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사진책/ 김남진 <폴라로이드 누드>
인상 깊었던 사진집을 손꼽는다면 늘 김남진의 ‘폴라로이드 누드(POLAROID NUDES)’를 기억하고 이야기한다. 현재 갤러리브레송의 관장이자 전시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남진은 1993년에 그 사진집을 발표했다. 25년이나 지난 올해 6월에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그 작품들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김남진은 최근 〈A MAN and A Woman〉으로 작가 3인(김남진, 양재문, 전흥수)의 누드 작업을 기획하여 전시하였다. 무척이나 오랜만에 보는 ‘김남진’의 잊힌 작품들이 있었다. 작품의 판매는 생각할 수도 없는 작가들의 어려운 시절, 작품 제작에 약간의 후원을 했다는 명분으로 35점의 작품 중 일부의 작품을 소장하고 오랜 시간 잊고 지내는 인연 깊은 작품들이었다.
김남진은 1980년대 후반에 ‘이태원’을 발표하여 특유의 에로티시즘을 보여주었고, 5년간의 공백을 거쳐 발표한 1993년의 폴라로이드 누드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작업이었으며 올해 다시 봐도 현대적인 감각에서 한 치도 떨어지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그는 그만의 독특한 사진 기법으로 에로틱한 누드 사진을 선보였다. 또한 누드에서 섹스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였다. 리트렉 뷰(Rittreck view) 카메라와 후지논(Fujinon) W300mm 렌즈를 사용하여 중형으로 촬영하였으며 프린트는 표면이 거칠고 광택이 없는 판화지와 실크에 습식전사법과 건식전사법을 사용하였으며 파스텔 수정을 하였다.
그는 당시의 작가노트에서 “폴라컬러의 이미지 전사는 사진 이미지의 전통적 개념을 무제한적으로 확장시키는데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재현시킬 수 있는 한편, 힘이 넘치는 강력한 콘트라스트의 색조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소재의 사용으로 인한 잠재적 창조력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손으로 그려진 이미지와 사진적 과장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 사이의 경계에 놓인 폴라컬러 전사는 회화와 사진이 교차하는 이른바 크로스 오버 예술인 것이다”라고 했다. » 김남진, 엎드려 있는 누드Ⅱ . 1993 60x35cm, 건식전사법, Fabriano Paper
사진사에서 누드 작품을 남긴 수많은 사진가들을 기억한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를 선두로, 육체의 아름다움을 객관적 시각에서 자연스럽게 표현한 에드워드 웨스턴으로 이어진 누드의 포름화는 현대에 와서 완벽하게 조정되고 절제된 작위적인 자세를 표현한 로버트 메이플소프로 계승되었다. 2016년에 만들어진 영화 ’메이플쏘프’가 지난 달 한국에서 개봉되기도 했다.
1980년대 누드사진은 성에 대한 관심을 넘어 육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충실함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이후 얀 샤우덱은 휴머니즘과 에로티시즘의 벽을 허물었고, 꽃과 성적 유희의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을 다루고자 인간에게 내재된 성에 대한 특유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표현하였으며, 유르겐 텔러는 인공적인 관능미보다 욕망에 대한 진실성을 이야기하였다. 그 외에도 현대의 수많은 작가들은 누드를 그들만의 독특한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도 누드 사진에 관심을 둔 구본창, 민병헌, 김남진, 전흥수, 양재문, 정영혁, 임안나, 김옥선 등 많은 작가의 작품에서 개성 있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에로티시즘을 즐길 수 있다. 2018년, 전시기획자에서 작가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듯한 김남진에게 작가로서의 끝없는 새로운 도전과 결과를 기대하고 싶다.
주원상 (사)코아스페이스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