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공학생 개별 사진 분석-끝
» 권용을 <능선>
상명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학과 포토저널리즘파트의 네 학생이 남았다. 권용을의 <능선>은 도시개발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스카이라인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권용을은 우리 국토의 70%가 산악지형임을 강조하며 능선에 들어선 건물(주로 아파트)들이 기존 산세와 조화 또는 이질감을 느끼게 지어졌다고 했다. 사진은 기록이니 소중한 작업이다. 100년 전의 이곳과 현재와 또 다른 100년 후의 이곳은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남겨두면 모두 기록이니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10장의 사진을 찍으려고 최소한 10군데 이상의 장소를 물색했을 것이니 작업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진의 고유성은 어디서 어떻게 찾아내야하는 것인가? 3번 사진에서 사진 가운데쯤의 고층 건물 위로 솟아오른 타워크레인과 그 오른쪽의 산 위에 솟아오른 레이더 혹은 송전탑의 비교가 조금 흥미를 끌기 시작했다. 5번 사진을 보면 카메라에서 가까운 쪽의 건물 라인과 그 뒤에 있는 산의 라인이 엇비슷하게 물 흐르듯 따라가고 있다. 도시를 디자인하는 누군가가 저렇게 큰 차원의 배려를 했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흥미를 끌었다. 6번도 그랬다. 7번에선 왼쪽의 산과 오른쪽의 초고층 건물을 비교시켰다. 즉 오른쪽 초고층건물을 산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까지라도 작업의 고유성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음을 높이 산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 김민수 <102보충대>
김민수의 <102 보충대 이야기>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있는 포토스토리다. 창설 64주년을 맞이했던 102 보충대는 지난해 9월 마지막 입영식을 끝으로 해체되었다. 산 능선을 따라 스카이라인을 만들었던 건물도 사라질 것이고 어떤 무형의 공간이었던 102 보충대도 사라졌다. 이제 사진으로만 기억될 것이니 역시 소중한 작업이다. 무엇보다도 전체 28명의 학생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스토리 구조를 가진 작업이다. 이연미의 <철가방과 함께 한 배달의 민족>, 김혜진의 <유커>가 비슷한 접근을 했지만 기승전결의 구조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는 차이가 있다. 김민수의 작업은 한 명의 주인공이 아니라 이제 입대하는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 여러 명이 주인공이다. 또한 그 젊은이들의 부모, 친구도 여럿이며 입영장정들을 안내하는 기간병도 여럿이다. 이 사진들이 각별한 이유는 한국의 젊은 남자들이 대부분 겪는 통과의례이기 때문이다. 옆집 누군가가 입대하고 그 옆집 누군가의 부모는 눈물짓고, 또 그 옆집 누군가는 벌써 제대한다는 이야기가 한국에선 아주 보편적이면서 각각의 독자적인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전체 16장으로 구성했는데 1번부터 탄탄하다. 보충대 주차장 안내간판이 비스듬하게 담겼다. 덕분에 버스를 넣을 수 있었다. 2번에 등장한 두 명의 사람들의 입술이 보였다. 3, 4, 5 일사천리로 넘어갔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래도 모르니 6번과 7번에서 시각적 변화를 주었고 8번부터 본격적인 입대 준비과정이 애환을 보여줬다.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14, 15로 끝을 내지 않았다는 점이 압권이다. 앞으로가 잔뜩 기대된다.
» 민태웅 <하늘에서 본 세상>
민태웅은 <하늘에서 본 세상>은 드론으로 작업했다. 휴대폰에 카메라가 달리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폰카메라의 성능이 충분히 좋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폰으로는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없다”라고 규정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이야기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각 회사의 최상급 기종은 최소한 화질에 대해선 DSLR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신문에 쓸 수 있는 정도다. 몇 사진가들은 스마트폰만 가지고 찍은 사진으로 사진집을 내기도 했다. 무슨 이야길 하려고 하느냐면 이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 더 이상 기기를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되었던 또 다른 뭐가 되었든 사진의 내용이 중요하다.
드론 또한 이제는 더 이상 신기하다는 수준을 넘어서야한다. 드론으로 찍었다는 것 자체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며 시각이 중요하고 가치 판단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드론으로 찍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평소에 접할 수 없는 앵글….”이란 이야기는 할 일이 아니다. 드론으로 찍는 사진도 높이나 각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내겠지만 기기의 특성에만 의존할 일은 아니다. 민태웅은 환경과 개발에 관해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겠다고 했으며 사진을 보면 인간과 자연의 공존보다는 환경 파괴의 현장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대부분의 사진이 그러하다. 피부가 벗겨진 것 같은, 속 살이 마구 파헤쳐진 것 같은 현장들을 아주 다양하게 잘 찾아서 보여주고 있다. 잘했다는 소리다. 딱 한 가지만 지적하자면 추상사진으로 보이는 몇 사진이 있는데 이는 구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2번은 왜가리(맞나?)의 서식지 바로 코밑까지 치고 들어온 아파트단지를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6번은 로드킬의 현장이고 11번은 누군가의 조상님 산소 근처를 빗겨 지나가는 송전탑을 보여주었다. 번호를 부르지 않아도 보이는 것은 다 보이니 독자들이 다 알 것이다. 반면에 1번, 4번 같은 사진들은 형태만 남았고 이게 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14번도 그렇다. 뭔지 알지 못하게 찍으면 안 되느냐는 반문이 있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다큐멘터리와 추상은 서로 다르니 구분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특히 항공사진, 드론 사진에서 부감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실제 대상이 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일부러 그렇게 찍는 작품도 봤다. 폐광에서 흘러나온 붉은 물줄기가 마치 사람의 핏줄처럼 보이게 하는 작품도 봤다. 그것과 직접적인 묘사는 다르지 않으냐는 생각이다. 14번은 정말 뭔지 모르겠다.
» 조태형 <NEWS>
조태형은 <NEWS>를 통해 2016년에 일어난 사건들 중에서 크게 두 가지 방향성을 잡아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한 묶음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며 또 하나는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통한 ‘여혐’현상에 대한 reaction이다. 동성애 반대집회현장도 포함되어있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촉구하는 뜻이다. 사건 현장 자체는 찍기가 어렵고 이 두 사건들을 현장에서 바로 사진으로 담은 사람은 없다. 스크린도어 사건이 난 뒤의 반응을 담은 2차적 현장이다. 강남역 사건도 마찬가지. 한 장 한 장 모두 잘 찍었다. 일간지에서 일하는 사진기자들만큼 반듯하니 그 걸로도 충분히 칭찬받을 수 있다. 그런데 조태형만의 시각이 드러난 사진은 이 중에서 몇 장이나 있는가? 반듯하게 찍은 것은 자랑이지만 이 집회현장에 가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아닌가? 7번 사진 정도가 고민한 흔적이 보일 뿐 나머지는 신선하다고 보기 힘들다. 집회 사진은 자체로 힘이 들어있다. 3, 4번 같은 사진은 집회 참가자들의 시선, 표정이 사진의 힘이다. 이걸 포착해낸 것은 사진가의 의지이지만 참가자들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 보도사진은 힘이 세지만 현장의 힘이다. 그걸 넘어서서 사진가의 시선이 보이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현장 사진가들의 숙명이고 역시 쉽지 않다. 분발하기 바란다.
이상으로 3개 대학 28명의 분석을 모두 마쳤다. 2월 7일에 시작했는데 제목만 모아봤다.
1-사진 따로, 글 따로는 곤란.
2-살아있는 유형학을 주문한다.
3-좁히고 규정하고 색칠하라.
4-사라지는 것, 등장하는 것.
5-세부묘사와 상징을 통한 재해석
오늘 글이 6번째인데 제목은 “사진 찍기는 이야기 담기”라고 할 것이다.
각각의 제목 안에 대강의 내용이 엿보인다.
‘사진 따로, 글 따로는 곤란’은 작가노트로 사진을 설명하려고 들지 말라는 뜻이다. 전업 작가들 중에서도 여러 명이 이런 오류에 빠지곤 한다. 사진 안에는 없는 것을 글을 통해 제시하는 것은 곤란하다. 곤란한 것을 넘어 기본이 안된 것이다. 작가노트는 그 작업을 하게 된 심경, 전후의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것이다. 하고 싶다면 철학이야기를 쓰던 뭘 쓰던 상관은 없으나 작가노트는 사진을 보완해주는 것이 아니다. 사진집을 보면 글과 텍스트를 협업으로 결합시킨 경우가 있다. 이건 가능할 뿐만이 아니라 적극 권장한다.
‘살아있는 유형학을 주문한다’에서는 한국 사진계에 만연하고 있는 얼어붙은 유형학에 대한 경계를 당부했다. 요약하면 지겨운 상황의 반복을 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사진은 외형이 더 중요하다. 시각 이미지다.
‘좁히고 규정하고 색칠하라’부터는 조금 더 전문적인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좁힌다는 것은 사진으로 말하고 싶은 테마를 정할 때 광범위한 것보다는 좁히란 것이다. 영어 표현으로 하면 specific이 되겠다. 사전에서 뜻을 보니 “구체적인, 명확한, 분명한, 특정한, 특유의”로 되어 있다. 막연히 좁히라는 뜻이 아니다. 규정한다는 것은 관점이다. 세상의, 사회의, 남의, 다른 작가의 관점이 아니라 바로 당신의 관점이 있어야 한다. 색칠은 외형이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
‘사라지는 것, 등장하는 것’은 어떤 소재나 주제를 선택할 지에 대한 여러 길잡이 중에 한 방법을 말하는 것이고 사진의 속성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은 기록이고 찍어두고 나면 사라진다. 따라서 지금 당신의 주변에서 서서히 혹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을 찍으라는 소리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것은 어제 없던 것이니 아주 소중한 사진의 책무다. 새로운 트렌드, 새로운 건물, 새로운 것을 찍으라.
‘세부묘사와 상징을 통한 재해석’은 더 구체적인 사진작법에 관한 주문이다. 기본에 충실하여야 하고 대상이 가진 특색을 찾아내어 강조하여야 한다. 사진은 비유이니 비유에 해당하는 것을 포함할 수 있는 눈썰미와 인문학적인 공부가 병행되어야 한다.
‘사진 찍기는 이야기 담기’는 사진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엮어나가느냐의 문제다. 김민수의 ‘102 보충대’에서 몇 가지 써두었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졸업하는 학생들의 앞날에 큰 빛이 열리기를 기원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