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끼의 분노-후속취재

곽윤섭 2010. 08. 06
조회수 12801 추천수 7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본관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몸을 돌리기도 힘들게 좁은 물품보관실(창고)에서 점심도시락을 먹고 있다. 평소엔 문을 닫고 식사를 하는데 사진취재를 위해 기자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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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겐 발 뻗을 공간이 필요하다

오늘(8월 6일)대학로에 있는 서울대병원(종로구 연건동)을 방문했습니다. 어제 제가 올렸던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휴식공간사진의 현장을 제 눈으로 확인하고 보충취재하기 위해서입니다. 공공노조쪽에서 찍은 사진도 충분했지만 사진기자는 현장에 가야하는 것이 숙명입니다. 전화나 이메일로는 취재를 완성할 수 없습니다. ㅡ.ㅡ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몇 군데 물품보관실을 둘러봤습니다. 방의 명칭이 따로 없었습니다. 창고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정식명칭이 없는, 잊혀진 공간입니다.

어제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더 열악했습니다. 제일 작았던 방은 제가 들어가서 한 바퀴 몸을 돌리기도 힘이 들 정도로 좁았습니다. 그야말로 청소용품을 넣어두는 창고였던 모양입니다. 형편이 조금 나은 방은 자리를 깔고 앉을 수는 있었습니다만 역시 몸을 완전히 펼 수는 없이 좁았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은 통상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을 합니다. 중간에 한 시간씩 두 차례 쉬는 시간이 주어지니 8시간 근무입니다. 쉬는 시간에 밥도 먹고 잠깐 다리도 뻗을 수 있는 그런 휴게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공노조 의료연대의 의견입니다. 이들 청소노동자들은 근무하는 부서에 따라 두 시간의 휴식시간이 수시로 유동적이라고 합니다. 응급실담당 근무자의 경우 언제 청소할 일이 있을지 몰라서 가끔 밥을 먹다가 뛰쳐나가서 피와 배설물 같은 것을 치우기도 한답니다.

 

점심식사 장면을 찍고 싶었습니다. 먼저 온 노동자 한 분이 같이 근무하는 ‘친구’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해서 같이 기다렸습니다. 서로 마주하고 앉으면 등이 벽에 닿아버리는 그런 곳이며 짧은 시간이지만 싸온 도시락을 같이 나눠먹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지난 수요일 병원로비에서 서울대병원노동조합쪽에서 ‘따뜻한 밥 캠페인’과 기자회견을 하려다가 병원 쪽에서 경비와 용역업체직원을 동원해 막으면서 몸싸움이 일어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이 트위터를 통해서 일파만파로 퍼져나갔고 병원 쪽에서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선 12시에서 1시 사이의 시간에 직원식당에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의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직원식당에서 도시락을 먹는 청소노동자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창고(물품보관실)를 둘러본 다음, 낮 12시 15분 정도에 직원식당을 찾아가봤습니다.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병원의 전체 직원이 약 4천명이라는데 줄을 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짐작되었습니다. 마침 이곳에서 도시락이 아닌 식당의 점심메뉴를 먹고 있는 청소노동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왜 식당에서 도시락을 먹지 않는 건가요?

    “직원식당은 늘 붐비고 게다가 시간이 불규칙한 청소노동자들이 12시에서 1시 사이를 

      를   딱 맞추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그 곳에서 도시

      락을  먹는 게 불편합니다. 보세요. 이렇게 손님들이 많은 식당에서 아줌마들이 도시락

      을  꺼내놓고 먹을 수 있겠어요?

 

질문을 해놓고도 제가 미안했습니다.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겠더군요. 변명이지만 기자들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위해서 질문을 합니다. 어제 트위터에서 어떤 분이 위의 질문을 했었습니다. 지금 이들 청소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휴게공간입니다. 209명중에 190명 정도가 여자들이고 이들은 거의 대부분 50대 후반입니다. 점심을 먹고 잠깐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서울대병원 쪽에서 대화의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다음 주에 병원장이 병원노동조합과 청소노동자들을 함께 면담한다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부디 합리적인 결론이 내려지길 빕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kwak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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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돌리기가 힘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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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콘은 커녕 선풍기도 없다. 문을 닫으면 답답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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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의 점심시간. 종이상자에 테이프를 둘러 밥상을 만들었다. 등이 벽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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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렌즈중에 최대로 화각이 큰 16미리 렌즈로 찍었다.  더 이상 넓게 찍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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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먹을 공간을 찾아나선 한 청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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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1층에 직원식당이 있다. 이곳은 일반인들도 같이 먹는 곳이며 직원전용은 안쪽에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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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직원전용식당. 이곳도 줄을 서는 것은 마찬가지. 빈 자리가 눈에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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