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세등등했던 동장군도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가고 있다. 떠나는 동장군을 배웅하며 봄을 맞이하는 것들이 있다. 봄이 오기 전에 피어나 봄을 깨우는 존재들이다. 그들이 봄을 깨움으로 우리도 봄을 맞이한다.
» 겨울꽃 동백,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스스로 목을 떨군다. 더 피어있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터인데도 그렇게 서둘러 간다. 가야 할 때가 되어서도 가지 않으려, 놓아야 할 때가 되어서도 놓지 않으려 살아가는 이들은 동백을 스승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봄은 봄비와 함께 급격하게 오기 마련이다. 봄비가 내리고 나면 이내 흙 속에 잠자던 풀꽃들의 씨앗들도 한껏 꽃을 피울 꿈에 부풀어 오른다. 봄은, 꿈을 부풀게 하는 계절이다.
» 봄이 와도 피어나지 못할 존재들도 있다. 그들이 유영하던 바다, 그 바다는 보시 되어 사람들의 꿈으로 피어날 것이다. 그래서 그들도 봄이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재래시장이 좀이 되니 활기가 돈다.
» 의도한 것은 아닌데, 왜 마른 생선들이 종종 사진에 등장하는지 의아하다. 전혀 알지 못했던 나의 시각을 돌아본다. 이번 사진작가 연재를 시작하며 얻은 수확이다. 왜 그런지, 그런 사진들이 더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고마운 이들에게 전할 선물을 사러 재래시장에 들렀다. 그런 마음도 봄이려니…. 입춘을 넘어선 사진들에선 봄 향기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