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5. 일주문(一柱門)

 

일주문에는 문이 없다. 그뿐인가? ‘일주문’이라는 현판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OO산 OO사’라고 절 이름을 밝혀놓았을 뿐이다. 게다가 네 귀퉁이를 받치고 서있어야 할 기둥은 어찌된 일인지 일렬로 나란히 서있다. 아름드리 기둥은 얼마나 큰지 두 팔을 벌려 안아도 손끝이 닿지 않는다. 저렇게 크고 무거운 지붕을 얹고서 쓰러지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사찰 답사를 다니다 보면 가장 많이 질문을 받는 것이 일주문이다. ‘일주문은 왜 일주문인지? 왜 기둥이 한 줄로 서있는지?’ 등등.
 
 일주문의 ‘일주’는 기둥이 하나라는 뜻이 아니라 한결같은 마음 즉, ‘일심’을 뜻한다. 눈앞에 보이는 분별심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본성으로 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심은 하심이자 무심이다.
 속세의 번뇌에 쌓여 있다가 사찰에 다다른 사람들은 일주문 앞에서 마음을 내려놓고, 분별심을 없애고, 오로지 진리를 얻겠다는 ‘한 마음’으로 불국토의 세계에 첫 발을 들이게 된다.
 
 일주문에 들어서면 이제부터는 속계가 아닌 진계, 속의 세계가 아닌 성의 세계다. 일주문에 들어서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해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문 없는 문’을 통해 속세와 성스러운 존재를 구분 짓는 형태는 일주문뿐 아니라 홍살문이나 사당의 삼문에서도 보이며, 일본의 도리이나 중국의 패루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hsy01.jpg » 부산 범어사 일주문

hsy02.jpg » 공주 마곡사 일주문

hsy03.jpg » 일본 신사의 도리이

hsy04.jpg » 중국 고성의 패루. 안쪽에 독락사, 백탑사 등 다수의 사찰이 있다.
 
  


한선영 작가는

hsy1001.jpg

 

길치 여행작가, 한국문화재재단 사진작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회사를 다니며 열심히 숫자를 다뤘다.

길치여서 늘 헤매지만 그만큼 많은 생각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는 무한긍정주의자다.

‘길은 어디로든 이어진다’는 생각에 오늘도 길 위에서 헤매는 중이다.

저서로 <길이 고운 절집>이 있다.

 

personadh@naver.com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댓글 작성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List of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