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 등극 유혹 벗어나 이젠 내 목소리”

곽윤섭 2010. 0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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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진 씨
 ‘지루한 희망’을 테마로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
 
남다른 재능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윤성진(37ㆍ학원 논술강사)씨는 2006년 콤팩트카메라로 사진에 입문했고 불과 두어 달 만에 노을, 남산, 경복궁 등에서 찍은 풍경사진으로 굵직한 사진커뮤니티의 1면에 서너 번씩 올라갔다고 합니다.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은 적도 여러 차례구요. 역광으로 찍고 약간의 후보정을 했더니 사람들이 좋아하더랍니다. 이른바 쨍한 사진을 손쉽게 찍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짜릿한 경험들이 오히려 독이 될 줄은 그 땐 몰랐답니다.

“1면 등극의 유혹과 폭발적인 덧글, 방문자 수에서 벗어나는 데 꼬박 1년이 걸린 것 같습니다. 장비 병에서 벗어나는 데 또 1년이 걸렸고요. 이제 어느 정도 편안해졌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능숙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추어 괴로움과 함께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합니까?
 =일관된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찾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려 합니다. ‘지루한 희망’이란 테마로 찍고 있습니다.
 출퇴근시간 때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찍습니다. 사람들이 졸고 있는 모습, 멍한 순간들, 지루한 일상을 사는, 하지만 묵묵히 살아가는 도시인들을 찍습니다.
 -본인에게 사진을 무엇일까요?
 =창구? 세상에 대해 뭔가를 말하고 싶은 통로가 아닐까요? 제 사진이 어두운 편이란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늘 황금빛 노을로 빛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사진이 넘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지루하게 견디면서 희망을 놓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찍는 것은 저 자신의 이야기며 결국 제가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미래의 계획은?
 =대형사진전 한 두 개만 의미 있는 관객동원이 될 뿐, 일반 사진작가들의 소규모 전시에는 사람들이 가질 않습니다. 프로사진가가 될 꿈은 없습니다. 현재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9명의 동호회원과 함께 사진책을 내려고 합니다. 아마추어들의 괴로움이 뭔지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필터보다 책에 투자를
 
 -사진 외의 취미는?
 =없습니다. 월드컵중계도 안 봤습니다. 12년째 한겨레 독자입니다. 전태일씨를 존경합니다. 소외, 평등, 소수자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월드컵 무대의 열기도 허위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월드컵 거리응원을 찍긴 했지만 낙담하는 표정, 끝나고 난 다음의 쓸쓸한 빈자리, 축 처진 비옷의 물결 등을 찍게 되더군요. 
 -(다른 이들에게)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조언을 할 수 있습니까?
 =책을 보는 편입니다. 지식을 구축하기 위한 책읽기가 아니라 인문학적 정서를 가꾸기 위해서입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현실감각이 중요합니다. “지금 이곳은 옳은가?”라는 의문을 이어가야 합니다. 사회에 대한 시각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인문학 서적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홍세화선생의 글들이 좋았습니다. 제가 할 이야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사진을 하는 사람들은 필터 한 개 값도 안 되는 책값에 투자하려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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