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있는 특별한 사소함

곽윤섭 2014. 0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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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순 개인전 ‘낫씽(Nothing)’

  빛과 그림자, 어둠과 실루엣이 그린 여백

 한지의 질감에 터실터실 되살아나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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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순의 개인전 <낫씽(Nothing)>이 9월 1일부터 17일까지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린다.  갤러리 브레송은 충무로에 있고 서울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5번출구에서 걸어갈 수 있다.
28일 전화로 신현순 작가와 인터뷰를 했다. 신 작가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작은 카메라’로 사진을 즐겨 찍어주곤 하다가 2009년에 평생교육원에서 사진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진을 배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전업주부는 늘 집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어있다. 아이들과 갈등(신현순은 트러블이라고 표현했다)을 겪고 아이들의 공부와 갈등을 겪기도 하지 않는가. 문득 이래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행복해져야 아이들도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사진을 찾아나섰다. 필름으로 찍을 때 현상소에 가면 사진관 아저씨가 “잘 찍는다”고 한 적도 있었다. 사진을 시작하고 나니 아이들이 좋아했다. 이제 군에 갔다와서 3학년이 된 큰아이는 자기처럼 행복한 고3시절을 보낸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엄마가 행복해하니 자기도 너무 편했다는 것이다. 내내 집에만 있던 엄마가 (사진 찍으러) 바깥출입을 하게 되니 집안 식구들의 시선이 달라지더라.
 -이번 전시에 걸리는 사진들은 ‘반 다익 브라운 프린트’라고 부르는 특별한 인화기법이라고 들었다. 필름으로 찍은 사진인가?
 =아니다. 디지털로 찍는다. 사진파일을 충무로에 보내면 인화하고 싶은 크기의 필름으로 제작해준다. 예를 들자면 이번에 전시하는 사진들은 대부분 29X40센티미터인데 그만한 크기의 필름으로 만든다. (나의 경우엔) 한지에 붓으로 감광액을 바르고 그위에 필름을 놓고 노광을 줘서 인화하는 식이다. ‘반 다익 브라운 프린트’ 자체는 반드시 한지가 아니어도 되고 판화지 등 다른 재료도 가능하지만 한지는 나의 선택이다.
 -사진이야길 해보자. 아주 잔잔하고 서정적으로 보인다.
 =나는 자연에서 소재를 찾는다. 시골출신이라 그런지 사소한 것들에 관심이 많다. 굳이 사진을 위해 멀리 가지 않는다. 월곡동 동네 주변에서 자주 찍는데 물론 멀리 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 중에는 경주의 양동마을에서 찍은 것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양동마을에선 절대로 찍지 않을 것 같은 것만 찍는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나에겐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사진을 처음 배울 때부터 이런 풍경을 좋아했다. 그 바람에 ‘달력사진’처럼 쨍하게 찍는 주변 사람들이 날 보고 이상한 사진을 찍는다며 뭐라고 하더라. (웃음) 지금이야 그냥 넘기지만 당시엔 상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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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향을 준 사진가라도 있을까?
 =사라 문의 사진을 좋아한다. “아 이런 것이다” 싶었다. 그렇지만 사라 문과 달리 내 사진엔 사람이 없다. 찍고 싶은 곳에 사람이 있으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사람이 없다면 다른 사람이 그 장소에서 똑같이 찍어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나는 특히 한 번 갔던 곳을 몇 번이고 다시 가서 찍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런데 내가 찍더라도 같은 곳에서 같은 사진이 나오질 않는다. 시간대가 다르고 계절이 다르고 날씨가 다르니 같은 사진이 나올 리가 없다. 똑같이 찍어보려고 해도 안되더라.
 -본인의 사진을 볼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
 =(아주 난감해하면서) 그…. 사진은 스스로를 위안하는 것이다.
 -식구들은 뭐라고 하는가?
 =찍어온 사진을 고르는 과정에서 큰아들이 옆에 앉아서 조언을 하곤 한다. 뭐가 좋으냐고 물어보면 나와 큰아들의 보는 눈이 거의 일치한다. 정확하다. 사진을 이해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사실은 엄마의 작업을 이해하기 때문에, 엄마가 뭘 원하는 지를 이해하기 때문에 우리는 보는 눈이 비슷한 것이다. 남편도 적극 협조한다. 내가 운전을 못 하니 늘 차를 몰고 원하는 곳에 데려다 준다. 삼각대와 가방을 들고 조수역할을 한다. 비가 오면 우산도 들어주고. 한 삼사년 되었는데 남편 친구들이 남편에게 핀잔을 준단다. (웃음) 이번 전시도 식구들이 적극 환영했다.
 -한지에 인화하는 이유는 알만하다. 그런데 비싸지 않은가?
 =프린트기에 맡기는 것과 비교하면 더 싸다. 내가 직접 작업하니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 약품값하고 한지 값 밖에 안든다.
 
 신현순의 작품은 완전히 질감에 기반을 두어 감상자의 개별적 기억에 덤벼든다. 빛이 있고 그림자가 있고 어둠이 있고 실루엣이 있다. 나무 줄기와 잎이 있고 풀이 있고 바람과 떨림이 있다. 벽과 벽의 질감이 있고 이 모든 것에 더해서 한지의 질감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없음이 있다. 이 전시야말로 직접 가서 보지 않으면 제 맛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랄프 깁슨 보러) 부산도 가야하지만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도 가자~
 
 

  곽윤섭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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