있기도 하고 다른 요소도 들어 있기도 하다. <노을>, <노을 낚시>, <고단한 하루> 등은 모두 잔잔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노을>의 경우 자칫 쓸쓸함이 표현되기 쉬운 소재였지만 풍경에 달린 물고기의 입에서 위트가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에 평화로움이 더욱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이 들어 있는 사진을 좀처럼 찍지 못했는데 모처럼 월정사에서 마주친 스님들을 찍었다는 <설중신심>은 편안하기 이를 데 없다.  벤치 시리즈에선 여유와 휴식을 갈구하는 사진가의 마음이 드러난다. 역시 일상이 그리 녹록하진 않은 것이다.

 보내온 사진들 중에선 <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무들 사이에 매달아 놓은 해먹을 찍었다.  평화와 휴식으로 이어지는 남씨 사진들의 전반적인 메시지와 일관성이 유지되었을 뿐 아니라 얼핏 빙긋 웃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연상이 되었다. 사진가의 재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쉼.JPG

                                                                 <쉼>

 

雪中信心.JPG

                                                            <雪中信心>

 

한겨레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취재

보도사진과 기상사진-같고도 다른 세계

  • 곽윤섭
  • | 2008.03.25

서울 도심의 서로 가까운 두 곳에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하나는 사진기자들이 한해동안 찍은 사진 중에서 가려뽑은 사진들을 볼 수 있는 한국...

강의실

적정노출=나에게 맞는 노출

  • 곽윤섭
  • | 2008.03.23

앞서 등장했던 물통으로 물을 받는 그림은 명쾌하다. 그런데 나는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양쪽 물통의 양은 똑 같은 것이 이해가 가는데 물의 양은...

강의실

노출이 과하다?=빛이 많다

  • 곽윤섭
  • | 2008.03.23

앞에서 조리개가 뭔지 이해했다. 이제 노출만 알면 끝난다. 조리개를 통해 들어온 빛이 필름이나 디지털카메라의 CCD에 반응을 하면 사진이 찍히게...

조리개-빛이 들어오는 창문

  • 곽윤섭
  • | 2008.03.23

차이의 기준 2: 조리개 브레송과 유치원꼬마의 사진은 조리개의 수치 때문에 달라질 수가 있다. 조리개란 용어가 생소할 수 있다. 조리개는 빛이...

취재

브레송은 살아있다-2

  • 곽윤섭
  • | 2008.03.23

탄생 100주년 행사들 포토저널리즘의 선구자라 불리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올해엔 여러 가지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우선 3월부터 6월까지 ...

취재

브레송은 살아있다-1

  • 곽윤섭
  • | 2008.03.23

브레송 재단 입구. 연간 약 5만명이 이곳을 찾는다.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08년 8월 프랑스 파리 근교 샹틀루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부유한...

취재

기름유출 사고 100일째 맞은 태안시장

  • 곽윤섭
  • | 2008.03.17

행사참가자들이 상인과 흥정을 하며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충남 태안읍 태안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살아났다. 지난 16일은 서해안 태안 앞바다에...

취재

매장 보도용 찍다 풍경에 슬슬 꽂혀

  • 곽윤섭
  • | 2008.03.11

[생활사진가] 남기령/로얄코펜하겐 대표이사 “사진 맘 안 들 때도 있지만 장비 탓 수준 지나” 지난해 연말 전시회 열어 사진 두장 팔아 성금 ...

강의실

셔터맨과 셔터

  • 곽윤섭
  • | 2008.03.05

1/6초 곽윤섭 차이의 기준 1: 셔터 속도 둘의 사진은 셔터속도 때문에 다를 수 있다. 셔터속도란 것은 셔터가 열려있는 시간을 말한다. 그럼 셔...

취재

기상사진 특별전 소개

  • 곽윤섭
  • | 2008.03.02

(지난 주 기상청이 주최하는 제 25주년 기상사진 특별전 작품심사에 다녀왔습니다. 거기서 입선한 사진들을 소개합니다. 생활사진가들의 뛰어난 작품...

취재

주문진에서 기록한 고단한 삶

  • 사진클리닉
  • | 2008.02.27

어구를 손질하고 있던 노인이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습니다.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저는 뒤의 배경과 선을 맞추기 위해 앵글을 조정했습니다. ...

강의실

[강의실] 왜 사진을 배우려 하나

  • 사진클리닉
  • | 2008.02.25

브레송과 꼬마의 대결 “왜 사진을 배우려고 하나” 여러 사람들에게 사진을 왜 배우려고 하는지 물어보았다. 가장 많은 대답은 “사진을 (체...

강의실

접사사진-기본적인 접근

  • 사진클리닉
  • | 2008.02.25

28~70mm 렌즈로 찍었습니다. 접사사진에서 유의할 점 1.가능한 삼각대를 준비하고 찍어야 합니다. 노출이 떨어지면 셔터가 같이 떨어집니다. 사람의...

강의실

렌즈의 종류-'읽고 잊어버려도 좋은' [2]

  • 사진클리닉
  • | 2008.02.25

여러가지 렌즈. 맨 왼쪽 끝이 어안렌즈. 이 사진 자체를 찍은 렌즈는 숏줌에서 36mm입니다. 그래서 좌우에 왜곡현상이 생기고 있습니다. 사람의 ...

강의실

심도? vs 심각한 정도?

  • 사진클리닉
  • | 2008.02.25

초점이 맞은 곳을 중심으로 앞뒤의 공간에서 초점이 맞아있는 폭을 심도라고 합니다. 앞뒤로 초점이 깊숙하게 맞으면 "심도가 깊다" 라고 하고 반...

흑백과 컬러

  • 사진클리닉
  • | 2008.02.25

필름카메라의 경우엔 필름이 나누어져 있습니다만 디지털카메라에선 모드 전환을 이용해 컬러사진을 손쉽게 흑백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

촬영뒤의 보정작업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 사진클리닉
  • | 2008.02.25

많은 분들께서 촬영후 사진프로그램상에서 얼마나 보정을 하는 것이 좋을지를 궁금해 하십니다. 우선 어디까지 보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

취재

세상을 내 눈으로 담아내는 게 매력

  • 사진클리닉
  • | 2008.02.22

[생활사진가] 조현지/LG노텔 소프트웨어 개발자 피사체에 대한 애정 묻어있으면 더 없이 훌륭 현실왜곡 없이 살아있는 모습 담은 사진 좋아 생활...

인물의 디테일을 살리는 방법

  • 사진클리닉
  • | 2008.02.22

촬영의 기법을 떠나 필름이나 인화지의 선택 혹은 인화과정에서 디테일을 살리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런것을 제외하고 찍을때의 기법에서 그런 방법...

취재

‘무법자’ 베스·블루길 제 안방서는 ‘납작코’

  • 사진클리닉
  • | 2008.02.15

[미국여행기-플로리다2] 바다공원 들러 습지공원으로 생태공원 안내판에 ‘우리 토종이 외래종 등쌀에…’ 악어도 가마우지도 멀뚱멀뚱, 사람구경 넋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