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 않네, 그림자 늘어진 어느 오후

사진마을 2016. 0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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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사진전 '낯선 일상 그 이후'

 

 2012년 첫 개인전 ‘낯선 일상’을 열었던 김승현 작가가 4년 만에 ‘낯선 일상 그 이후’를 전시한다. 2월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린다. 2012년의 ‘낯선 일상’은 일상 속 삶에서 엇박자를 보여주며 잔잔하면서도 주눅이 들지 않고 세상과 맞서나가는 오묘한 리듬의 사진들을 선보였다. 그 이후 4년 동안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이번 ‘낯선 일상 그 이후’의 작가노트에서 김 작가는 “‘낯선 일상’은 우리 주위에서 발생하지만 친숙하지 않은 반복에서 일탈하는 반습관적인 것이며 우리에게 충격이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 밖의 깃발과 같다. 나는 낯선 일상을 통하여 나의 일탈을 인식하였다. 반면에 ‘낯선 일상 그 이후’는 기획의 해체가 그려지는 세계, 낯설게 하기의 긴장에서 벗어난 편안함과 행복의 심리학, 그리고 충격 그 자체보다는 충격의 언저리에서 느끼는 인간적인 풍부함을 추구한다. 혼자 있어도 쓸쓸해 보이지 않고 함께 있어서 더욱 따뜻해 보이는, 일상의 풍경이 ‘낯선 일상 그 이후’의 주 테마다”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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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사진은 확실히 4년 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대문형무소 안을 거닐고 있는, 머리에 꽃을 꽂은 소녀는 이번 전시의 백미이자 본질이다. 벽돌담으로 대표되는 형무소라는 상징성을 긴 그림자가 한껏 부풀리는 오후다. 그 공간의 한가운데에 선 소녀는 공간성을 발랄하게 압도하면서 역설적인 메시지를 날린다. 구성적으로도 뛰어나고 해석력도 뛰어나다. 무엇보다도 더는 낯선 일상이 아니라 작가 본인의 말대로 “함께 있어서 더욱 따뜻해 보이는” 사진이다.
  낙엽 진 가로수길 한가운데 버티고 앉은 사내의 뒷모습도 이제 더는 쓸쓸해 보이지 않고 주변과 어울린다. 배추밭에 엉거주춤 앉은 사내는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톡톡 튄다. 그 외의 나머지 사진에서도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그 이후’를 볼 수 있다. (관객인) 우리 모두의 일상은 각자 낯선 구석을 지니고 있다. 김 작가는 그가 어떻게 ‘낯선 일상’에서 더는 ‘낯설지 않은 일상’으로 건너갈 수 있었는지를 우리에게 넌지시 보여주고 있다. 그는 전화 통화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짧게 말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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