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밥집, 빵집, 이발소, 미장원
우리 시대 자영업자들의 현주소
김지연 작가 사진전 <자영업자>
» 도향다방. 전주시 교동 소재.
김지연 개인전 ‘자영업자’가 1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서울npo지원센터(서울 중구 남대문로9길 부림빌딩1층)에서 열린다. 관람시간 (월~금: 10시~17시, 토: 10시~13시, 10월 13일(토): 12시~15시)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9월 11일 오후 6시로 예정되어 있다. 사진집 ‘자영업자’(사월의 눈, 3만 원)도 나왔다. 김지연 예전 인터뷰 바로가기
이번 사진전과 사진집에 등장하는 사진은 제목처럼 자영업자들이다. 음식점 14곳, 카페 4곳, 제과점 2곳, 꽃집 3곳, 책방 3곳, 의류점 2곳. 이미용실 4곳 등을 포함하고 있다. 김지연 작가는 전북 진안의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 관장 및 전주 서학동사진관 관장을 맡고 있다. 김 작가는 2014년에 ‘3천 원의 식사’ 개인전과 사진집을 낸 적이 있다. 11일 오후 개막을 앞두고 있는 김 작가와 짧게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김 작가는 “이 작업은 2016년 1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찍은 것이다. 구상은 한 5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어디 어제오늘 시작되었겠는가? 더 오래된 현상이다. 이번에 한 50여 업체의 자영업자들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소개한다. 아무래도 내가 살고 있는 전주 쪽, 그 중에서도 서학동 사진관 근처가 가장 많다. 광주 3곳, 군산 1곳, 그리고 서울 10곳이다. 자영업자들의 삶의 현장에 대한 기록이고 이번엔 동영상으로도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자영업자들 중에 서울을 중심으로 한 5곳 정도는 오실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촬영했던 곳 중에서 문을 닫은 곳도 있겠다.
“꽤 있다. 문을 닫는 이유가 여러 가지더라. 운영난 때문에 닫기도 하고 몸이 아파서 닫기도 한다. 가게 규모를 바꾸거나 이전을 위해 일시적으로 닫는 곳도 있고 잠시 쉬면서 여전히 고민 중인 곳도 있다. 동영상으로 그들의 육성을 보면 알겠지만 ‘장사가 그런대로 된다. 월급쟁이보단 낫다’라는 분들도 있다.”
김지연 작가의 작업노트가 친절하기 때문에 전화인터뷰는 짧게 줄였다. 지금 언론에선 연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맹폭격을 가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뉴스 중의 하나가 자영업 폐업자 비율이다. 8월 18일 방송사들의 기사 제목이다.
“음식점 10곳 문 열 때 ‘9곳 폐업’ SBS
“음식점 10곳 문 열 때 9곳 이상은 폐업” YTN
“음식점 10곳 문 열 때 9곳 이상 ‘폐업’” MBC
“대표적 서민창업 ‘음식점’, 10곳 열 때 9곳 폐업” KBS
음식점 폐업비율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간 연속해서 90%를 넘었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의 평균치는 90.9%였다. 방송사들이 2017년의 폐업률 91.9%은 천문학적으로 대단히 높은 수치가 아니다. 2012년은 94. 5%였고 2013년은 91.8%였다. 2007년부터 거의 모든 해마다 90% 수준이었다는 뜻이다. 이런 것을 놓고 마치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경제가 거덜난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물론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는 한국이 OECD 국가 중에서도 유난히 자영업자 숫자가 많다는데 있다. 미국과 멕시코 다음으로 3번째로 많다. 자영업자 숫자가 많으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다 같이 서로 잘 먹고 잘 살 수는 없다. 기업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다른 할 일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자영업에 뛰어드는 국가 전체적인 현실을 개인이 해결할 수는 없다.
어찌되었든 이런 시기에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며 가치 있는 작업이다.
김지연 작가가 말했다. “도향다방은 전주 교동에 있고 우밥집은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진흥마트는 전주시 호송동에, 호수이발소는 전주 서학동에 있다. 전주 로프빵집은 전주시 완산구 화산천별3길에 있다.”
» 상덕카레.
» 우밥집.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소재.
» 진흥마트. 전주시 호송동 소재.
» 호수이발소, 전주 서학동 소재.
» 로프빵집. 전주시 완산구 화산천별3길 소재.
» 전주칼국수,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 407-11번지 소재.
작가노트/ 김지연
나는 많은 시간을 오래된 낡은 건물이나 사라지는 대상에 시선을 두고 그 소멸의 과정을 찍어 왔는데 이들이 사라지는 것이 단지 안타깝다는 생각만은 아니다. 그것은 세상의 이치고 시작이 있는 모든 것들은 끝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존재하고 경쟁하며 살아야 할 대상이 타의에 의해서 사라져야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세상은 개체가 튼튼해야 안정된 사회라고 본다. 현란한 이상, GNP의 증가, 화려한 빌딩, 몇몇 재벌 상품의 세계화 등이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열심히 일하면서 남의 눈치 안 보고 살고자 하는 소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이것이 시민 개개인의 최소한의 행복이 보장되는 복지사회의 꿈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안정된 현실의 꿈이 벼랑 끝에서 무너지고 있다. 동네 주변 상가는 평생을 모아둔 돈으로 비싼 인테리어비를 지급하고 차린 가게가 2, 3년이 멀다고 무너지고 있다. 또한 열심히 터를 닦아 놓은 가게가 갑자기 뜨는 동네가 되어 땅값이 부르는 게 값이 되고 그 터를 닦아온 영세 상가는 대책 없이 쫓겨나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사라지는 대상을 찍었지만, 이번에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싶어서 사진과 함께 동영상(44명 참여)으로 만들어보게 되었다. 이들의 진솔한 목소리는 격앙되거나 흥분하지는 않았지만, 현실의 모습을 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 <자영업자> 표지.
식당업자가 낮에 건설 현장에 가서 일해야 하고, 수십 년 짜장면 집을 운영하는 부부는 딸까지 동원해서 열다섯 시간 이상을 일해야 겨우 밥을 먹고 살고, 금은방과 시계점을 운영하는 부부는 지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몇 안 남은 기술 덕분에 밥을 먹고 산다고 한다. 청과 집 젊은이는 재고와 높은 임대료 걱정을 하더니 인터뷰 후에 문을 닫고 떠나버렸다.
임대차계약 기간인 5년 동안 장사가 잘되고 사람이 모여들면 땅값이 오르고 그러면 집주인이 집을 판다고 나가라고 하고, 손님이 없어서 장사가 안 되면 그 비싼 인테리어비용과 권리금을 까먹고 파산을 하게 된다고 하는 서울 경리단길 우동집 상인의 말에서 자영업자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낮 10시부터 나와서 새벽 1시에 들어가는 일을 노동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장사를 한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던 한 자영업자 부부는 8년 동안 본점 배를 불려주면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쉬는 날 없이 일해도 손해를 보는 실정이어서 본전이라도 찾고 빠져나오려고 버텨보다가 마음의 병을 얻고 빚을 진 채 나앉아있는 실정이다.
한때는 작은 가게라도 차려서 당당히 사장님 소리를 듣는 것이 작은 성공이라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장사를 안 하는 것이 남는다는 생각을 가질 만큼 열악한 상황에서 오늘도 문을 닫지도 못하고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계속해야 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있는가 하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처지에서 그래도 희망을 품고 자영업에 뛰어들어 실패를 보는 서민들을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영업자 개인의 노력이나 운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줄어드는 인구와 함께 우리나라 경제의 자본주의적 모순이며 그동안 위정자들의 안일한 대처와 대기업의 동네 상권침투 등 수많은 경영 횡포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작업은 단순히 힘든 삶의 현장 기록이기에 앞서 함께 생각하는 사회적 고민이고자 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사월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