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불이문, 해탈문
산에 오르는 것은 힘들지만 ‘그래도 역시 산에 오기를 잘했다’싶은 순간이 있다. 정상에 올라 상쾌한 숨을 한껏 들이쉴 때다. 그 순간에는 올라오는 동안의 힘겨움은 다 잊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탄성을 지르고 만다.
절집에 이르는 길은 ‘수미산’에 오르는 길이다. 이 길에서는 사찰의 삼문, 즉 세 개의 문을 만나게 된다. 산기슭의 일주문, 산 중턱의 천왕문, 그리고 산 정상에 다다르면 오늘 얘기할 ‘불이문’ 혹은 ‘해탈문’이다. 그렇다. 드디어 산 정상에 도착한 것이다.
불교의 세계관으로 보면 천왕문이 있는 산 중턱은 사천왕천이며, 불이문이 있는 곳은 사천왕천의 윗 단계인 ‘도리천’에 해당한다. 삼문의 위치로 보면, 불이문이나 해탈문은 법당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이 문을 지나면 바로 부처님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사찰에 따라서는 경주 불국사의 경우처럼 ‘자하문’ 등 다른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불이(不二)’는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뜻으로, 성과 속이 다르지 않고, 생과 사가 다르지 않고, 색과 공이 다르지 않음을 말한다. ‘둘이 아니다’라는 것은 ‘하나’이거나 ‘같다’는 뜻이 아니라 일체의 구별이 없는 해탈의 경지를 뜻한다. 불이문을 해탈문이라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 불이문 아래를 금강저 기둥이 받치고 서있다.
» 사찰 입구에 서있는 불이문
» 대웅전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인 해탈문
» 불이문 뒤로 주불전인 대웅전이 보인다.
» 경주 불국사 자하문
한선영 작가는
길치 여행작가, 한국문화재재단 사진작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회사를 다니며 열심히 숫자를 다뤘다.
길치여서 늘 헤매지만 그만큼 많은 생각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는 무한긍정주의자다.
‘길은 어디로든 이어진다’는 생각에 오늘도 길 위에서 헤매는 중이다.
저서로 <길이 고운 절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