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강의실] <13> 울퉁불퉁 보들보들, 손맛 살리면 사진맛 ‘아~’

곽윤섭 2009. 09. 10
조회수 22264 추천수 0
촉감을 찍어라
빛 따라 다른 느낌…비스듬한 조명이 ‘마술’
물과 불 함께 담으면 머리가 먼저 더듬더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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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화면에서 보든 프린트해서 보든 사진은 모두 평면입니다. 입체감과 현장감이 사라져버린 평면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것은 시각밖에 없고 그 외의 나머지 감각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진으로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는 시각에만 의존해야 하므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인데 이를 벗어나 다른 감각을 일깨워보자는 내용을 11강과 12강에서 제시했습니다. 11강에서 몸짓이나 손짓을 이용한 메시지 전달(예: 하트 그리기)을 제시했고 12강에선 사진에 소리를 담아보자는 미션을 제시했습니다.
 
생생히 살아있는 미인도에 충격
 
조각이 아닌 회화나 사진은 평면이란 점에선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책이나 웹에서 보던 그림을 미술관에서 만나면 분명히 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서양미술의 최고 유명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모나리자(라 조콘다)를 루브르 박물관에서 봤을 땐 솔직히 보안상의 이유 때문에 관객과 너무 멀리 걸어둔데다가 방탄 유리 속에 겹겹 숨어 있어서 아주 큰 감동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미술교과서를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 있었습니다. 간송미술관에서 신윤복의 미인도를 일반에게 공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약 1미터 거리를 두고 감상했는데 충격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미인도의 크기가 그렇게 큰 줄 몰랐었고 우선 책이나 웹에서 보던 색상과 달랐고 먹으로 그린 부드럽고 섬세한 선의 터치가 생생히 살아있었습니다. 사진이든 그림이든 웹상에서 디지털파일형태로 보는 것은 아주 제한적인 감상밖에 할 수 없다는 점에선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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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사진에도 질감과 촉감이 들어있습니다. 모래를 만지거나 울퉁불퉁한 돌로 된 석탑을 만지는 것, 비단과 대님의 촉감은 크게 다릅니다. 그런데 모래나 석탑, 비단치마, 청바지를 사진으로 찍으면 그냥 종이나 컴퓨터 모니터 표면의 재질에 숨어버리게 됩니다. 암실에서 확대기를 통해 인화하거나 품질 좋은 프린터로 출력하면 한결 나아집니다만 디지털시대에선 모니터에 의존해 사진을 감상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촉감이 제한되는 것입니다. 이번 13강에선 평면인 사진에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현대사진에선 인화지 위에 실제 모래나 쇳가루를 뿌리거나 인화지가 아닌 천, 가죽 등 다른 재질로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사진은 다른 차원이기 때문에 여기선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일출-일몰 때 다르고 형광등-나트륨등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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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문 위에 쌓인 눈(Snow on Garage Door, 1960)’, ‘벗겨진 페인트(Peeled Paint)‘를 비롯한 마이너 화이트의 사진들, 에드워드 웨스턴의 사막이나 누드나 피망 사진들을 보면 사진에 등장한 대상의 표면이 거칠거나 포근하거나 매끄러움이 생생히 느껴집니다. 그 외 일일이 거명할 필요도 없이 많은 대가들의 사진에서 우리는 촉감을 살려낸 경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촉감을 살리는 방법 중의 하나는 표면의 특성을 포착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조명 아래에서 활동합니다. 일출부터 일몰까지 거리에선 태양이 사물에 직접 빛을 전해줍니다. 흐린 날엔 구름이란 거대한 필터가 햇빛을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집, 사무실, 학교, 지하철 등 실내엔 형광등, 나트륨등을 비롯한 다양한 조명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사과나 복숭아를 하나 들고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조명을 옮겨다니면서 사진을 찍어봅시다. 분명 같은 사과인데도 빛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떤 조건 아래서 사과나 복숭아가 원래 표면의 특질대로 표현될 것인지 알아봅시다. 거칠게 마감이 된 콘크리트건물의 외벽은 어느 시간대에 가장 질감이 살아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보자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비스듬한 방향에서 들어오는 빛이 표면의 입체감과 그림자를 불러오면서 재질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뭉게구름 보면 포근한 이불의 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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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감(질감)을 살리는 또 하나의 방법은 대비를 통하는 것입니다. 서로 재질이 다른(다르게 보이는) 두 가지 이상의 표면을 한 프레임에 담으면 사람은 비교를 통해 재질의 특성을 더 쉽게 알아차릴 수가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체험, 학습 등을 통하여 물체의 특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물, 불(직접 만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얼음, 돌, 나무, 천 등에 대해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직·간접으로 겪어와서 표면의 촉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표면 옆에 다른 재질의 대상이 존재하면 쉽게 그 감각을 유추할 수 있고 곧 머릿속으로 촉감을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시각 속에서 촉각을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며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는 실제 손끝의 느낌을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중에도 조금씩은 공감각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면 훈련을 통해서 공감각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며 사진은 감각훈련에 적합한 매체입니다.
 
그 외 어떤 대상을 촬영하면서 유사한 재질의 것을 떠올리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불 속의 솜이 연상되는 가을 하늘의 구름은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소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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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주의 미션 ㅣ 질감을 담아보자
 
자신이 사진을 찍거나 남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어쩐지 느낌이 좋아서…”라는 이야길 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틀린 표현이 아닙니다.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사진은 마음속으로 감동이 전달되는 매체입니다. 이번 미션은 시각과 청각뿐만 아니라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동을 사진에 담아보는 것입니다. 보기만 해도 부드럽거나 거칠거나 미끄럽거나 울퉁불퉁한, 그런 느낌이 전해지는 소재를 찾아서 프레임에 담아봅시다. 위에서 제시한 방법이나 소재는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각자 상상력을 발휘하여 “만져지는” 사진을 찍어봅시다. 기간(9월10일~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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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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