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를 찾아라
뚱뚱이 옆에 홀쭉이 세워두니 ‘어머, 더 뚱뚱해’
신문속 고층아파트와 판잣집 딱 봐도 빈부격차

초·중학교의 미술시간, 교탁 위에 꽃병이나 석고상을 올려놓고 소묘를 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꽃병을 도화지에 그려 넣을 때는 꽃과 병의 크기, 형태, 질감, 빛과 그림자 등을 고려하면서 특징을 잡아내는 것이 최우선적 고려사항입니다. 그런데 두 개 이상의 꽃병을 놓고 그린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교탁 위에 있는 비슷하게 생긴 두 개의 꽃병을 스케치한다면 어디에 주목해야 할 것인지 판단이 복잡해집니다. 이때는 하나의 꽃병에 대한 묘사보다는 전체가 이루는 균형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두 꽃병을 모두 주목받게 그리기는 힘듭니다. 둘 다 주목받게 하려다가는 둘 다 외면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중 어느 하나를 더 강조하고 나머지 하나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루어두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실제로는 두 꽃병이 거의 같다고 하더라도 그림에선 차등을 두게 그리라는 것입니다.
부지런히 발품 파는 게 먼저, 그 다음엔 선택의 문제

하지만 사진은 그림과 달라 비슷한 두 개의 꽃병을 다르게 찍기가 어렵습니다. 사진은 발견이며 선택의 문제입니다. 부지런한 발로 끊임없이 돌아다니면서 어떤 것을 찍을지 발견하고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비슷한 두 개의 꽃병이 아니라 서로 다르게 생긴 두 개의 꽃병을 찾아다니는 것이 사진입니다. 두 개가 서로 다르면서도 비중이 같을 때는 둘 다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강의에선 대비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사진에서 대비란 서로 성질이 반대가 되는 두 가지를 한 프레임에 담는 것을 말합니다. 서로 다른 두 가지가 한 앵글에 들어있으면 둘의 차이가 증폭되어 표현됩니다. 하나씩 있을 때보다 더 과장되게 느껴집니다. 대비를 적극 활용하면 위트 있고 재밌는 사진을 찍을 수가 있습니다.
김 모락모락 커피와 살얼음 빙수가 한 사진에 있으면?

여러 가지 방식의 대비가 있습니다. 이를 몇 가지 사례로 나눠서 살펴볼까요?
우선 크기의 대비가 있습니다. 뚱뚱이와 홀쭉이는 텔레비전 코미디프로그램에서 활약했던 콤비의 이름이기도 합니다만 우리 주변에서도 숱하게 많은 뚱뚱이와 홀쭉이들이 있습니다. 단짝인 두 친구가 있는데 우연히 한 명은 몸집이 크고 다른 한 명은 말랐다면 주변에선 그들을 뚱뚱이와 홀쭉이로 부릅니다. 돌이켜 보면 학창시절엔 꼭 이런 단짝들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이 아닌 사물에서도 크고 작은 것이 나란히 놓여 있으면 대비가 느껴져서 큰 쪽은 더 크게 보이고 작은 쪽은 더 작게 보입니다.
또 색의 대비가 있습니다. 파랑과 빨강이 같이 등장하면 강렬한 대비가 생깁니다. 한국축구의 색은 빨강이며 일본축구의 색은 파랑입니다. 두 나라가 한일전을 벌이면 응원석도 빨강과 파랑의 물결을 이루며 서로 강렬한 대비를 보입니다. 축구시합만큼이나 관중석도 치열한 응원전을 벌입니다. 깃발이 가진 상징성 덕분에 두 개의 깃발만 보여도 팀 간의 라이벌의식이 연상됩니다.
다음으론 성질의 대비가 있습니다. 따뜻한 것과 시원한 것을 한 프레임에 담으면 하나는 더 따뜻해 보이고 나머지 하나는 더 시원하게 보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와 살얼음으로 덮여있는 빙수를 떠올려보십시오.
형태의 대비도 사진에서 즐겨 이용하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주요소이든 배경이든 프레임 속에 등장하는 대상이 서로 상반되는 형태를 지니고 있으면 사람들은 둘 다 주목하게 됩니다. 삼각형과 동그라미는 전혀 다른 모양의 도형입니다.
과장된 양극화 속에서 배어나오는 웃음

남자와 여자도 대비를 이루며 어른과 아이, 백인과 흑인도 대비를 이룹니다. 이때도 단순히 인종, 성, 나이의 차이만 담는 것보다는 색을 같이 곁들이면 대비가 더 강조됩니다. 물론 남자와 여자가 한 프레임에 들어있으면 대체로 여자 쪽을 더 주목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긴 합니다.
옛것과 새것의 대비는 사진역사의 초기부터 지금까지도 사진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며 대비 자체를 테마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운기와 벤츠자동차가 나란히 달린다거나 세발자전거와 할리 데이비슨이 같이 서있는 사진을 상상해보십시오. 망원렌즈를 단 웅장한 플래그 십 바디와 손바닥보다 작은 토이카메라를 비교해보십시오.
서로 강조되면서 웃음을 자아낼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대비입니다. 감각의 대비도 빠질 수 없습니다. 부드러운 것과 딱딱한 것 혹은 거친 것의 대비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대비가 있습니다. 고층아파트와 판잣집이 가까운 곳에서 공존하는 마을의 전경사진은 신문기사에서 빈부격차, 양극화를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합니다.
다층적 대비로 사진 보는 재미를 한껏 더
그 외에도 대비의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파리를 기록했던 로버트 드와노의 사진에선 숫자의 구성을 이용한 대비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하늘엔 4대의 헬기가 날고 있고 아래엔 동상이 3개 서 있는 식입니다. 수의 대비는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1 대 다(多)의 대비도 가능하고 다(多) 대 다(多)의 대비도 가능합니다. 한 명의 경찰관과 10여명의 유치원 아이들을 찍은 사진이 있다면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어른과 아이, 경찰제복과 유치원 아이들의 제복, 그리고 숫자의 대비까지 복합적인 비교가 되기 때문에 사진을 보는 재미가 한층 뛰어날 것입니다.
뚱뚱이 옆에 홀쭉이 세워두니 ‘어머, 더 뚱뚱해’
신문속 고층아파트와 판잣집 딱 봐도 빈부격차

초·중학교의 미술시간, 교탁 위에 꽃병이나 석고상을 올려놓고 소묘를 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꽃병을 도화지에 그려 넣을 때는 꽃과 병의 크기, 형태, 질감, 빛과 그림자 등을 고려하면서 특징을 잡아내는 것이 최우선적 고려사항입니다. 그런데 두 개 이상의 꽃병을 놓고 그린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교탁 위에 있는 비슷하게 생긴 두 개의 꽃병을 스케치한다면 어디에 주목해야 할 것인지 판단이 복잡해집니다. 이때는 하나의 꽃병에 대한 묘사보다는 전체가 이루는 균형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두 꽃병을 모두 주목받게 그리기는 힘듭니다. 둘 다 주목받게 하려다가는 둘 다 외면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중 어느 하나를 더 강조하고 나머지 하나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루어두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실제로는 두 꽃병이 거의 같다고 하더라도 그림에선 차등을 두게 그리라는 것입니다.
부지런히 발품 파는 게 먼저, 그 다음엔 선택의 문제

하지만 사진은 그림과 달라 비슷한 두 개의 꽃병을 다르게 찍기가 어렵습니다. 사진은 발견이며 선택의 문제입니다. 부지런한 발로 끊임없이 돌아다니면서 어떤 것을 찍을지 발견하고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비슷한 두 개의 꽃병이 아니라 서로 다르게 생긴 두 개의 꽃병을 찾아다니는 것이 사진입니다. 두 개가 서로 다르면서도 비중이 같을 때는 둘 다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강의에선 대비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사진에서 대비란 서로 성질이 반대가 되는 두 가지를 한 프레임에 담는 것을 말합니다. 서로 다른 두 가지가 한 앵글에 들어있으면 둘의 차이가 증폭되어 표현됩니다. 하나씩 있을 때보다 더 과장되게 느껴집니다. 대비를 적극 활용하면 위트 있고 재밌는 사진을 찍을 수가 있습니다.
김 모락모락 커피와 살얼음 빙수가 한 사진에 있으면?

여러 가지 방식의 대비가 있습니다. 이를 몇 가지 사례로 나눠서 살펴볼까요?
우선 크기의 대비가 있습니다. 뚱뚱이와 홀쭉이는 텔레비전 코미디프로그램에서 활약했던 콤비의 이름이기도 합니다만 우리 주변에서도 숱하게 많은 뚱뚱이와 홀쭉이들이 있습니다. 단짝인 두 친구가 있는데 우연히 한 명은 몸집이 크고 다른 한 명은 말랐다면 주변에선 그들을 뚱뚱이와 홀쭉이로 부릅니다. 돌이켜 보면 학창시절엔 꼭 이런 단짝들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이 아닌 사물에서도 크고 작은 것이 나란히 놓여 있으면 대비가 느껴져서 큰 쪽은 더 크게 보이고 작은 쪽은 더 작게 보입니다.
또 색의 대비가 있습니다. 파랑과 빨강이 같이 등장하면 강렬한 대비가 생깁니다. 한국축구의 색은 빨강이며 일본축구의 색은 파랑입니다. 두 나라가 한일전을 벌이면 응원석도 빨강과 파랑의 물결을 이루며 서로 강렬한 대비를 보입니다. 축구시합만큼이나 관중석도 치열한 응원전을 벌입니다. 깃발이 가진 상징성 덕분에 두 개의 깃발만 보여도 팀 간의 라이벌의식이 연상됩니다.
다음으론 성질의 대비가 있습니다. 따뜻한 것과 시원한 것을 한 프레임에 담으면 하나는 더 따뜻해 보이고 나머지 하나는 더 시원하게 보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와 살얼음으로 덮여있는 빙수를 떠올려보십시오.
형태의 대비도 사진에서 즐겨 이용하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주요소이든 배경이든 프레임 속에 등장하는 대상이 서로 상반되는 형태를 지니고 있으면 사람들은 둘 다 주목하게 됩니다. 삼각형과 동그라미는 전혀 다른 모양의 도형입니다.
과장된 양극화 속에서 배어나오는 웃음

남자와 여자도 대비를 이루며 어른과 아이, 백인과 흑인도 대비를 이룹니다. 이때도 단순히 인종, 성, 나이의 차이만 담는 것보다는 색을 같이 곁들이면 대비가 더 강조됩니다. 물론 남자와 여자가 한 프레임에 들어있으면 대체로 여자 쪽을 더 주목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긴 합니다.
옛것과 새것의 대비는 사진역사의 초기부터 지금까지도 사진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며 대비 자체를 테마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운기와 벤츠자동차가 나란히 달린다거나 세발자전거와 할리 데이비슨이 같이 서있는 사진을 상상해보십시오. 망원렌즈를 단 웅장한 플래그 십 바디와 손바닥보다 작은 토이카메라를 비교해보십시오.
서로 강조되면서 웃음을 자아낼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대비입니다. 감각의 대비도 빠질 수 없습니다. 부드러운 것과 딱딱한 것 혹은 거친 것의 대비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대비가 있습니다. 고층아파트와 판잣집이 가까운 곳에서 공존하는 마을의 전경사진은 신문기사에서 빈부격차, 양극화를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합니다.
다층적 대비로 사진 보는 재미를 한껏 더
그 외에도 대비의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파리를 기록했던 로버트 드와노의 사진에선 숫자의 구성을 이용한 대비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하늘엔 4대의 헬기가 날고 있고 아래엔 동상이 3개 서 있는 식입니다. 수의 대비는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1 대 다(多)의 대비도 가능하고 다(多) 대 다(多)의 대비도 가능합니다. 한 명의 경찰관과 10여명의 유치원 아이들을 찍은 사진이 있다면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어른과 아이, 경찰제복과 유치원 아이들의 제복, 그리고 숫자의 대비까지 복합적인 비교가 되기 때문에 사진을 보는 재미가 한층 뛰어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