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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에 있던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이 청운동으로 옮겼다. 이전 기념 전시로 지하 1층에 있는 1관에선 강운구 ‘경주남산’이 열리고 있고 2층에 있는 2관에선 김흥구 ‘좀녜’가 열리고 있다. 새해 1월 8일까지. 통의동에 있던 류가헌에선 이달 31일까지 다니세키 카오루의 전시가 열린다. 그러니까 일시적으로 류가헌은 두 군데의 별도 건물에 적을 두고 있는 것이다. 청운동 새 류가헌에서 만난 박미경 관장은 웃으면서 “잠시나마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으니 정신이 없다. 31일 옛 류가헌의 전시가 끝나면 남아있는 짐을 다 옮겨올 것”이라고 말했다.
류가헌의 통의동 시절이 어언 7년이나 되었으니 옮기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 “내 집도 아닌데….” 이런 사적인 기분이 드는 것은 오롯하게 그 집이 한옥이었던 덕분이다. 대문을 밀고 들어가면 손바닥만한 마당이 있고 기와지붕 아래 전시장이 있었던 것이 대단한 매력이었다. 한두 번 비 오는 날이나 눈 내린 날 류가헌 마당 둘레 처마 밑에 앉아 있으면 아늑하고 고즈넉했다. 그러나 어쩌랴. 내 집도 아닌데…….
옮긴 류가헌에 가보려고 했는데 차일피일 발이 떨어지지 않다고 오늘 덜컥 길을 나섰다. 가서 보니 통의동 류가헌에서 직선거리로 채 1km밖에 되지 않는 곳이었다. 지하철역을 기준으로 하면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서 버스 정류장에서 아무거나 잡아타고 3번째 정류장에서 내린 다음 조금만 걸으면 갈 수 있는 곳에 새 류가헌이 있다.
넓어졌고 깨끗해졌고 쾌적해졌다. 특히 2층은 길 쪽으로 창이 시원하게 터져있어 기분이 좋았다. 지하 1층의 1관은 옛 류가헌의 치명적인 단점이었던 협소함을 일거에 무너뜨렸다고 할 정도로 넓어졌다. 그렇다고 스페이스22만큼은 아니지만 어쨌든 탁 트인 직사각형 공간이 보기 좋았다. 김흥구의 ‘좀녜’ 전시에 맞춰 사진집 ‘좀녜’도 나왔다. 2층의 한쪽엔 ‘사진가의 방’을 위한 서재를 꾸미고 있었는데 아직 이삿짐이 덜 오기도 했고 짐을 미처 풀지 못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곧 정리정돈이 될 것이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방명록 옆에 책이 놓여있었는데 이걸 보지 않고 지나치긴 힘들 것 같았다. ‘섬’이라고 제목이 있어서 이런 사진집이 있었나 싶어 열다 보니 류가헌 박미경 관장이 직접 쓴 산문집이었다. 열아홉 개의 섬에서 만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사진가 이한구가 그 섬들에서 카메라로 만난 사람과 풍경의 사진들이 또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제값을 주고 책을 사서 사인을 받았다.
류가헌을 나서서 경복궁역까지 걸어봤는데 멀지 않았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