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오멘린나 저택 지붕에서 발견한 마녀와 고양이 풍향계
사진이 있는 수필1-마녀와 선녀
4월 첫주에 북유럽에 있는 3개국에 짧게 다녀왔다. 헬싱키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수오멘린나가 여러모로 좋았다. 수오멘린나는 18세기 중반에 지어진 요새로 지난 1991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건물과 자연 풍광이 모두 빼어났다. 일행 중에 한 분이 뭘 찍길래 나도 렌즈를 그리 향했더니 ‘마녀와 고양이 풍향계’가 지붕에 달려있었다. 그리고 3일 뒤에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홀로 2시간 가량 이곳저곳 걸어다니다가 또 마녀풍향계 비슷한 것이 보여서 가까이 갔더니 터무니 없이 다른 물체로 건물 벽에 붙은 가로등이었다. 시각적으로 하나에 꽂히면서 연상작용에 의해 잔상이 기억에서 계속 튀어나온 것이었다. 그러다가 이번엔 확실히 풍향계와 닮지 않은 가로등을 발견하곤 비로소 잔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 마녀 풍향계와 전혀 닮지 않은 가로등
» 에스토니아 탈린의 가로등
»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발견한 수탉 풍향계
» 탈린 어느 골목의 그림자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가 오후 햇빛 때문에 생긴 빛과 그림자가 골목 바닥에 떨어졌는데 또 본능적으로 찍게 되었다. 이게 뭔가 곰곰이 생각하니 바로 지난 겨울에 찍었던 선녀 그림자 기억의 영향이었다. 아래 소개한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만드는 대외홍보지 ‘언론사람’은 월간이다. 여기에 매 달 사진 한 장과 짧은 글을 싣고 있다. 올해 3월치에 실린 사진과 글이다.
» 국립중앙박물관 선녀
사진 강의를 10년 넘게 하면서 많은 질문을 받았다. 가장 잦은 것은 “어떤 카메라가 더 좋아요?”이지만 “사진 찍으려면 어디로 가는 것이 좋아요?”도 왕왕 나온다. 첫 번째 질문은 예산에 맞춰 안내해드린다. 물론 특정 브랜드를 권하진 않는다. 후자는 날씨를 따져본다. 해가 나고 춥지 않다면 서울어린이대공원을 권하고 비가 올 수도 있고 춥다면 국립중앙박물관을 권한다. 이곳은 전천후 촬영이 가능한 장소다. 삼각대와 플래시는 안 된다. “동물원에 가면” 뭐도 뭐도 있듯이 박물관에 가면 유물이 천지다.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선과 도형과 문양이 아름다우니 박물관 구조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다. 스토리텔링의 3요소가 모두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선녀를 만날 수도 있다. 토끼 귀 모양의 선녀머리가 선명하다. 용케 옷을 되찾아 하늘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나무꾼은 어쩌라고. 초겨울 오후 4시였다.
이런 내용이다. 이번엔 뭘 찍어야 선녀의 잔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ㅎㅎ
지금 다시 수오멘린나 사진을 정리해보니 이런 사진들이 있었다. 어떠한 연상작용으로 연결되었는지 짐작이 될 것도 같다.
» 위 석장 모두 핀란드 헬싱키 수오멘린나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