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라... 진짜...? 아님 말고

사진마을 2017. 02. 13
조회수 7885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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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 통해 근거없는 '카더라'확산

"수근수근" 성폭력 가해자로 강제 '변신'

당사자 해명 요구에 "실명 올린 적 없으니"

 

 

지난해 10월 26일 페이스북에 A라는 사람이 #사진계_내_성폭력을 달고 트위터에 올라온 글 하나의 링크를 걸었다. 작성자는 ‘미술계 성폭력 대나무숲’으로 되어 있었다. 겹 따옴표 안에 든 글은 “직접 겪은 게 아니라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는데, 효창동 어딘가에 위치한 사진카페 운영하는 S 작가. 알바생 및 주변 여성을 성추행한 사례들을 여러 곳에서 들었다. 정작 본인은 되게 정의로운 사람인냥 sns하시는데 이거 보고 뜨끔해하셨음 좋겠다.”라고 되어 있었는데 지금 현재 전문은 남아있지 않다.

 

 당시 A씨의 글에 대해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는데 순서상 다음과 같다.
 B씨:  M 카페 운영하는 S작가님인가보군요…….
 C씨: 헉... 진짜루...? @_@;;;
 D씨: 이 사람은 뭐…. 개인적으로는 정말 싫어하는 부류라…. 이런 행동을 하고도 남는다고 생각….
 E씨: ㅠㅠ 이곳에서 저희 학교 학생이 인턴십을 했습니다.
 그 시기 작가가 바빠서 학생과 접촉이 거의 없었는데 그때는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나마 천만다행인 일이  로군요ㅠㅠㅠㅠㅠㅠㅠ
 이어서 E씨가 한 번 더 댓글을 달았다.
 E씨: 그런데 원문을 클릭했는데 없는 게시물이라고 나오네요. 왜일까요?
 F씨: 세상에…….
 
 모두 62명이 ‘좋아요’ 또는 ‘화나요’를 눌렀다. 글을 처음에 올린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는데 자신은 실명을 거론한 적이 없고 그냥 옮겼을 뿐이라고 했다. 댓글을 단 E씨와 통화했더니 “2016년 9월 당시 미술계 성폭력 해시태그 관련해서 논의가 많았던 시절이었는데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 그러다 10월에 올라온 A씨의 페이스북 글을 봤다. 그런데 댓글이 별로 없더라. 부산이라는 지역 정서상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나 싶었고 당사자인 S 작가가 해명도 하지 않기에 혼란스러워서 문화계는 이런 (침묵하는) 곳이구나 싶어서 내가 나서서 댓글을 달았다”고 했다.


 E씨는 다른 댓글에서

 “그분이 그분이 맞다면 몇 사람에게 연락이 올 듯합니다.
 저는 그분과 일면식이 없고, 글 쓴 분과도 일면식이 없습니다.
 그냥 공개되는 글에 의지할 뿐입니다.
 사실이 왜곡될 확률도 희박해 보이지만 혹여 만에 만에 하나 그렇다면 억울한 분이 해명하면 될 일로 압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좋아요’ 또는 ‘화나요’를 눌렀던 사람 중에서 한 명인 G씨와 통화를 했다. 자신도 2016년 10월의 A씨 포스팅과 댓글을 보고 그대로 믿었으며 S작가가 왜 그랬을까 싶어서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A씨 포스팅을 그대로 믿으며 당사자인 S 작가에겐 확인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G씨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이 글을 보고 그대로 믿고 쉬쉬하면서 말을 옮겼다.
 
 문제가 된 당사자인 S 작가는 해가 바뀐 올해 2월 초에야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격분했다. S 작가에 따르면 A씨가 옮긴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현재 S 작가는 글을 퍼다 나른 사람들 중에서 A씨와 E씨를 형사고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A씨와 E씨는 그냥 댓글만 단 것이 아니라 “허위사실”을 올렸다. 그냥 댓글을 달았거나 ‘좋아요’ 혹은 ‘화나요’를 누른 다른 사람들에게도 원망스런 마음이 들지만 어떤 조치를 취하진 않겠다고 한다. 현재 원문은 삭제되고 없으며 작성자인 트위터의 ‘미술계 성폭력 대나무숲’ 계정은 열리지 않는다. 비슷한 이름의 페이스북 계정인 ‘미술계 대나무숲’에게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장이 오지 않고 있다. 
 
 위의 과정을 요약하면 이렇게 된다. 트위터를 통해 작성자 ‘미술계 성폭력 대나무숲’이 “효창동 어딘가 사진카페 S작가….”라고 글을 올렸다. A씨가 글을 페이스북에 옮겼다. 댓글 단 사람들이 S 작가에 대해 근거 없이 추측만으로 구체화했고 급기야 ‘기정사실’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아무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다. 위 댓글에서 E씨가 언급한 인턴은 6~7년 전에 M 카페에서 두 달 정도 일한 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나 E씨 본인이 언급한 것처럼 “S 작가는 학생과 거의 접촉이 없었는데” 그냥 넘겨 짚어 상상력을 발휘해 “그나마 천만다행인 일이로군요ㅠㅠㅠㅠㅠㅠㅠ”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야기를 전해들었던 사진계의 또 다른 H씨와 I씨도 확인할 생각 없이 모두 기정사실로 알고 있었다.
 
 최대 피해자는 S 작가다. S 작가는 “당사자도 모른 일이 SNS상에서 벌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이후부터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일상적인 생활마저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평소 지인이라 여겼던 사람들까지 동조한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 또한 충격적이었다. 사실관계를 알아보지 않고 한 사람의 인격을 이렇게 짓밟는 행위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글을 공유해 논란을 야기한 당사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통화했을 때 보인,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는 도저히 묵과 할 수 없는 행동이다. 평생을 사진가의 사명을 갖고 살아온 시간들마저 회의감이 들게 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심경을 전해왔다.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눌렀던 사람들, 그리고 전해 듣고 믿었던 사람들은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수잔 손택은 미국에서 9.11사태가 난 뒤 “분노하지만 바보가 되진 말자”고 했다. 대규모 인명살상을 가져온 테러사태에 대해선 분노할 일이지만 이를 빌미로 맹목적으로 전쟁을 부추기는 양상에 대한 우려였다. 이번 사진계 성폭력에 관해서도 글을 퍼 나르고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고 입으로 말을 옮긴 사람들이 어떤 책임이 있는지는 법이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바보가 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아직도 S 작가의 (있지도 않았던) 행동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전화로 물어보니 원문이나 근거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미술계, 문단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사례를 폭로하고 처벌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사실 확인 없는 글에 올리고 뒤로 숨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누가 책임질 것인가?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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