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공학생 개별 사진 분석-5
» 이지수 <한복을 즐기는 사람들>
이지수의 <한복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기에 앞서 개별 사진 분석 3번째 글의 제목을 다시 읽어보자 “좁히고 규정하고 색칠하라”
테마를 좁혀서 잡고 그 다음엔 그 테마에 대한 본인의 관점을 정하고 마지막으로 윤색한다는 뜻이다. <한복을 즐기는 사람들>은 최근의 이슈이니 반갑다. 전업작가든 하이아마추어든 누군가 한복 현상을 찍어주길 기대하던 참이다. 이지수는 한복 현상에 대해 “우호적이며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라고 했다. 긍정적으로 보겠다는 뜻이고 1번 사진부터 아주 매혹적인 한복을 보여주고 있다.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집 ‘뒷모습’에 나옴직한 사진이다. 2번은 한옥 앞에 앉은 여러 ‘한복’을 보여주는데 한복에 동반하는 ‘셀피’ 현상도 같이 담았다. 오른편에 보이는 풍선(전등?)이 보조적인 이미지로 등장했다. 3번은 밤에도 한복현상은 계속 된다는 말로 풀이된다. 4번은 클로즈업으로 한복의 고유한 선과 컬러, 문양과 더불어 손지갑, 부채 등의 소품도 보여준다. 선글라스가 이채롭다. 여기까진 아직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다음부터 급격히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두 명이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다. 밤인데 조명이 있다. 그리고 둘이 돌아서 있고 세 명이 광화문을 향해 걸어간다. 한마디로 말해 변화가 없고 중언부언하는 듯하다. 예쁜 한복의 모습만 반복해서 나열하는 것은 포트폴리오로선 부족하다. 절반까진 잘 끌어왔으니 나머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더 고민해야겠다.
» 이하은 <복고풍>
이하은의 <복고풍>도 어떤 새로운 현상에 관한 작업이니 거의 한복과 비슷하다. 실제로 한복을 입고 다니는 곳엔 빈도는 떨어지지만 교복을 입은 어른들이 수시로 보인다.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동작으로 복고풍을 즐긴다는 한 문장으로 이 사진들이 하는 이야기가 끝이 났다. 깊이 들어가지 못했다. 이지수도 그렇고 이하은도 그렇고 이야길 꾸미는 데 실패한 감이 든다. 그럼 어쩌라고? 힌트라고 할 순 없지만 더 좁혔다면 좋았을 것이다. 어떤 주인공(한 명이 아니어도 좋다)을 정하고(물론 섭외하고 양해를 구하라는 것이지 연출로 꾸미라는 게 아니다) 그 주인공이 한복이든 교복이든 입고 다니는 것을 따라가는 것이다. 하루면 충분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춘향이의 한복 나들이>라고 하여 한복 대여점에서 고르는 것부터 입는 것, 그리고 셀피를 찍더라도 다양한 앵글로 하고 한복 입은 춘향이의 시선으로 본 다른 이들의 한복도 가능할 것이고 한복을 입은 불편함도 묘사할 수 있을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복은 예쁘다는 이야기로 결론을 지으면 되겠다. 클로즈업을 통한 디테일 묘사도 더 적극적일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복 저고리의 동정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한복이 아니라 교련복이라면 어떤 디테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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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번. 이상의 사진은 조현호의 <여행을 떠나요-나의 분단지역 기행기>에서 안보관광 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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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이상은 조현호 <여행을 떠나요-나의 분단지역 기행기>중에서 '남아있는 분단' 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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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이상은 조현호의 <여행을 떠나요-나의 분단지역 기행기>중에서 '가치 중립' 묶음.
조현호의 <여행을 떠나요-나의 분단지역 기행기>는 어떤 영문인지 24장이나 왔다. 무조건 사진은 많이 보여줄수록 더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다. 그렇다고 몇 백 장을 넘기거나 중복되는 사진을 여럿 보여주는 것은 논외다. 조현호는 이 사진들을 통해 ‘굳어지고 있는 분단’에 대해 들여다보겠다 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에게 분단과 통일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우선 사진을 좀 나눠봤다. 크게 세 가지인데 첫 번째는 관광에 방점이 찍힌 안보관광을 담은 사진들이다. 3번에서 군복은 패션으로 변했고 8번에선 왕관 쓴 공주님이 오래된 철모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나머지에서도 안보는 이제 관광의 대상으로 변했다는 정황을 보여준다. 24번에선 아예 북녘땅도 관광상품으로 변했음을 보여준다. 또 한 부류의 사진에선 아직 아픔으로 남아있는 분단을 보여준다. 천안함을 보는 사람들은 단순히 관광객처럼 보이지 않게 심각하다. 망배단의 망향제도 그러하고 12번 교각만 남은 다리도 그렇다. 4번, 5번, 12번, 14번은 관광객의 관람 대상일 수도 있으나 촬영의 시선을 그렇게 가져가지 않았다. 마지막 한 부류는 가치판단을 유보한 중립적인 사진이다. 7번은 전형적인 중간지대의 사진이고 22번은 담이 중립을 유지하고 있고 23번에선 흰 양산과 농구 골대가 그 역할을 한다. 이 세 부류의 사진이 순서 없이 죄다 섞여있다. 그래서 읽기가 아주 어려웠다. 한 장씩은 읽겠으나 전체 맥락이 그려지지 않았다. 우리에게 분단은 다양하게 남아있다라고 했다면 지금의 작법도 좋겠으나 작가의 판단에 각이 서지 않게 된다. 셋 중의 하나를 정하여 그쪽으로 더 좁히면 좋겠다.
중부대학교편을 마쳤고 상명대학교 저널 부분의 다섯 명이 남았으니 한 명만 언급하고 나머지와 총요약은 다음 글에서 쓸 것이다.
» 권순환 <訊(물을 신)도시>
권순환의 <訊(물을 신)도시>는 아파트 건설현장이란 공간을 찍은 14장이다. 여러 현장의 크레인을 나열하는 확장성 없는 유형학이 아니다. 소재만 본다면 지게차(차의 종류를 모르겠다), 파이프, 크레인, 흙더미와 십자가, 아파트, 깃발, 굴착기 등이다. 다양해서 좋았다. 권순환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80~90년대 못지않게 아파트 개발 붐이 불고 있는 현 시점(과연 그런지 수치로 확인을 해야 하겠으나 권순환이 자의적으로 규정해도 큰 문제는 없다. 사진가가 그렇게 볼 수도 있다)에서 공사장의 위압감과 그 속살에 관한 것이다. 잘 찍었다. 2번은 예컨대 파이프가 순대처럼 보이고 4번은 흙더미가 교회를 묻어버릴 것 같으며 깃발은 고립되어 있고 12번은 또 뭐로 보이고 13번, 14번도 또 각각 뭐로 보인다. 이리하여 첨단 아파트로 환골탈태하기 전의 아파트 공사현장에 대해 새롭게 규정했고 그 규정의 색깔도 보이니 성공적이다. 상징을 잘 사용한 수법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