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홈리스 추모제 추도사>
오늘 우리가 기리는
돌아가신 154명, 그 고인 분들을
저는 일일이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찌 말을 시작하고, 이어가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고, 자신도 없습니다.
다만
돌아가신 분들의 삶과 죽임이
‘남’이 아니라, 바로
‘나’의 일임을 알기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고, 한편으로
또 화가 납니다.
살아있을 때
잘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언젠가 죽어질 ‘나’ 대신
‘먼저’ 죽은 것 같아
미안합니다.
망자를 그리워하고 생각하는
이 추모사가 끝나면,
그리고 오늘
이 문화제가 끝나면
아무 일 없던 듯, 또 다시
불만스런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
미안합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수많은
비슷한 죽음을 접하게 될 게
미안합니다.
의료가 죽어서, 이 분들이 죽었습니다.
그래서 화가 납니다.
주거가 마땅치 않아서, 이 분들이 죽었습니다.
그래서 분이 납니다.
인권이 죽어서, 이 분들이 죽었습니다.
그래서 성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