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사진의 거장? 스냅샷의 거장!

곽윤섭 2009. 05. 21
조회수 11004 추천수 0

 

 1년만에 다시 만나는 '엘리엇 어윗'

 

Elliott Erwitt. California, USA, 1955 ⓒ Elliott Erwitt_Magnum Photos.jpg
California, USA, 1955 ⓒ Elliott Erwitt_Magnum Photos


 엘리엇 어윗(1928~)이 돌아왔다. 지난해 매그넘코리아 사진전에서 여성을 테마로 한국여성들의 다리와 구두를 찍었던 엘리엇 어윗의 역대 최고 걸작 중 80여점이 한국 관객을 만나고 있다. 흔히 유명사진가들의 이름 앞엔 그를 기리는 별칭이 붙는다. 로버트 카파를 전쟁사진의 대가, 유서프 카쉬를 인물사진의 대가로 부르는 식이다. 현재 활동하는 사진가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진가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이름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며 ‘20세기 최고의 거장’이라 불린다. 그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주최쪽이 내건 전시 타이틀에 허망감


 신세계백화점 본점 갤러리에서 5월31일까지 열리는 ‘엘리엇 어윗 사진전’은 사실상 국내 최초의 전시나 다름없다. 1990년대 초반 그의 테마중 하나인 개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전시가 있었을 뿐이다. 1953년 로버트 카파의 소개로 매그넘 회원이 된 그는 현재 매그넘의 최고령 회원이다. 이번 전시의 주최 쪽에서 어윗에게 붙인 별칭은 ‘다큐 사진계의 세계적 거장’이다. 모든 사진에 조금씩이나마 다큐적 요소가 없는 것이 아니니 그 별칭을 틀렸다고 할 순 없지만 엘리엇 어윗의 사진세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또 그동안 잘 몰랐다고 하더라도 신세계갤러리를 둘러보고 나면 다큐멘터리 사진이란 구분은 허망하기 짝이 없다.
 
 엘리엇 어윗은 1930년대 후반부터 사진과 영화를 배우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60년 넘는 세월동안 직업적 사진가로 어딘가의 의뢰를 받아 광고, 패션, 뉴스 등 거의 모든 사진을 찍어왔다. 그러나 그는 사진을 예술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에게 사진은 생계를 위한 일이며 간혹 취미라는 것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찍은 사진이다. 엘리엇 어윗에게 당신이 다큐멘터리 사진가냐고 물어보면 절대로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는 직업적으로 의뢰받은 사진을 찍다가도 흥미 있는 광경이 보이면 곧장 옆길로 샌다고 했다. “나의 경험에 따르면 좋은 사진은 어싸인먼트(의뢰 작업)에서 나오질 않는다.”
 사실 다큐나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어윗의 입장에서 그의 사진을 분류하자면 그의 장기는 스냅 샷이며 그는 전형적인 거리사진가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사진은 거의 대부분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모습들이다. 그는 몇달씩 걸리는 작업을 꺼려했다. “나는 호흡이 긴 사진을 찍는 체질이 아닌 것 같다.”
 


마야부인을 보고 있는 사진을 보며 웃는 관객들
 
 본격적으로 전시장의 사진들을 감상해보자. 전시장의 모든 사진은 그의 다양한 작업활동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선이나 면을 이용해 구성의 재미를 보여주는 사진, 도시의 실루엣 같은 것은 생활사진가들도 곧잘 찍는 방식이다. 자동차의 옆거울에 비친 연인들, 안개 속에 절반쯤 가려진 에펠탑을 배경으로 선 여인의 사진은 영락없는 거리의 스냅사진이다. 가로등 위에 홀로 앉아 저 아래 개미 크기만큼 날아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갈매기사진은 어윗이 보여주는 위트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혀를 내민 흑인병사, 자신보다 서너 배는 더 무거워 보이는 상대보다 낮은 쪽 시소에 앉은 소녀, 언덕에 나란히 주차되어 있어 서로 다정해 보이는 자동차 등을 보면 따뜻한 마음이 절로 전해진다.
 좋은 사진에선 찍은 사람의 마음이 먼저 보인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옷을 입은 마야부인과 옷을 벗은 마야부인의 그림을 바라보는 남녀 사진을 보던 관객들이 킥킥거리며 지나간다. “기가 막히게 재밌는 사진이다.” 스포츠사진도 한 장 걸렸다. 1971년 세기의 대결에서 알리가 조 프레이저의 강타를 맞고 휘청거리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엘리엇 어윗의 앵글에선 인물도 모두 스냅으로 처리되었다. 영화제작 현장의 마릴린 먼로는 전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이번 전시가 한국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008년에 파리에서 만났을 때 아이 같은 웃음을 지으며 그의 이름이 새겨진 라이카를 들고 이것저것 툭툭 찍어대던 엘리엇 어윗을 생각하면 조만간 그의 취미활동이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이번에 볼 수 없었던 걸작이 훨씬 많이 있으니 한국에서 또 한 번 그의 사진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판매가 주목적인 전시이며 무료입장이다. 가장 큰 사이즈의 사진은 1천만 원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엘리엇 어윗이 일일이 서명을 넣었다.


 어찌되었든 좋은 기회다. 이번 전시에 이어 6월2일부터 14일까지는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에서 전시되며 이후 6월17일부터 두 달간 다시 서울의 본점 본관 아트월갤러리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lliott Erwitt. Wyoming, USA, 1954 ⓒ Elliott Erwitt_Magnum Photos.jpg
Wyoming, USA, 1954 ⓒ Elliott Erwitt_Magnum Photos 
 

 
Elliott Erwitt. New York City, USA, 1946 ⓒ Elliott Erwitt_Magnum Photos.jpg
New York City, USA, 1946 ⓒ Elliott Erwitt_Magnum Photos
 

Elliott Erwitt. Orleans, France, 1955 ⓒ Elliott Erwitt_Magnum Photos.jpg
Orleans, France, 1955 ⓒ Elliott Erwitt_Magnum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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