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는 사람에게는 자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내 우산 안으로 끌어들이는 자선이 아니라 우산을 버리고 같이 비를 맞으며 공감하는 자비 말이다. 그러나 우산 쓴 연탄불은 자선과 자비를 함께 베푼다. 자비의 원조는 관세음보살이다. 슬퍼하는 사람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하여, 슬퍼하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고, 슬퍼하는 사람과 같이 슬퍼하는 천 개의 눈을 가진 보살 말이다. 우산 쓴 연탄불 조심히 열어볼 일이다. 천 개의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천 개의 허연 눈물 끓이고 있는 관세음보살, 그 안에 웃고 있을 것이다.
글·사진 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