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글, 빛, 초점 변화 따라 새롭다
수평선, 아래 있으면 여유, 위는 한정
수직은 멈춤, 사선은 자극적
곡선은 부드럽고 우아
두께는 작품 분위기에 맞게
선(線)은 선(善)이다
카메라를 들고 파인더 안에 들어온 세상을 지켜보다가 뭔가 마음에 드는 대상을 발견하고 셔터를 누르는 것이 바로 사진입니다. 사진이 홍수처럼 넘쳐나다 보니 수없이 많은 사진들 중에서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올 확률은 갈수록 낮아집니다. 내 사진에 뭔가 특별한 매력포인트가 있어야 시선을 끌 수 있습니다. 사진 속의 네모 안에 매력포인트를 넣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첫 술에 배부르랴, 찍고 찍고 또 찍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 대상에 대해 여러 양식으로 반응을 보입니다. 그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선입니다. 사진에 선이 들어 있으면 주목도가 높아집니다. 해변이나 사막의 모래밭과 마주쳤을 때 만일 그곳에 아무런 인물이나 물체가 지나간 적이 없이 깨끗한 상태라면 모래의 질감과 색과 빛만이 보일 것입니다. 자체로도 좋은 사진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만 다른 사막사진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만약 어떤 사람이나 생물 혹은 탈것이 지나간 흔적이 있다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 대상이 남기고 간 선이 보이면 사람의 눈은 재빨리 반응하면서 뇌에 신호를 보냅니다. 뇌는 곧 다른 사막 사진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래서 사람들은 선에 주목합니다. 밋밋한 모래에서 그 선을 발견하는 일은 아주 쉽습니다. 놓치기가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사막과 같은 환경은 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공간은 길거리, 시장, 동네 놀이터, 놀이공원, 광장 같은 생활무대입니다. 배경이 복잡하고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그곳에서 선을 찾아내는 것이 첫 훈련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요? 사진은 우연이 많이 작용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단번에 작품이 나올 가능성은 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가능성에 연연하지 말고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에 드는, 똑 부러지는 사진이 나오든 말든 개의치 말아야 합니다.
주변에서 선을 찾아봅시다. 앵글, 빛의 변화, 초점거리의 변화에 따라 없던 선이 보이기도 하고 희미하던 것이 더 뚜렷해지기도 합니다. 일단 편안하게 선을 그려봅시다. 찍어봅시다.
튼튼함, 씩씩함, 발랄함 따위가 짠~!

선이란 무엇일까요? 같거나 비슷한 크기의 점들을 서로 가까이 그려놓아 그것들 사이에서 공간을 의식하지 못하고 점들끼리의 연결이 눈에 들어오면서 공간이 없어졌을 때, 그 결과물이 선입니다. 점들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눈이 그것을 볼 때 끊어짐이 없는 연속적인 흐름으로 인식한다면 선이라 부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직선과 곡선는 느낌이 다릅니다. 서양에 비해 동양에선 곡선이나 원이 훨씬 중요하게 인식됩니다. 하지만 문명간 교류가 활발한 요즘 시대엔 그 차이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대체로 직선은 강하고 곡선은 부드럽지만 이는 사회, 문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또 선의 모양에 따라 튼튼함, 씩씩함, 발랄함 따위의 갖가지 다른 느낌을 읽어낼 수가 있습니다.
직선은 경직과 강함, 엄격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직선에는 수평선, 수직선, 사선이 있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직선은 그렇게 흔하지 않습니다. 끝없이 이어진 평야 저 너머로 하늘과 땅이 맞닿아서 만들어낸 지평선,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이 있습니다. 문명이 생기면서 수평선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집안의 가구나 집기들은 모두 수평선을 보여줍니다.
수평선은 황야와 바다가 하늘을 떠받치는 것처럼 건축물을 비롯한 모든 인공적인 산물이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편안한 선입니다. 건설적이지만 딱딱합니다. 수평선은 특히 프레임 안에서 아래쪽에 있을 때 위쪽의 빈 공간을 만들어 여백미를 느끼게 합니다. 반대로 프레임 안의 위쪽에 있을 땐 전체 구성이 무겁게 보이도록 하며 한정된 느낌을 줍니다.
여기도, 저기도, 자연에도, 집 안에도
자연에서 보는 수직선의 대표적 사례로는 나무를 들 수 있습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에서도 수직선을 볼 수 있습니다. 보는 방향에 따라선 강물의 흐름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수직선은 수평선과 마찬가지로 흔히 찾을 수 있습니다.
국기게양대, 가로등, 탑, 건축물의 외부 벽과 기둥 등 숱하게 많은 수직선이 있습니다. 역시 실내에선 모든 가구와 집기에 수직선이 있습니다. 벽에 걸린 달력, 그림, 사진의 테두리는 모두 수직선을 포함합니다. 벽과 벽 사이엔 어김없이 천장으로 달리는 수직선이 있습니다.
수직선은 위로 향한다는 점에서 희망, 기대감, 진취적 기상을 보여주긴 합니다만 실제 환경에서 보는 것과 사진에서 보는 것 사이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사진의 프레임, 특히 가로사진에선 공간을 나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혹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는 흐름을 차단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직선은 멈춤의 느낌을 주며 그러다 보니 수직선 자체의 재질과 상징보다는 그 수직선이 만들어낸 좌우의 공간을 바라보도록 만드는 효과에 주목하게 합니다.
S라인, S라인 하는 이유가 아~하!

사선은 강하고 자극적이며 수직선보다 더 힘찬 결과를 보여줍니다. 가장 편한 사선은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올라가는 선입니다. 이것은 수평선과 수직선의 원만하고 완전한 타협을 의미합니다. 많은 문화권에서 사람은 왼쪽부터 읽어나가기 때문입니다. 반대의 경우, 즉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떨어지는 사선은 강하고 자극적인 면은 같지만 더 극적인 효과를 나타내며 불안함, 아슬아슬함, 긴장감을 강렬히 전달합니다.
곡선은 부드러움, 유쾌함, 유연함 그리고 운동감을 전달합니다. 곡선은 활동적인 메시지 내용을 부드럽게 하는 우아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듬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S라인에 열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곡선은 경우에 따라 어지러움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인체는 멀리서 볼 땐 직선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볼 땐 많은 곡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체로 선이 두꺼우면 더 강한 메시지를 줍니다. 몇몇 자연 상태를 제외하면 선은 인간의 발명품이며 필요에 따라 두껍게 혹은 가늘게 만들어서 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진에서도 선의 두께는 사진가가 만들어낼(찍을) 작품의 분위기와 맞아야 하는 것입니다.
참고 문헌:<비주얼커뮤니케이션>(P.M.레스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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