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앉아 연주하는 첼리스트 망명객

곽윤섭 2009.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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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서프 카쉬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카쉬전4]  첼로 연주가 카잘스-1954

 

 

유서프 카쉬가 파블로 카잘스를 찍은 것은 1954년이었다. 이 무렵 유럽에 체류하던 카쉬는 그 해에 혁신적이며 깜짝 놀랄 만한 인물사진을 여럿 만들어냈다. 그 중엔 눈을 감고 있는 슈바이처, 평범한 편인 얼굴의 절반가량을 그늘 속에 넣어버려 신비롭고 느와르필름의 느낌이 들게 만든 크리스찬 디오르, 그리고 스포트라이트 등을 쓰지 않고 창문으로 들어온 빛을 이용하여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낸 알베르 카뮈 등의 사진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 독창적인 사진들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파블로 카잘스의 뒷모습.

 

스페인 출신의 첼로연주자인 파블로 카잘스(1876~1973)는 한편으로 독재에 항거하여 프랑스 망명길에 올랐던 사람이다. 예술가로서 정점에 치닫고 있던 1946년, 카잘스는 프랑코의 전체주의 정권에 반대하기 위해 첼로에서 손을 떼고 무대에 서는 것을 중단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다시는 스페인땅을 밟지 않았다. 1950년 바흐 서거 200주년을 맞아 망명지였던 프라드에서 음악축제가 열렸고 카잘스는 다시 공연을 하도록 주변의 강권을 받았다. 그는 공연을 수락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프랑코정권을 인정하는 어떤 나라에서도 연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신념을 지켰다. 딱 한번 예외가 있었다. 자유의 기수였던 케네디 대통령을 위해 연주를 했던 것이다. 케네디는 이렇게 말했다. “음악가, 화가, 디자이너, 건축가 등 모든 예술인들의 작업은 인간의 자유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어느 누구도 파블로 카잘스보다 더 자유를 신장시킨 사람은 없다.”

 

훗날 <뉴욕타임스>는 카잘스의 부고 기사에서 “그는 살아있을 때도 전설이었고 죽어서도 전설이었다. 그것은 카잘스가 정당하게 획득한 진짜 전설이다. 그는 음악을 위해 살다 음악 속에 죽었다. 그것은 아름다운 인생이었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14살의 나이에 바르셀로나에서 독주회를 열기도 했던 첼로 천재 카잘스는 이런 이야길 했다. “나는 바닷가로 달려가 크고 작은 모든 것에서 신을 발견했다. 나는 바흐에서 신을 본다. 일생 동안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자연과 마주치고 그 후엔 바흐를 본다.”   

 

카쉬는 카잘스를 만나기 위해 먼지 나는 시골길을 운전해가면서 마치 순례자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프라드에 있는 쿡사 수도원에서 카쉬는 이 위대한 첼로의 악성과 유쾌한 몇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는 촬영을 위해 조용하고 어두운 방으로 갔다. 아무런 연출도 필요 없었다. 카잘스의 바흐 연주에 감동한 나머지, 카쉬는 잠시 동안 사진을 찍는 것도 잊었다. 카쉬는 이렇게 회상했다.

 

“불현듯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제껏 그리고 이 이후로도, 나는 단 한 번도 나를 등지고 있는 사람을 찍은 적이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왠지 이게 맞을 것 같았다.”

 

위로 보이는 창문과 빈방의 구조는 스스로 망명자가 된 카잘스에겐 마치 감옥처럼 보였고 카쉬는 이 늙은 예술가의 음악이 창문을 넘어 전 세계로 울려 퍼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몇 년 후, 이 사진은 보스턴의 미술관에 전시되었는데, 한 노신사가 매일같이 와서는 이 사진 앞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다고 한다. 한 큐레이터가 어느날 “선생님, 왜 항상 이 사진 앞에 매일 서 계시는 건가요?” 하고 묻자, 그는 나무라는 듯 이렇게 말했다. “조용히 하시게. 지금 내가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이 안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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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화상.           ⓒ유서프 카쉬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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