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사랑 다양하고 고운 심성

곽윤섭 2010. 07. 22
조회수 4443 추천수 0
[하니포토워크숍 참가자 후기]
 3박4일만의 월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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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진은 찍습니다. 문제는 원하는 피사체를 어떤 감성으로 담아내는가입니다. 사진기를 꽤나 오래 가지고 다녔지만 나의 사진이란 사실을 담아내기 급급한 ‘4류 화가의 정물화’처럼 표정이 없습니다. 내 사진에 불편함을 가지고 있을 즈음에 눈에 번쩍이는 광고 “하니포토워크숍”. 이번은 제주랍니다.
 
제주는 수없이 갔지만 남들과 함께 그리고 사진작가들과 함께 숙식과 동행출사를 하며 사진에 대한 느낌과 촬영기술을 이야기하고 작가들의 작업을 따라해 보고, 매일매일 자신의 작업에 이야기를 구성해보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사진이야기로 3박4일을 보내는 것이죠.

 
8명 작가들의 명언 품고
 
출발 전 사진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장면, 기법들에 대한 강의가 무려 8명의 작가들에 의해 진행되었습니다. “사진이란 자신만의 시선이며 손재주보다 감성으로 작업하라”는 등 사전강의를 통해 얻은 지식은 대상지와 작업에 임하는 나에게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은 “따뜻하게 대상물을 응시한 후 감동이 밀려오면 셔터를 눌러라”였습니다.
 
출발 전날 하던 일의 마무리가 늦어 잠을 설치고 새벽 공항에 도착해서 제주로 향했으나 제주 하늘의 안개 때문에 회항하는 비행기가 속출했습니다. 우리 비행기는 운이 좋았습니다.

먼저 제주의 3다 중 돌을 친견하러 갔는데 제주돌문화공원이었습니다. 제주만의 경관을 잘 살려서, 자연에서 얻은 재료에 순응하고 이를 다루며 살아왔던 제주 탄생의 질퍽한 역사를 과하지 않게 드러낸 곳입니다. 나는 돌과 사람의 공존을 촬영하는데, 순간 뭍에서 강이 인간에 의해 죽어가는 모습이 악몽처럼 지나갑니다. 모두들 잠을 설치고 아침을 못 먹은 상태라 점심으로 제주 토종닭 백숙을 먹었는데 그릇 바닥을 오랜만에 긁어보았습니다.
 
감동은 찰라, 거침 없는 품평
 
점심 뒤 삼양동으로 이동해서 제주가 뭍에 주는 기품 중 하나인 갓과 망건을 만드는 중요무형문화재 할망을 뵈었습니다. 주름지고 닳은 손이지만 천직으로 알고 인내하신 시간을 꺼내어 달라고 졸라서 마음으로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첫날 촬영한 것을 이야기로 엮어 10장을 내라는 엄명에 오늘 담은 사진을 꼼꼼히 살핍니다. 사실 이 시간은 촬영자에게 매우 소중한 시간입니다. 진중하게 자신이 담은 사진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마음과 머리가 겸허해집니다.
 
이성은 작가를 통해, 제주 해녀들의 고난하고 깊은 물질 뒤 쉬어내는 숨비소리를 사진으로 만났습니다. 감동은 찰라였습니다. 이윽고 참가자 전원에 대한 거침없는 품평이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어찌 이리도 다양하고 아름다운 심성을 가졌는지 사물을 담아내는 깊이와 넓이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거침없는 지적을 당해도 시선과 감성의 차이에 푹 빠져듭니다. 그러다가 “동녘에 해 뜰 때 어머님 날 나시고”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입담에 배를 잡고 웃습니다.
 
벌써 밤 12시가 넘었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났는데 어찌 초저녁(?)에 눈을 붙일 수 있나요. 도반들과 시원한 맥주를 마시니 한 명 두 명 모이는데 결국 다 모였더군요.
 
 
새벽 홀로, 부지런함이 으뜸
 
둘째 날은 제주 민속 5일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부지런한 참가자는 새벽 장을 담기 위해 홀로 떠났습니다. 참 부지런하죠. 역시 사진은 부지런함이 으뜸입니다. 제주의 부지런한 할망들이 판을 벌여서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민속장이 되었습니다. 대형할인매장이 들어서도 아직 당당합니다. 나는 장마당에 서면 30년 전 조그만 행상을 해서 용돈을 주시던 우리 엄니가 생각납니다. 나는 장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이리저리 돌았지만 할망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다닥다닥 등을 맞댄 채 장터 먹거리로 배를 채우고 몇몇은 송악산으로 난 올레길로 가고 몇몇은 모슬포 항으로 갔는데, 나는 모슬포로 정했습니다. 꿈의 섬 파랑도는 모슬포에서만 출항하기 때문입니다. 한 때 모슬포는 활기 있던 항구였습니다. 요즘은 우리나라 어촌이 그렇듯이 활력이 없어 보입니다.
 
22년 전 송악산과 모슬포에 필리핀을 떠난 미군기지가 온다고 했을 때 제주 도민들이 막아냈습니다. 그때 미군기지가 섰다면 올레길이나 수만 년 전 사람화석이 이렇게 반갑게 사람들을 맞을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사라져가는 기억을 찾아 열심히 셔터를 눌렀습니다. 귀가하는 일행을 꼬드겨서 회무침과 구이를 안주 삼아 시원한 맥주 몇 모금 마시니 여기가 바로 파랑도인 듯 합니다.
 
저녁 후, 5일장 내 군상의 여러 모습과 송악산 올레길의 안개 내린 풍경을 보고도 품평회는 거침없습니다.
 
 
나비로 환생한 김영갑 만나
 
셋째 날 일흔이 넘은 참가자는 4·3을 담기 위해 홀로 떠났습니다. 참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느꼈습니다. 어떤 이는 새벽시장을 담기 위해 떠났습니다. 남은 일행은 제주를 가슴으로 안고 간 김영갑 작가의 갤러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용눈이오름에 올랐습니다. 순간 나비가 보입니다. 도회지에서 나비 보기가 힘듭니다. 루게릭병으로 굳어버린 김영갑에게서 카프카의 “변신”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의 루게릭은 바퀴벌레가 아닌 나비였습니다. 나비로 환생한 김영갑을 만났습니다. 나도 얼른 나비로 변신하여 “사랑합니다”고 인사합니다.
 
일행은 삼성혈과 자신들이 미진했던 대상지를 다시 찾았는데 나는 혼자 모슬포로 가는 시외버스를 택했습니다. 한참 만에 타보는 시외버스는 할망들이 떠들어야 제맛입니다. 어제 품평회 때 모슬포를 성실하게 담으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사실 보충촬영 때 더 진실한 느낌을 많이 갖게 됨을 알았습니다. 난 모슬포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셋째 날 마지막 품평이 무사히 끝나고 3일 동안 사진으로 만난 다양한 시선들을 모아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불편한 심기로 벼르다 “역시!”
 
넷째 날 전체 품평과 동행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친견했습니다. 참가자 중 날카로운 지적에 심기가 불편했던(?) 한 사람이 툭 뱉은 ‘곽윤섭, 노순택 어떻게 찍었나 보겠어!’라는 말에 포복절도를 했으나 그는 사진을 본 뒤 “역시 곽윤섭, 노순택이네”를 연발했습니다. 이렇게 제주의 사진여행은 끝이 났습니다. 이후로는 클럽모임으로 서로의 사진을 교류하게 됩니다.

사진에는 여러 감성이 있습니다. 풍경사진은 겹겹의 미래와 시간과 시원함이 있고 접사한 사진에는 어느 것을 소홀히 볼 수 없는 겸손을 배웠습니다. 그래도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크게 남은 것은 “사람에 대한 사랑”입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하니포토워크숍 3기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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