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에는 외부 일정 등 개인 사정으로 인하여 연재를 잠시 쉬었습니다. 기사를 기다리셨던 분들께 죄송한 마음 전합니다. 지난 11회 ‘불전사물’에 이어 이번 12회에서는 네 가지 불전사물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갑니다.
12. 불전사물(佛殿四物) 2
불전사물은 ‘범종, 법고, 목어, 운판’ 네 가지를 말합니다. 11회에서는 불전사물의 의미를 알아보았고, 본 12회에서는 각 사물에 대한 설명입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많으므로 여기서는 개략적인 내용만 살펴보겠습니다.
1. 범종(梵鐘)
범종 소리는 진리의 소리(大音), 우주의 원음(圓音)을 상징한다. 이는 세상만물과 중생들을 일깨우는 소리다. 종의 표면에는 절의 사명(寺名)과 조성 내역 등을 기록하고, 비천상, 불보살상, 진언이나 길상문 등으로 다양하게 장식한다.
범종 윗부분의 ‘용뉴’에는 용을 흔히 보게 되는데, 이 용의 이름은 ‘포뢰(蒲牢)’다. 포뢰는 ‘용생구자설(龍生九子設)’에 나오는 아홉 마리 용 중의 하나로 고래를 무척 무서워한다. 그래서 범종을 치는 당목을 고래 모양으로 형상화하는 경우가 많다. 당목의 고래가 종을 치면 포뢰가 놀라 더 크고 우렁찬 소리로 울 것이라는 기대감의 표현이다.
종의 내부는 비어있으나 그 울림은 천지사방을 소리로써 가득 채운다. 텅 빈 곳에서 나온 소리는 채우고 흩어지고 다시 채워진다. 비어있고 충만한 것이 전혀 다른 것이 아니라 모두 한 가지인 셈이다. 이는 음양(陰陽)이 하나요, 성속(聖俗)이 하나요, 색(色)과 공(空)도 다 하나라는 불이(不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운다.
2. 법고(法鼓)
북은 예전부터 큰 행사나 의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사찰에서도 법고는 법음(法音)을 세상에 전하는 성물(聖物)이다. 법고 소리는 지옥과 아귀 축생의 중생에게 전해져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없애준다 한다.
법고는 잘 말린 소나무와 쇠가죽을 오랜 기간 준비하고 다루어 만들어진다. 북이 완성되면 표면에 태극 문양과 오방색, 운룡이나 길상 문양 등으로 장식을 한다.
법고를 올려놓는 법고대에도 여러 종류의 장식이 쓰이는데, 때로 해학적인 사자나 거북 등이 등장하여 보는 재미를 더한다.
3. 목어(木魚)
목어는 나무의 속을 비워내고 물고기 형상으로 만든다. 잉어와 같은 물고기 모습을 하기도 하고,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혹은 머리는 용, 몸은 물고기인 경우도 많다. 이는 평범한 물고기에 성스러운 의미를 담고자 한 것이다.
비워낸 나무의 내부를 ‘항공’이라 하는데, 이 항공을 두 개의 나무 막대로 번갈아 두들겨 소리를 낸다. 목어와 형태는 다르지만 목탁도 같은 기원에서 출발한다.
이처럼 물고기의 형상을 사용한 것은 잠을 잘 때도 항상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의 습성 때문이다. 즉, 수행자도 이와 같이 혼미한 마음을 경계하고 항상 깨어있으라는 의미인 것이다.
이 밖에도 목어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유래담과 설화들이 전해져온다.
4. 운판(雲版)
목어가 나무의 소리를 이용한 예기라면, 운판은 금속성의 소리를 내는 도구다. 쇠로 만든 평평한 판에 구름 무늬 등을 새긴 운판은 작은 망치로 표면을 두들겨 소리를 낸다.
흔히 목어는 수중 생물의 고혼을 위로하기 위함이라 하고, 운판은 새와 같은 공중 생물의 혼을 위로하고 불성(佛性)을 일깨우기 위한 소리라고 한다.
» 법고를 두드리며 저녁 예불 의식이 시작된다.
» 법고는 큰 행사나 의례에서도 주요 예기로 쓰인다.
» 목어와 운판
» 이차돈의 순교를 묘사한 경주 백률사의 범종
한선영 작가는
길치 여행작가, 한국문화재재단 사진작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회사를 다니며 열심히 숫자를 다뤘다.
길치여서 늘 헤매지만 그만큼 많은 생각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는 무한긍정주의자다.
‘길은 어디로든 이어진다’는 생각에 오늘도 길 위에서 헤매는 중이다.
저서로 <길이 고운 절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