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집 표지
<양승우♥마오 부부의 행복한 사진일기>(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 라는 제목의 사진집이 나왔다. 같은 이름의 사진전시도 갤러리브레송에서 열리고 있다. 1월 25일까지.
이 사진집을 보고 나니 부제인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가 “꽃은 가난해도 핀다”로 읽혔다. 그리고 그 옛날 국어교과서에 나왔던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에 나온다. 수필을 못 읽은 분들을 위해 짧게나마 옮긴다. 어느 시인 내외의 젊은 시절 이야기. 부인은 집 가까운 곳의 회사에 다니고 남편은 집에서 살림을 했다. 어느 날 아침 쌀이 떨어져 출근길 부인이 아침을 거른 채 회사로 갔다. “어떻게든지 변통을 해서 점심을 지어 놓을 테니, 그때까지만 참으오” 부인이 점심때 집에 들러보니 과연 밥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쌀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였다. 어떻게 쌀은 구했으나 반찬까진 못했던 것. 그리고 그 옆에 놓인 쪽지에 쓰인 글이 바로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다. 양승우와 마오의 사진집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그 생각이 났다. 신문지를 깔고 밥을 먹는다거나 좁디 좁은 방에서 웅크리고 잠을 자는 모습들이 소박하고 단란하지만 궁하게 보이지 않았다. 우리 시대엔 시인만큼이나 사진가도 가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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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집은 제목에서 보듯 양승우와 그의 부인 마오의 부부를 찍은 것이고 동시에 두 사람이 찍은 것이기도 하다. 둘은 동경공예대학교 예술학부 사진학과 선후배 사이다. 사진 전공자이니 사진은 잘 찍을 것이다. 찍을 줄도 알고 찍힐 줄도 안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다. 사진가들은 찍히는 법을 잘 모르는 편이다. 심지어 어떤 사진가는 “사진 찍히는 것이 싫어서 카메라 뒤에 숨다 보니 사진가가 되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둘은 연애할 때부터 카메라를 끼고 다녔을 터이니 찍고 찍히는 것에 서로 허물이 없었겠다. 어떤 컷은 대단히 사적인 장면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 또한 사진을 전공한 둘에겐 별로 과하게 생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략 사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얼굴을 붉힐 수도 있겠다.
지난해 양승우의 사진집과 사진전 <청춘길일>에 즈음하여 인터뷰를 할 때 이제 쉰 살이 넘었으니 청춘은 지나가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랬는데 오늘 <양승우♥마오 부부의 행복한 사진일기>(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를 보고 있노라니 이 사진가는 평생 청춘으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제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는 그런 뜻이기도 한 것이다. 청춘은 나이와 무관하다. 그들은 둘 중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서로를 사진 찍어 주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아! 알았다. 사진을 찍고 찍히는 동안 그들은 영원히 청춘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 제공/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