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하마비(下馬碑)
다리를 건넜어도 일주문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속세의 세계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다. 일주문에 가까워졌을 즈음 ‘하마비’라고 쓰인 작은 표지석 하나를 만난다. 표면에는 보통 ‘하마비’나 혹은 ‘대소인원개하마(大小人員皆下馬)’라고 쓰여 있다.
하마비는 종묘나 궐문 등 주요 장소에 세워졌으며 사찰 부근에도 종종 만날 수 있다. 하마비 앞에 이르면 말을 탄 사람은 말에서 내려야 하고, 옷매무새를 잘 가다듬어야 한다.
사찰 앞의 하마비는 단지 종교적인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기본적인 예의에 대한 일깨움이다. 즉, 어디든 새로운 장소에 발을 들일 때에는 ‘자신을 낮추고 삼가라’는 근신의 의미다.
하마비는 서울 여러 곳에서도 만날 수 있으며, 순천 송광사, 부산 범어사, 고성 옥천사 등에 남아 있다.
» 순천 송광사 하마비
» 부산 범어사 하마비
» 서울 저경궁 터 하마비
한선영 작가는
길치 여행작가, 한국문화재재단 사진작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회사를 다니며 열심히 숫자를 다뤘다.
길치여서 늘 헤매지만 그만큼 많은 생각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는 무한긍정주의자다.
‘길은 어디로든 이어진다’는 생각에 오늘도 길 위에서 헤매는 중이다.
저서로 <길이 고운 절집>이 있다.