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 사진전 ‘영원한 미국 서부’
“‘생존의 절박성’에서 사막과 연어 닮아”
흑백사진 40여장에 극한의 세계 담아
그는 마냥 사막이 좋다고 했다.
“긴 여정 끝에 빈털터리로 다시 노동의 세계로 돌아와야 하는 현실은 나를 정신적으로 나약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행위에 나도 모르게 점점 중독되어 갔다. 뉴욕에서 노동으로 얼마간의 경비가 모아지면 다시 미국 서부 사막으로 여정을 반복하며 매달려왔다….”
14년째 미국 서부의 사막을 찍고 있는 사진가 박준이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ETERNAL AMERICA WEST’ (영원한 미국 서부).
모두 흑백사진으로 40여점이 걸렸다. 사막에서 작업했으니 그의 사진엔 대부분 사막이 등장한다. 거칠고 건조한 사막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처럼 늘 그 곳에 있다. 바람이 만들어 놓은 모래언덕의 물결같은 선, 바싹 메마른 땅의 선, 2백만 년 전에 만들어진 이곳은 앞으로도 몇 백만 년 동안 이런 모습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다 불쑥 물고기가 튀어나왔다. 사막과 물고기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성악가, 피아니스트, 사진가 등 주로 박준의 친구들인 예술인들이 물고기(주로 연어)나 새우와 함께 찍은 사진들에 시선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냥 그러려니 이해하고 넘어갈까 하다가 굳이 사진가 박준에게 직접 확인해봤다.
“사막은 극한의 세계다. 거기선 생존의 문제가 가장 절박하다. 물고기는 물 밖에서 생존하기가 매우 힘들다. 그래서 물고기 연작을 만들었다. 연어는 겉과 속의 색이 극명하게 다르다. 겉은 은빛이고 속은 선명하게 붉은 색이다. 연어는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회귀어류다. 사막의 절박감과 가장 잘 어울리는 대상이라 연어를 선택했다.”
사막을 더 절박하게 만드는 ‘모래언덕 위의 누드’
에드워드 웨스턴이 찍은 사막 사진이 떠올라 그의 영향을 받았는지 물어봤다.
“물론 웨스턴의 사막 사진도 좋아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미국의 국립공원을 오랫동안 기록한 안셀 아담스다. 그를 존경한다.”
-아담스의 국립공원은 아름답고 서정적이지 않은가?
=그렇다. 그래서 국립공원을 찍으러 갔다가 그냥 접고 말았다. 아무리 찍어도 안셀 아담스처럼 아름다운 요세미티를 담을 자신이 없었다. 그 바람에 그와 다르게 찍으려고 했고 황량한 사막을 찍게 되었다.
박준이 주로 작업하는 곳은 데쓰 밸리(Death Vallely)의 사막인데 이곳은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 중의 하나로 불리우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바로 옆에 있다.
-사막 가운데 누드가 들어있다.
=사막의 질감과 인체누드의 질감은 전혀 다르다. 그래서 사막의 풍경과 누드를 같이 보여주고 싶었다. 모래 언덕, 바위 계곡 속의 누드는 사막을 더 절박한 곳으로 보이게 만든다.
그는 뉴욕에서 생존하는 것은 사막에서 살아가는 것 만큼 힘들다고 말했다. 사막, 물고기, 누드, 뉴욕은 공통점이 있다. 박준은 끊임없이 ‘생존’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으며 사막, 물고기와 어부, 사막 속의 누드, 뉴욕은 모두 생존의 절박함을 떠올리게 하는 테마들이다.
그의 전시는 7월6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열린다. 누리집 www.parkjoon.com을 보면 박준의 사진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