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 작가의 개인전 <비열한 도시>가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고 있다. 7월 14일까지. 이동준 작가는 한겨레 웹진 사진마을의 작가마당을 통해 포트폴리오 <소통>을 3년째 연재 중이다. 이번 전시의 해설을 내가 직접 썼다. 같은 제목의 사진집도 나왔다.
‘거리사진’(Street Photography)을 구글링하다가 위키피디아에서 정리해 둔 것을 찾게 되었다. 역사부터 시작하여 거리사진을 잘 찍기 위한 덕목 같은 것도 있었다. 뭐 하늘 아래 새로운 내용이 있겠는가? 그래도 궁금하여 훑어봤다.
*보다 공격적으로 되어라.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라. *주제와 함께 버텨라(인내를 갖고) *보다 간결하게 찍어라. *주제와 관련되어 그 배경에 있는 것을 가능한 모두 살펴보라. *구성과 앵글에 가능한 많은 변화를 줘라. *지루한 사진을 찍지 마라. *가까이 들어가라. *250분의 1초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너무 많이 찍지 마라. *사람의 눈높이만 고집하지 않도록. *어중간한 거리는 금물.
정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 그러나 가만 뜯어보면 쉽지 않은 조언들이다. 그리고는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 이야기 나오고... 흥미로운 것은 마지막 단락에 거리사진의 법적인 문제와 관련된 조항이 있다는 점이다. 캐나다를 시작으로 유럽 각 나라, 한국, 일본, 남아공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의 사진 촬영에 대한 법 적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에선 대체로(예외도 있다) 공공장소의 촬영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한국? 뜬금없다. 공공장소라 하더라고 당사자의 동의 없이 여성을 찍으면 성범죄에 해당하여 처벌 받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거리는 사람이 만든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고 본인을 위해 일한다. 아무 하는 일도 없이 걸어가고 걸어가다가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오늘도 내일도 거리를 걷는다. 거리사진을 찍기 위한 조건은 거리와 사람이다. 거리는 그 자리에 있고 사람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리도 움직인다. 거리는 꿈틀거린다.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그리하여 거리사진의 가치가 여기서 출발한다. 위대한 사진가들은 (나중에 다른 길로 접어드는 사람도 있지만 끝까지 한 길을 가는 사진가들도 있다) 모두 거리사진부터 출발한다.
이동준의 사진집 <비열한 도시>는 전형적인 ‘거리사진’이다. 거리사진의 어려움은 위에서 이미 언급했다. 쉴 새 없이 실천과 배제가 반복되기 때문에 역동적이고 그래서 매력적이다. 거리를 찍는 숱한 사진가들이 있지만 동일한 사진이 나오지 않는 것은 거리사진만의 매력이다. 서울 대방동 강남중학교 앞 버스정류장에 간다고 이 책에 든 사진을 다시 찍을 수 잇다는 보장이 없다. 부산 남포동에서 저 손수레를 다시 만날 수 없고 만났다 하더라도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거리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대정신이다. 이동준의 <비열한 도시>에 등장하는 강남역, 시흥시, 논산, 여의도, 경기도 화성 시외버스 터미널은 서로 관련이 없다. 이 장소에서 저 장소로 펄쩍 펄쩍 뛰어다닌다. 문산 오일장, 전주 새벽시장, 목포 유달산, 서울 낙산공원 이화동도 서로 관련이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항구, 횡단보도, 공원길, 지하철 플랫폼, 부산 문현동 주막마저도 서로 관련이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공간의 모든 사람들은 서로 관련이 없다. 이것이다.
누구는 자전거를 타고 누구는 승용차를 타고, 경찰은 광화문 횡단보도를 건너고 모자 쓴 시민은 지하철을 기다리고, 다리 위에서 걷고 지팡이 짚고 걷고, 함께 걷고 혼자 걷고, 누구는 사다리를 들고 누구는 노래방 마이크를 들고 또 누구는 보자기를 들고 각자 <비열한 도시>에서 살아간다. 이것이다. 서로 관련이 없던 공간과 사람들이 이동준 작가가 만들어놓은 이 <비열한 도시>에서 의미를 획득하여 가열차게 살아간다. He means this City.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