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클릭 디지털 포토북 뚝딱

사진마을 2016. 12. 20
조회수 14299 추천수 3

이젠 디지털 포토북 시대

1년 추억 순식간에 ‘뚝딱’

 

하루 18억장이 SNS에 올라오고 

1년 구글에 셀피만 240억장

 

누군 찰칵 소리 들으려 찍는다지만

역시 인화를 해야 사진 맛

 

사진기자가 직접 만들어 봤다

 

한 업체 홈피에 들어가 

편집기 내려받는 데 1분

 

템플릿 선택하고 ‘사진추가’ 클릭

‘빈 사진틀에 채워넣기’ 쿡

 

스티커와 글넣기 등의 메뉴안엔 

각각 수십~수백가지 차르르 

 

‘클릭 클릭’하여 편집 끝 

주문하기 눌러 결제까지 딱 10분

 

 

kys01.jpg » 곽윤섭 선임기자가 내년 2월 정년퇴직하는 <한겨레> 조홍섭 환경전문기자에게 헌정할 포토북을 직접 만들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2016년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이 남은 12월이다. 연말연시가 되고 새해 졸업식으로 이어지는 12월~2월 시즌이 오면 1년 중 가장 포토북이 많이 주문 제작된다. 포토북은 과거에 사진을 한 장씩 끼워서 만들었던 압축식 앨범 대신에 디지털 인화로 통째로 만드는 사진집을 통칭하는 용어다.


“사진이 없으면 추억도 없다.” 이 표현은 한 온라인 인화업체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 뜨는 슬로건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하루에 18억 장의 사진이 SNS에 올라왔다는 통계가 있다. 또 2015년 한 해 동안 구글에 올라온 셀피만 240억 장이었다는 통계도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진이 돌아다닌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자동으로 저장되어 용량을 잡아먹는데 일조하고 있다. 약간 부지런한 사람들은 생각 날 때마다 한 번씩 휴대전화기에 있는 사진을 컴퓨터로 옮긴다. 역시 컴퓨터의 저장공간을 잡아먹는다. 많이 부지런한 소수의 사람들은 이 사진을 인화하여 책으로 만들거나 달력, 앨범 등으로 만든다. 누군가는 “사진은 찍는 그 순간 ‘찰칵’하는 소리를 듣기 위해 찍는다”고 주장하지만 찍고 난 직후에 한 번 보고 SNS에 올리고 나면 잊힌다. 역시 인화를 해야 사진이다.

 

21세기 두 번째 암흑시대 경고

 

인터넷 개척자로 불리는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은 지난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 총회에서 21세기가 중세 유럽의 암흑기에 이은 두 번째 ‘암흑시대’가 될 가능성을 경고한 적이 있다. 빈트 서프는 기술의 진보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미래의 세대들은 우리 세대의 ‘낡은 파일’에 접근하는 법을 모르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정말 소중한 가족사진이 있다면 프린트해서 보관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권했다. 생각해보면 VHS 비디오테이프나 플로피디스크는 이제 더 이상 재생할 기기를 찾기 어렵다. 어느 순간 디지털 바이트로 이루어진 파일 덩어리는 그냥 쓰레기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다.

 

직접 포토북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우선 한 업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따라만들기’와 ‘직접만들기’를 선택할 수 있다. ‘따라만들기’는 다른 사람이 제작해놓은 포토북을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사진만 바꿔 끼우면 되므로 편리하다. 독창적인 구성을 위해 ‘직접만들기’를 골랐다. 편집기를 다운로드받아 내 컴퓨터에 설치하는데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클릭하니 디카북, 포토북 등 템플릿을 결정하라고 한다. A4크기(21cmX30cm) 세로형을 선택했다. 16쪽짜리가 기본형으로 3만3천원부터 시작한다. 페이지가 추가되면 가격이 비례해서 올라간다. ‘사진추가’를 클릭했더니 내 PC에서 이미지를 선택하란다. 미리 준비해놓은 16장의 사진이 든 폴더를 클릭했고 전체선택을 눌렀다. ‘빈사진틀에 채워넣기’를 눌렀더니 16장이 한 페이지당 한 장씩 자리를 잡았다. 순서를 임의대로 바꿀 수 있고 한 페이지에 여러장을 넣을 수도 있다. 스티커와 글넣기, 테두리선 등의 메뉴안에 각각 수십~수백가지에서 고를 수 있다. “클릭클릭”하여 편집을 마쳤다. PC에 저장해놓을 수도 있고 바로 주문할 수도 있다. 주문하기를 눌러 결제까지 마치는데 딱 10분이 걸렸다. 몇 쪽 짜리 포토북을 만들지를 결정하여 사진을 미리 골라두는게 핵심적인 팁이라면 팁일뿐이고 나머지는 일사천리다.

 

5~10분 완성 모바일 앱도

 

사진을 고르는데 애를 먹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한국후지필름의 ‘이어 앨범‘(Year Album)은 “1년 동안 찍은 사진을 5분만에 한 권의 앨범으로 제작할 수 있다”고 한다. 후지필름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첨단 사진분석기술인 ‘이미지 오거나이저’가 탑재되어 있다. 사진의 초점, 흔들림, 명도, 구도 등을 분석해 가장 잘 나온 사진만 선별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우선적으로 앨범에 넣을 인물을 선택하면 주인공을 선별해주는 기능도 들어있다. 물론 편하다는 장점이 있고 내가 원하는 편집과는 다를 수 있다는 단점도 따라다니니 전적으로 ‘하기나름’이다.


포토북 제작도 ‘손바닥’으로 이동하고 있다. 찍스를 비롯해 한국후지필름, 포토몬, 스냅스 등의 업체도 모두 모바일 앱을 이용해 5분에서 10분 사이에 포토북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찍스’의 이동구 전무가 안드로이드용 앱인 ‘찍스디카북’을 이용해 34장이 들어가는 10cm X 15cm짜리 포토북을 만드는 것을 시연해 보였다. 앱을 켜고 템플릿을 선택하고 사진을 끌어서 넣고 취향에 맞는 폰트와 스티커를 배치하여 주문까지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특정한 폴더에 사진을 미리 저장해두면 자동으로 사진이 배치되는 기능도 있었다.


photo01.jpg » 찍스가 만드는 여러가지 포토북 찍스제공

photo04.jpg » 한국후지필름이 만드는 셔플포토. 한국후지필름 제공  



은염방식의 인화로는 한국에서 최초로 포토북을 만들기 시작한 온라인 사진인화업체 ‘찍스’의 이동구 전무를 만나 한국의 포토북 시장에 대해 들었다. 이동구 전무는 “2006년에 처음 포토북을 만들었다. 인쇄방식과 은염방식을 합해서 보더라도 이제 전체 사진인화 업계에서 낱장으로 인화하는 것보다 여러 장으로 앨범을 꾸미는 포토북의 시장이 더 커졌다. 이제는 포토북이 대세다. 은염과 인쇄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화질이다. 우리는 화질에 자부심이 있다. 가장 앞선 인쇄방식도 은염인화를 따라올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 장씩 출력한 사진은 지갑에 넣고 다니는 것 외에는 달리 보관이나 관리할 방법이 없다. 누구든지 서랍을 열어보면 어디선가 찍었던 사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거나 책 사이에 끼여 있어서 잊혀진 경험이 있을 것이니 포토북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인다.

 

요즘 젊은 부부들 사이에선 아이들의 성장 기록을 1년에 한 권씩 만드는 붐도 있다고 한다. 한 온라인 인화회사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후기 중에서 몇 개를 골랐다.


60대 할아버지도 "어렵지 않아"

 

50대 한 남성은 “컴퓨터 안에서 잠자고 있었던 사진들을 몽땅 꺼내어 10권의 디카북을 만들었답니다. 수시로 온 가족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흐뭇합니다”라고 했다. 손녀의 탄생 순간을 책으로 만들고 사돈과도 나눠 가진다는 60대 한 조부모는 “첫 외손녀가 태어난 순간부터 2주일간의 기록을 포토북에 담았다. 아직 직접 얼굴을 못 봤는데도 직접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며 편집기가 어렵지 않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를 둔 40대 남성은 아이가 유치원 시절부터 해마다 한 권씩 포토북을 만들었는데 만족스럽다고 했다. 


찍은 사진을 포토북으로 만드는 시장의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후지필름의 도움을 받아 세계의 포토북 시장 현황을 살펴봤다. 2016년 미국은 약 1조 원의 포토북 매출이 발생했다. 유럽에선 독일의 포토북 시장이 가장 활발하며 매출이 약 5천억 원대다. 같은 기간 일본에선 1천3백억 원대다. 한국은 2016년에 약 290억 원 규모의 포토북 시장이 생겼는데 2012년 195억 원을 기록한 이후로 연평균 성장률이 10.4%에 이르고 있다. 한국후지필름 관계자는 독일의 경우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배어 있어 옷이나 승용차 같은 곳에는 큰 소비를 하지 않은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취미나 자기계발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고 하드디스크 속에 들어있는 사진은 사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아날로그로 남기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포토북 수요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독일과 더불어 카메라 개발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도 사진 자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을 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한 데코레이션 상품 수요가 높은 편이라서 포토북이나 ‘셔플포토’ 같은 사진인화상품의 시장이 큰 편이라고 한다. 일본 내 포토북 소비와 관련해 <한겨레> 사진웹진인 <사진마을>의 작가마당 코너에 ‘오사카통신’을 연재하는 전재운 작가가 오사카 재일교포 2세인 김대일씨의 사연을 전해왔다. 김대일씨는 올해 3월 둘째 아들의 고교 졸업 기념으로 럭비부 활동을 담은 포토북을 만들었다. 일본 포토북 시장을 주도하며 약 56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키타무라사의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다운받아 편집하여 주문했는데 A4 크기의 빅타입 하드커버로 제작했으며 30페이지에 가격은 5000엔이었다. 아들을 비롯한 19명의 졸업생 전원에게 각각 1권씩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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